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다이어트 실패, 나만의 책임 아니다

 

체내에 축적되는 칼로리보다 소모되는 칼로리가 많아야 살이 빠진다는 공식이 있다. 이 식은 체중 감량을 위한 절대적 진실이다. 평소 먹는 칼로리보다 활동하고 운동하면서 소비하는 칼로리가 많으면 몸무게는 분명히 빠진다.

이 원리는 이처럼 단순하지만 인간의 삶 자체는 복잡하고 번잡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기계적으로 공식을 따르고 실천하기에는 번거롭고 성가신 방해요인들이 많다는 의미다.

외딴 무인도에 혼자 사는 사람이 아닌 이상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른 사람과의 상호교류 속에서 양보하고 타협하며 생활해야 한다. 다이어트는 본인의 판단과 의지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여건이나 사람들의 영향도 많이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체중 감량은 도전이면서 정복해야 할 목표가 된다.

미국 건강정보지 프리벤션에 따르면 다이어트 실패의 원인은 온전히 한 개인의 잘못이나 책임만은 아니다. 개인은 가족의 일원이고 사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과체중이나 비만을 개인의 책임만으로 떠넘기는 것은 근시안적인 태도다. 한 사람의 체중은 가족의 협조, 지리적인 환경과 여건, 보건 정책, 미디어의 역할 등이 전부 영향을 미치는 방대한 개념으로 규정할 수 있다.

가장 직접적인 외부요인으로는 한 지붕 아래 함께 생활하는 가족이나 같은 울타리 안에서 일하는 직장 동료다. 오늘 저녁은 간소하게 먹으려고 했는데 집에 거한 상을 차려놓고 기다린 아내나 엄마가 있을 수도 있고, 밥 반 공기에 생선구이로 건강한 점심을 먹으려던 계획이 피자를 주문한 직장동료에 의해 어긋날 수도 있다.

자신이 생활하는 곳의 지리적인 환경과 여건 역시 영향을 미친다.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빈곤한 지역에서 살던 사람이 좀 더 살기 좋은 지역으로 이사를 하면 비만 위험률이 13%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또 매일 퇴근길 군것질 거리가 즐비한 거리를 거쳐 귀가하는 사람들은 불필요한 칼로리를 섭취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버드 보건대학원 릴리안 정 교수팀은 자신의 행동과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시각화한 ‘영향 서클’ 모델을 만들었다. 나무 나이테처럼 생긴 이 모델의 정중앙에는 개인의 유전적 특징이나 심리적인 상태를 의미하는 ‘내적자아’가 자리한다. 또 내적자아를 둘러싸고 있는 좀 더 큰 원은 가족, 친구, 동료, 조직, 단체 등을 포함한 ‘관계’를 나타낸다. 이를 둘러싼 바깥원은 ‘환경’으로 식품 환경과 물리적 환경이 이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제일 큰 원은 정책과 미디어를 의미하는 ‘사회적 요인’이다. 릴리안 교수팀에 따르면 건강과 관련된 개인의 행동은 이 모든 요인들의 영향력 아래 놓인다.

본인의 다이어트 실패를 남의 탓으로 돌리거나 핑계 혹은 변명의 기회로 삼으라는 의미는 아니다. 원의 중앙으로 갈수록 체중감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본인에게 있다. 다만 반복적인 다이어트 실패에 죄책감을 느끼거나 스스로를 원망하기보다는 다양한 요인 중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원인들이 무엇인지 밝히는데 이 서클 모델을 활용할 수 있다.

우선 현재 자신의 심리상태를 살펴보고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해결하고 있지는 않은지, 탄수화물이나 설탕중독이 과체중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의 내부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가족이나 연인 등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다이어트 중임을 분명히 밝히고 이에 협조해줄 것을 강경하게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내부로부터 외부로 다이어트 실패 요인들을 파악하다보면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체중 감량이 가능하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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