술에도 내성… 갈수록 술이 술 불러

 

웬만큼 아프면 약을 먹어 치료한다. 오랫동안 꾸준히 약을 먹다보면 약효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전문용어로 ‘내성’이라고 한다. 술을 자주 많이 마시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흔히 마시다보니 술이 세졌다고 말하는데, 세진 것이 아니라 알코올에 내성이 생긴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마시는 술의 양은 점점 늘어나고, 갈수록 술에 의지하게 된다. 볏섬을 지고 불구덩이로 점점 다가서는 셈이다.

그렇다면 알코올 중독으로 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얼마나 자주 술을 마실까. 최근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알코올의존치료센터에 따르면 알코올 중독으로 치료를 받는 사람의 75%는 한 달에 25일 이상 술을 마셨다. 거의 매일 마시는 셈이다. 11~15일은 13%, 16~20일 6%, 5~10일 5%의 순이었다. 센터측은 “환자들 중 절반은 스트레스로 인해 조금씩 마시던 술을 매일 마시게 되면서 알코올 내성이 생긴 경우”라고 밝혔다.

술이 술을 마신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우리 몸의 대뇌에는 보상회로가 있다. 머릿속 신경회로망인 보상회로를 통해 쾌락을 느끼게 해주는 물질인 도파민이 전달돼 학습이 이뤄진다. 알코올은 도파민을 증가시켜 음주행동을 학습시킨다. 즉 술을 더 많이 마시도록 길들인다. 폭음도 문제지만, 적은 양이라도 매일 술을 마시다보면 이러한 학습을 통해 부지불식간에 알코올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스스로 알코올 중독인지 가늠해보려면 내성과 금단증상의 여부를 따져보면 된다. ▲술 마신 다음날 해장술을 마시는지 ▲술을 마시고 싶은 충동을 제어하지 못하는지 ▲취기가 오르면 계속 술을 마시고 싶은지 ▲최근 6개월 내에 2번 이상 블랙아웃을 경험했는지 ▲술이 깨면 진땀과 손 떨림, 불안, 좌절, 불면 등을 경험하는지 ▲술이 깨면서 공포나 환각을 경험하는지 등이다. 이러한 내성과 금단에 따른 신체적 증상은 자가진단 시 가중치가 높다.

이수정 센터장은 “알코올 의존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임상 특징에 따라 적합한 치료를 실시할 수 있어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며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서 또는 혼자서 끊을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며 알코올 의존증을 키우기보다 하루라도 일찍 치료센터를 방문해 상담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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