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사망에 대한 의학적 의문 2가지

 

수배 중이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증폭되고 있다. 현재 발견된 시신을 유씨로 추정하는 근거는 두 가지이다. 시신의 엉덩이뼈 일부에서 확인한 DNA가 유씨의 친형과 일치하고, 남아 있던 지문도 유씨의 지문과 같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의문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사망 시기에 따른 시신의 부패 정도이다. 유씨의 시신이 발견된 것은 지난 달 12일이다. 부검의에 따르면 부검 당시 시신은 80% 가량 부패돼 있었고, 내부 장기도 거의 없어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힘든 상태였다.

경찰이 마지막으로 유씨의 행적을 발견한 것은 5월 25일. 2주 남짓한 사이에 시신이 너무 빨리 부패했다는 것이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고온다습한 날씨와 야생동물에 의해 시신이 훼손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유씨의 시신이 발견된 순천 지역은 5월 말과 6월 초에 비가 제법 내렸다. 27일 이후부터는 낮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릴 만큼 한 여름 날씨를 보였다. 이렇게 고온다습한 날씨는 시신이 빨리 부패하기에 좋은 환경이 된다. 여기에 야생동물이 시신을 훼손하면 균과 파리 등이 개입해 부패를 더욱 촉진시킬 수 있다.

이윤성 서울대 의대 법의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고온다습하면 균이 자라기에 좋은 조건이 된다”면서 “야생동물이 피부를 훼손하면 균이나 파리 등이 들어오기 훨씬 쉬워져 부패가 더 빨리 진행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부패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부검의도 장기 등이 구더기에 의해 상당히 훼손됐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야생동물의 개입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순 없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으로 시신이 유씨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은 일반적인 유전자 검사가 힘들 경우 시행한다. 부패에 견디는 확률이 높아 죽은 세포에서도 추출할 수 있다. 어머니에게서만 물려받는 DNA이기 때문에 가계조사 등에 쓰인다.

DNA 검사를 통해 개인을 식별했다는 것은 정확도가 99.99% 이상이라는 이야기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으로 모계 X염색체와 부계 Y염색체를 대조 확인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경찰은 지문 채취를 위해 냉동과 건조를 반복한 유씨의 오른쪽 손가락 일부에서 지문이 나와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한 가지 의문은 술을 마시지 않는 유씨의 시신 주위에서 술병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자살 패턴을 볼 때 술을 마셨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술이 사람을 충동적으로 만들어 자살 실행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분당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보라 교수는 “연예인 자살 사건에서 공통적인 현상이 술을 마시고 자살했다는 점”이라며 “술을 안 마셨다면 이성적으로 참을 수 있지만, 괴로운 상황에서 술을 마시면 충동적이 돼 자살 실행력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사진=YTN 방송 캡처]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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