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좀 키워보려다… 성장 호르몬 부작용 급증

톰 행크스가 주연한 1980년대 할리우드 영화 ‘빅(Big)’은 하룻밤 새 어른이 된 소년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내 호평 받았다. 이러한 허구를 현실에 담아내고 싶기라도 한 것일까. 최근 이른바 키 크는 주사로 알려진 성장호르몬 주사를 오.남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성장호르몬 주사를 처방 받는 사람은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목희(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에만 3927명에 이른다. 최근 3년간(2011~2013년 상반기) 1만1천명이 넘는다.

부작용으로 피해를 겪는 사례도 급증했다. 2008년 2건이던 유해 사례 보고 건수는 2013년 9월 기준으로 67건까지 늘어났다. 처방의 66%가 비급여였는데, 이는 치료 목적보다 단순한 성장발달용이나 다이어트용으로 처방받았다는 것을 뜻한다.

성장호르몬 주사에는 소마트로핀이라는 제제가 쓰인다. 키 크는 약 정도로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원래 성장 장애라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됐다. 이 때문에 성장호르몬 분비가 부족한 소아나 성장호로몬 결핍증을 가진 성인에게만 제한적으로 처방되고, 이들에 한해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즉 의학적 적응증이 있어도, 치료 효과는 제한된 범위에서 검증됐다.

현재 국내에서 성장호르몬 치료 효과가 인정된 의학적 적응증은 모두 7가지이다. ▲소아 성장호르몬 결핍증 ▲터너증후군(여아의 성염색체 이상에 따른 저신장증) ▲만성 신부전에 의한 저신장 ▲성인 성장호르몬 결핍증 ▲프래더-윌리 증후군(염색체 이상에 따른 저신장증) ▲누난 증후군(남성 터너증후군) ▲자궁내 성장지연에 의한 저신장이다.

성장호르몬 주사는 비교적 안전한 치료법으로 부작용이 30% 미만이다. 성장호르몬에 문제가 없어도 키가 유달리 작은 아이들에게도 종종 사용된다. 하지만 의학적 적응증이 있는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효과가 작고, 치료 효과도 개인마다 다르다. 성장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 또한 없는 실정이다.

치료기간이 길어질수록 성장효과도 떨어져 용량을 더욱 올리게 된다. 이에 따라 오.남용될 가능성이 있어 부작용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성장호르몬 주사를 오.남용하면 발진, 부종, 유방 비대, 혈당상승, 갑상샘 기능 저하, 척추측만증, 시력손상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정기적으로 효과와 부작용을 추적 관찰해야 한다.

비용 대비 효과도 따져봐야 한다. 보통 성장판이 닫힐 때까지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는데, 비급여라면 연간 치료비가 검사비를 포함해 1천만원 수준이다. 키 콤플렉스를 덜기 위해 주사를 맞는 아이라면 정신적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일주일에 6~7회 주사를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9일 “성장호르몬 제제를 올바르고 안전하게 사용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안내책자와 리플릿을 배포하는 한편, 성장호르몬 제제가 정상인을 위한 키 크는 주사로 오.남용되지 않도록 허위 및 과대광고 점검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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