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검진 논란에 갑상선암 치료거부 속출

 

일주일 전 서울의 한 병원. 목에 혹이 만져져 병원을 찾은 50대 여성 김모씨에게 갑상선암 진단이 내려졌다. 음식을 삼키기 힘들만큼 종양의 크기가 컸다. 주치의는 수술을 권했지만, 김씨는 선뜻 응하지 않았다. 대뜸 돌아온 김씨의 답에 주치의는 당혹스러웠다. 주변에서 갑상선암 수술은 불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김씨처럼 수술이 필요해도 미루는 갑상선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갑상선암 과잉검진 논란이 낳은 진풍경이다. 최근 관련 보도가 잇따르면서 갑상선암 환자들까지 수술 자체를 불필요한 것으로 오인하고 있는 것이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검진’ 가이드라인을 기다리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인 셈이다.

갑상선암 관련 논란의 초점은 과잉검진이다. 갑상선암으로 이미 진단된 환자들은 이러한 논란에서 비켜서 있다. 정부가 새로 제정하겠다고 밝힌 검진 가이드라인 역시 증상이 없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다. 치료에 관한 내용이 아니다. 박해린 강남차병원 외과 교수는 “이미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면 자신의 암 상태와 수술의 득실을 주치의와 충분히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갑상선암 수술 기준은 크기, 0.5cm가 기로

갑상선암의 수술 기준은 보통 크기를 따른다. 미국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크기가 1cm 이상이면 수술해야 한다. 1cm 미만인 경우 0.5cm를 기준으로 이보다 크면 수술을 권하고, 작으면 관찰한다. 지난 2010년 대한갑상선학회는 ‘갑상선암 진단 및 치료에 관한 개정 권고안’에서 종양의 크기가 0.5cm 이하인 경우 주위 림프절로 진행된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 한 세포검사 자체를 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물론 예외는 있다. 갑상선암의 크기가 0.5cm 미만이라도 위치와 종류에 따라 수술이 요구된다. 암 조직이 기도와 식도, 혈관, 림프절, 성대 신경 주위에 있으면 수술이 필요하다. 다른 조직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갑상선암이 폐로 전이되면 호흡곤란, 뼈로 전이되면 골절과 통증, 척추로 전이되면 신경을 압박해 하반신 마비를 일으키기도 한다.

진행이 더디고 예후가 좋아 착한 암으로 불리는 갑상선암이지만, 종류가 미분화암이라면 특히 위험하다. 미분화암은 암세포 분열과 전이 속도가 빨라서 진단 후 1년 안에 사망할 수도 있다. 평균 생존율이 6개월에 불과하다. 처음 진단할 때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퍼진 경우가 많고, 방사성요오드 치료도 잘 듣지 않는다. 조기 검진을 통한 수술이 최선이다.

가족력 등 고위험군에게는 정기검진 필수

초음파 검사에서 악성종양이 시사돼도 수술이 필요하다. 암 세포의 앞뒤가 길고, 뾰족한 모양을 나타내거나, 경계가 불규칙하고, 미세 및 거대 석회화를 보이는 경우이다. 갑상선암 크기가 0.6~1cm 사이라면 수술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 이때부터 측면 림프절 전이와 원격 전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0.6~1cm 사이의 갑상선암은 형태나 종류, 예후 등을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해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갑상선암 고위험군에게는 무엇보다 정기 검진이 필요하다. 머리와 목 등 두경부를 비롯해 소아기나 청소년기에 전신에 방사선을 쬔 적이 있다면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가족력도 마찬가지다.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부모를 둔 자녀는 갑상선암 발생 위험이 아들의 경우 7.8배, 딸의 경우 2.8배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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