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하게 상처 치료…제약업계 ‘반창고 전쟁’

 

집집마다 빼놓지 않고 챙기는 상비약 중 하나가 상처에 붙이는 반창고이다. 아이를 키우거나 레저 활동이 잦은 가정이라면 특히 그렇다. 빨간약과 반창고만 있으면 찰과상 따위는 병원에 갈 일이라 여기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흉터를 야성미의 하나로 생각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반창고의 역사는 백년에 가깝다. 글로벌 제약사인 존슨앤드존슨의 초기 히트 상품이 바로 일회용 반창고인 ‘밴드에이드’이다. 원래 상용화할 목적으로 개발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애처가인 이 회사 직원이 칼에 자주 손을 베이던 아내를 걱정하다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다.

반창고는 최근 세대교체의 거센 바람을 맞고 있어 눈길을 끈다. 기존 반창고는 상처 치유가 늦고 흉터가 생길 확률도 높았다. 세균 침입은 막아주지만, 건조한 환경을 제공해 새살이 돋는 데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상처 부위가 건조하다보니 반창고를 떼면 진물이 말라붙은 딱지가 피부조직과 함께 떨어져 손상을 줄 수도 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 출시된 것이 요즘 유행하는 습윤밴드이다.

습윤밴드는 딱지가 안 생기도록 촉촉한 습윤환경을 제공해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촉촉한 환경이 진물을 관리해 흉터 없이 상처를 자연 치유시킨다. 진물은 염증 반응으로 생긴 삼출액이라고 하는데, 단백질 함량이 크고 혈장에 가까운 성분이다. 진물이 적절하게 남아야 상처에 영양을 공급해주고 세균 침입을 막는 것은 물론, 괴사조직의 자가분해도 촉진시킨다. 일반에 널리 퍼지기 전부터 전문적인 임상치료에서는 습윤밴드를 활용해왔다.

습윤밴드가 각광받으면서 제품 경쟁도 치열해졌다. 현재 국내 출시된 습윤밴드만 10여종에 이른다. 바이오기업 제네웰이 개발한 메디폼이 10년 넘게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왔다. 일동제약이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이 제품을 판매하면서 시장 규모는 7백억원대로 커졌다. 대웅제약(이지덤), JW중외제약(하이맘), 보령제약(듀오덤), 종근당(솔솔플러스), 동화약품(후시딘밴드) 등 후발주자들이 앞 다퉈 신제품 발매에 나서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1위 제품인 메디폼의 판권은 지난 달 외국 제약사인 먼디파마로 넘어갔다. 먼디파마는 이 제품을 우리나라 화장품처럼 세계적인 블록버스터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판권을 넘긴 일동제약은 메디폼과 비슷한 패키지로 신제품 메디터치를 곧바로 선보이며 메디폼의 아성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시장 변동에 발맞춰 신제품을 추가 출시하고, 마케팅을 강화할 움직임이다. 대웅제약은 관계사인 시지바이오, 이 분야 글로벌 메디컬기업인 밴시브와 손잡고 공동연구에 나서기로 했고, JW중외제약과 보령제약, 종근당 등도 점유율 반등을 위한 마케팅과 제품 개발에 힘쓸 전망이다. 제품이 다양화하고 시장이 커지면서 상처 치료의 패러다임이 습윤밴드 중심으로 이동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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