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도 부대사업… 의료 영리화 다시 논란

앞으로 중소병원도 외국인환자 유치를 위한 숙박업과 여행업 등 부대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일정 범위에서 의료업이 아닌 부대사업을 위한 자법인 설립도 가능해진다. 보건복지부는 11일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 확대를 골자로 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을 보면 외국인환자 유치, 여행업, 국제회의업은 물론, 체력단련장과 실내수영장을 포함한 복합체육시설, 목욕시설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숙박업(메디텔)과 서점은 시도지사가 공고하지 않아도 할 수 있도록 행정절차를 간소화했다. 의수와 의족, 전동휠체어 등 장애인 보장구를 맞춤제조하고 수리할 수 있는 시설도 운영 가능하다. 이러한 부대사업들은 의료법인이 직접 하거나 제3자에게 위탁 또는 건물공간을 임대해 할 수도 있다.

의료법인이 직접 할 순 없지만, 환자와 병원 종사자의 생활편의를 위한 부대사업은 제3자가 건물을 임차해 할 수 있도록 했다. 의류 등 생활용품 판매업과 식품 판매업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또한 의료관광호텔 안에 의원을 개설해 외국인환자 유치가 용이하도록 했다. 그러나 건강기능식품 판매업과 의료기기 구매지원은 부대사업 확대 범위에서 빠졌다. 강매 등으로 환자와 진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의 경우 제3자에게 건물을 임대해 사업을 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복지부는 개정안과 함께 부대사업을 목적으로 한 자법인 설립 가이드라인도 배포했다. 성실공익법인으로 인정된 의료법인에게만 자법인 설립을 허용하는 것이 가이드라인의 골자이다. 공익법인 중 운용소득의 80% 이상을 공익목적사업에 직접 사용하는 등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규정된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성실공익법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의료법인 순자산의 30%만 자법인에 투자할 수 있는 등 자법인 남용방지책을 마련했다”며 “가이드라인을 위반할 경우 의료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하는 등 행정제재와 세법상 환수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부대사업 확대와 더불어 전국 43개 상급종합병원의 외국인환자 유치 병상수도 개선했다. 현행대로 총 병상수의 5%를 유지하되 외국인환자가 입원한 1인실은 5%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1인실의 경우 국내환자보다 외국인환자의 선호도가 높아 국내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외국인환자 유치 병상수가 현행 5%에서 11%대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4차 투자활성화대책을 발표하면서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확대와 자법인 설립 허용계획을 내놓았다. 이번 개정안은 그로부터 반년 만에 나온 것이다. 복지부는 그동안 의약계발전협의체와 별도 의약계 간담회, 개별단체 방문 등을 통해 보건의료단체의 의견을 충실히 수렴했다고 강조했다.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확대와 자법인 설립 허용이 악화된 병원의 경영여건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일자리 창출과 다른 비영리법인과의 형평성 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러나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의료영리화 논란에 또다시 불을 댕기게 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료영리화저지특위는 10일 성명을 내고, “결국 의료법인의 영리추구를 부추겨 의료의 질 하락과 의료비 상승과 같은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한 복지부의 입법예고안이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정의당 의료영리화저지특위도 이 날 정책논평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일으켰던 선령 규제완화와 닮은 꼴 정책”이라며 “국민적 합의 없고, 국민 건강을 돈벌이로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의료민영화 정책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경고했다. 참여연대도 성명을 내고 편법적인 의료영리화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와 관련해 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24~28일 총파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이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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