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인체 배아줄기세포 복제 성공

 

차병원 이동률·정영기 교수팀

국내 연구진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인체의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2004년 황우석 박사가 과학저널 사이언스를 통해 발표하면서 세계 최초로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조작으로 드러난 것이다.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 이동률 교수와 미국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 정영기 교수 연구진은 생명공학 분야 권위지인 셀의 자매지 ‘셀 스템 셀(Cell Stem Cell)’ 인터넷판 18일자에 “성인 남성의 피부 세포를 추출해 핵이 제거된 난자와 융합,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기증받은 난자의 핵을 제거하고 75세와 35세 성인 남성의 피부 세포의 핵으로 바꿔 넣어 각각 배아를 만든 뒤, 여기서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배아줄기세포는 인체의 각 부분으로 자라나기 전의 원시세포로, 파킨슨병·실명 등 난치병 환자 치료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실명 환자가 자신의 세포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 건강한 눈 세포로 길러낸 뒤 병에 걸린 눈 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

자신의 세포로 환자 개개인에 필요한 맞춤형 세포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인체의 거부반응을 줄일 수 있는 것이 줄기세포 치료의 최대 장점이다. 이에 앞서 작년 5월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인간의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

하지만 미탈리포프 교수팀은 태아와 신생아의 피부세포를 이용했다. 태아나 신생아 세포는 아직 덜 자란 상태여서 복제가 쉽지만 노화가 진행된 성인 세포는 복제하기 어렵다.

난치병 환자 대부분이 성인인 점을 감안하면 차병원 팀의 연구는 환자 맞춤형 치료제를 상용화하는 국제 경쟁에서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성과로 우리나라가 복제 배아줄기세포 치료제를 빨리 개발해낼 가능성이 커졌다. 이동률 교수는 “독성검사 등을 거치는 데 1~2년쯤 걸릴 것”이라며 “이르면 2년 내에 환자 맞춤형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로 임상시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치료는 뇌, 심장, 척추 등 모든 인체 부분에 적용할 수 있다. 차병원 연구진은 이 가운데 파킨슨병과 실명 분야 치료기술을 먼저 개발 중이다.

전문가들은 학문적인 성과로는 환영할 일이라고 반기면서도 난자를 활용한 연구라는 점에서 윤리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임상시험을 하려 해도 난자 활용이 까다로운 국내 규정상 승인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차병원은 국내 연구가 어려워지자 난자 확보가 용이한 미국에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세계 줄기세포 시장은 2012년 11억달러(약 1조1400억원)에서 2020년에는 160억달러(약 16조6200억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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