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맥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의사

전극도자절제술 2500여명… 세계적 성과

 

고려대 안암병원 김영훈 원장(56)은 지난해 말 성형외과의 명의로 유명한 김우경 고려대의료원장(61)으로부터 병원장 직을 제안 받고 한동안 손을 내저었다. 전국에서 부정맥 환자가 몰려와서 가뜩이나 4, 5개월을 기다려야 첫 진료를 할 수 있는데 병원장이 되면 진료시간이 줄어 환자가 더 오래 기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김 원장은 또 올해 1월부터 아시아태평양부정맥학회의 회장을 맡기로 돼 있었다. 의사 3000여명이 참가하는 학회를 개최하면서 아시아 개발도상국에 부정맥 환자의 치료법을 보급하며 앰뷸런스 시스템과 급사 예방 체계를 보급하는 일까지 이끄는 바쁜 자리다.

김 원장은 의료원장의 거듭된 간청에 원장에 취임해서 자신이 이끄는 ‘막강 부정맥 센터’의 후배 의사에게 맡기려 했더니, 환자들이 “김 원장에게 꼭 진료를 받아야겠다”며 들고 일어났다. 그는 결국 토요일에도 진료를 보는 방법으로 환자 적체를 해소하기로 했다.

700여명, 아예 급사공포에서 해방

 

김 원장은 1998년부터 2500여명의 심방세동 환자를 전극도자절제술로 치료하고 있는 부정맥 분야의 세계적 의사다. 심방세동은 심장의 심방이 힘껏 박동하지 못하고 불규칙하게 빨리 뛰는 병으로 우리나라에서 80만~100만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극도자절제술은 사타구니의 혈관으로 치료기구를 넣어 심장까지 보낸 뒤 정상적인 전기 흐름을 방해하는, 스파크가 튀는 부위를 지지는 시술법이다.

김 원장이 이 시술을 도입할 때 동료 의사들은 “왜 무리하느냐”고 핀잔을 줬다. 처음에는 재발률이 70%에 이르렀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부적절한 치료라며 치료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시술법을 갈고 닦았고 발병 2년 이하의 환자는 95%, 2~5년 환자는 85%, 5년 이상 만성 환자는 65~70%가 김 교수의 시술을 통해 급사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는 자신에게 시술을 받은 심방세동 환자 가운데 상태가 좋으면 모든 약을 끊게 하고 있으며 병원에 올 필요 없이 안심하고 살도록 만들고 있다. 혹시 불안하면 동네 개원의사에게 심전도를 찍게 하고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보내 체크하고 있다. 700여 명의 환자에게 일종의 ‘무료 원격의료’를 실시하고 있는 것.

김 원장은 어릴 적부터 의사를 천직으로 알면서 자랐다. 의사가 꿈이었던 어머니는 목사인 아버지와 결혼하면서 꿈을 접어야 했지만 ‘백마’ 태몽을 꾸고 김 원장을 낳았다. 김 원장의 온가족은 ‘백마=흰 가운의 의사’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그는 또 본과 3학년 때 응급실로 실습을 갔다가 인사불성의 부정맥 환자가 극적으로 낫는 모습을 보고 부정맥울 평생의 전공으로 삼았다. 마침 모교에는 우리나라 순환기내과의 토대를 닦은 고 서순규 교수와 고혈압, 심장병 분야의 명의 노영무 교수가 있어 심장에 대해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김 교수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당시 부정맥 분야의 최고 대가로 꼽혔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김성순 교수에게 1주일에 한 번 ‘개인과외’를 청해서 공부했다. 연세대와의 인연은 1991년 이렇게 시작해서 현재 세브란스병원에서는 고려대 출신의 박희남 교수, 고대 안암병원에서는 연세대 출신의 심재민 교수가 진료를 보고 있다.

미국 심장학회 등서 ‘젊은 연구자상’ 연속 수상

김 원장은 1993년부터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부정맥 환자를 돌보다가 9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의 시다스 사이나이 병원 부정맥연구소로 연수를 갔다. 그곳에서 밤새워 부정맥 연구에 매진,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심장학회와 미국심장협회의 ‘젊은 연구자상’을 연거푸 수상했다.

김 원장은 지금까지 140여 편의 논문을 국제학술지(SCI)에 발표하면서 부정맥 분야의 세계적 의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2008년 심방세동이 재발하거나 심장근육이 지나치게 두꺼운 환자에게 심장내막뿐 아니라 심장 바깥쪽도 지져서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2011년에는 미국 휴스턴의 감리교병원 부정맥 팀과 함께 자기공명촬영(MRI)으로 심장의 상처조직을 확인한 뒤 혈관에 알코올을 주입해서 난치성 심방세동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난치 환자 위한 치료법 잇단 개발… 24시간 응급시스템 도입도

 

지난해 7월에는 국내 최초로 ‘24시간 응급 심장마비 부정맥 시술 시스템’을 도입했다. 부정맥 때문에 심장에 ‘전기폭풍(Electrical Storm)’이 불어 일반적인 전기 자극으로 되살아나지 않는 환자에게 인공심장을 설치해서 생명을 살리는 시스템이다.

김 원장은 1월 20일 병원장에 취임하면서 “고대 안암병원에 미국의 초일류 병원인 메이요 병원의 색깔을 입히겠다”고 선언했다. 병원 도약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고 아이디어를 얻느라고 각계의 인사를 만나고 있다. 그는 이 병원 부정맥센터를 세계적 병원으로 도약시키기 위해서도 밤낮없이 고민하고 있다.

부정맥 치료 베스트닥터에 김영훈 원장

김영훈 원장에게 물어본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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