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애도 속에 의사협회는 집안싸움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있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에서 내분 사태가 불거졌다. 노환규 회장 측과 의사협회 대의원들과의 파열음이 전해진 것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사회 각계의 많은 행사와 모임이 취소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19일 오후 5시 서울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노환규 회장 불신임안’ 투표를 진행했다.

이날 전체 대의원 242명 가운데 178명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136명, 반대 40명, 기권 2명으로 ‘대의원 3분의 2의 출석 및 출석 대의원 3분의 2의 찬성’ 요건을 충족해 불신임안이 가결됐다.

하지만 노환규 회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회원들이 찾는다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취지의 글을 남겨 불신임 결의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 회장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조치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회장측은 대의원총회에 앞서 의사회원 1만6376명이 참여해 92.8%가 불신임안을 반대했다는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전공의들의 모임인 전국의사총연합회(전의총)는 지난 18일 “노환규 회장 탄핵을 위한 대의원회 임시총회 개최를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써 대한의사협회는 걷잡을 수 없는 ‘정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노환규 회장은 잔여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두고 있어 이번 결정이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면 의사협회는 60일 이내에 회장 선거를 치러야 한다. 대의원회 결정에 따라 노 회장의 직무는 정지됐으며, 의협 집행부(상임이사회)는 회장 직무대행에 김경수 부회장(부산시의사회장)을 선출했다.

이날 대의원회는 노 회장이 명예훼손, 품위손상, 부적절한 언행 등으로 의협 내부의 분열을 야기했다며 불신임안 투표를 진행했다.

상임이사회는 그러나 “대의원회의 불신임안 의결과 관련해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 당사자인 노 회장의 소명 발언 등 의견 개진이 보장됐어야 했지만 회의장 진입조차 봉쇄당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의협 회관에는 검은 양복을 입고 ‘진행요원’이라는 명찰을 단 사설 경호업체 직원 20여명이 곳곳에 배치됐다. 대의원회측은 “SNS 등을 통해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 등 험악한 말들이 돌아 회의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경호업체 직원)을 불렀다”고 했다.

사상 초유의 의협회장 탄핵과 불복 사태로 인해 의협은 당분간 엄청난 파열음을 낼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 가운데는 세월호 침몰 사건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명하며 개인 행사를 연기한 사람도 많다. 정쟁을 일삼던 정치권도 지자체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하는 등 숨을 죽이고 있다.

의사협회의 내분 사태에 언찮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다. 꼭 이 시기에 불썽사나운 집안 싸움을 해야되느냐는 질타인 것이다.

세월호 생존자와 유가족들은 극심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지난 17일 전문의로 구성된 ‘진도여객선 참사 위기 대응팀’을 구성해 생존자와 유가족의 충격 완화를 위한 의료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대한의사협회는 이런 민감한 시기에 목소리를 높이며 대놓고 집안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세월호 생존자와 유가족을 돕기 위한 일부 의사협회 구성원이나 고대 안산병원, 경기도의사회 등 의사들의 노력은 큼지막한 의사협회 내분 뉴스에 모두 묻혀버린 느낌이다. 원격진료나 의료영리화, 의료수가와 관련, 의사들에게 지지를 보냈던 일부 국민들도 등을 돌릴 판이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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