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무릎 4시간 수술… 감독 재기 확신”

화제의 의인(醫人) ⑤ / 8년째 축구 대표팀 주치의 송준섭 원장

소치 동계올림픽에 이어 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될 세계적 스포츠 이벤트가 오는 6월 열린다. 바로 2014 브라질 월드컵(6월13일~7월14일·상파울루 등 12개 도시)이다.

한국은 벨기에, 러시아, 알제리와 같은 H조에 속해 16강 진출을 다투게 된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대회 16강 진출을 이룬 한국축구는 이번 월드컵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까.

2007년부터 축구대표팀 주치의를 맡고 있는 송준섭(45) 서울제이에스병원 대표원장. 송 원장은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한국축구가 뭔가를 보여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노트북엔 선수별 부상 경력 등 극비사항 가득

“제가 축구협회와 인연을 맺은 뒤 참가한 국제대회에서 우리나라 축구가 여러 차례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2009년 17세와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에서 모두 8강에 올랐고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16강 달성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 획득 등을 이루며 선수들과 기쁨을 나눴습니다.”

“한국축구가 이렇게 큰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원동력은 특유의 결집력입니다. 런던 올림픽에서 축구 종주국이자 홈팀인 영국을 만났을 때 이기리라고 생각한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이 영국을 꺾었을 때 한국인의 강한 결집력과 단결력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이런 힘을 발휘해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봅니다.”

송 원장은 H조 상대들이 만만치가 않지만 조별리그를 통과할 것이고 16강 이후부터는 무한 시너지를 발휘하며 어느 팀을 만나도 팽팽한 접전을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송 원장의 노트북 속에는 대표선수들의 메디컬 프로필이 극비사항으로 담겨 있다. 선수별로 과거 부상 경력과 각종 기초 자료 등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해외 프로축구팀에서 뛰는 선수들은 각 구단 의료팀이 보내준 더욱 상세한 정보들이 들어 있다. 송 원장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2년 동안 꾸준히 자료를 준비해 메디컬 프로필을 완성했고 이후 계속 업그레이드를 해왔다.

“감독은 쫓겨나는 수 있어도 나는 절대 자리 고수”

“대표팀에 합류하면 보통 아침식사하고 곧바로 선수들 몸 상태를 체크합니다. 몸살 난 선수는 없는지, 배탈이 난 선수는 없는지…그리고 재활팀장 등과 그날의 전반적인 치료 계획에 대해 논의하고, 전날 치료일지 작성, 자료정리 등을 하다 보면 오전은 후딱 가버립니다. 점심 후에는 오후 훈련에 대비한 선수 컨디션을 체크하고, 전날 치료 효과를 점검합니다. 저녁에는 치료실에서 부상선수와 재활치료 선수들을 치료하다 보면 보통 밤 11시는 돼야 마무리가 됩니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건강을 책임져야 한다는 임무 때문에 책임감이 큽니다. 코칭스태프에게 선수들의 몸 상태와 부상 상태 등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대표팀에서는 선수가 환자고, 감독이 보호자인 셈입니다. 온몸에 땀이 흐를 정도로 긴장감이 느껴질 때는 부상선수가 발생할 때입니다. 부상 하나에 선수의 운명이 왔다 갔다 하고, 그로 인해 대표팀 전력이 오르락내리락하니 발목만 조금 삐걱해도 신경이 곤두섭니다.”

송 원장이 축구대표팀과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영설 연세의대 교수(신경외과)가 추천을 했기 때문이다. 학회에서 만난 윤 교수가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수술경험이 풍부한 송 원장에게 주치의를 맡아보라고 권유를 한 것.

그래서 아무나 앉을 수 없는 축구대표팀 벤치에 앉기 시작한 지 벌써 8년째가 됐다. 주치의는 경기 도중 감독이 퇴장당해 관중석으로 쫓겨 가는 일은 있어도 절대 자리를 비워서는 안 되는 중요한 존재다. 경기장에서는 승부도 중요하지만 선수 보호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병원 경영 지장 많지만 선수들 치료하며 많은 것 배워

대표팀이 소집되면 늘 같이 행동해야 하는 주치의. 병원을 운영하는 대표원장으로서 개인적으로 손해는 없을까.

“병원 운영에 영향이 있지만 의사로서 많은 것을 배운 데 더 만족합니다. 예를 들어 연골판 절제술 후에는 관절염이 온다는 게 상식으로 통했습니다. 그런데 박지성 선수는 연골판 절제술을 받았지만 근육을 강화시키면서 관절염 없이 거뜬히 재기 했습니다. 이렇게 대표팀에서 쌓은 의학 지식과 기술은 돈 주고도 절대 살 수 없는 것입니다.”

송 원장의 의술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드러난 것은 바로 지난달이었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10여 년 전부터 문제가 있던 오른쪽 무릎을 수술 받기 위해 송 원장을 찾아온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10여 년 전부터 오른쪽 무릎에 문제가 있었는데, 노화·체중증가 등으로 최근에는 상태가 더 악화된 상태였습니다. 진단을 해보니 오른쪽 무릎을 완전히 펼 수 없었고 그로 인해 걸을 때마다 다리를 절었습니다. 무릎 연골은 모두 닳은 퇴행성 관절염 말기에 해당했고, 오른쪽과 왼쪽 다리의 근력 차이는 35~50%나 났습니다.”

송 원장에게 연락을 하기 전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에서 여러 치료를 강구했다. 그러나 인공관절 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히딩크 감독은 수술 전과 같이 지도 생활을 하고, 평소 좋아하던 골프도 계속 칠 수 있는 치료를 원했다.

그러나 인공관절 수술을 하면 10명 중 7명은 수술 전에 즐겼던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소리를 듣고 히딩크 감독은 수술을 망설였다. 그러던 차에 지난해 10월 브라질과의 친선경기 관전 차 방한해 송 원장을 만났다.

“히딩크 감독을 만난 자리에서 치료법에 대해 논의를 했습니다. 인공관절을 심지 않고도 줄기세포 치료와 과학적인 재활을 통해 수술 전과 같이 무릎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얘기를 했죠. 그러자 히딩크 감독이 치료를 요청했습니다.”

히딩크 무릎 엉망…성형수술차 방한했다는 건 낭설

송 원장은 히딩크 감독의 잘 펴지지 않는 무릎을 교정하기 위해 무릎 뒤의 튀어나온 뼈 돌기를 섬세하게 잘라냈다. 근육은 손상시키지 않고 정밀하게 해야 하는 수술이라 수술 시간이 4시간이나 걸렸다.

그 다음에 모두 닳은 연골을 재생시키기 위해 탯줄혈액(제대혈)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무릎 연골에 주입했다. 줄기세포를 넣으면 8~12주 동안 분화하면서 연골이 완성된다. 그동안 무릎에 가해지는 체중 부하를 최소화하기 위해 히딩크 감독은 휠체어를 타야 했다.

“기존의 줄기세포 치료는 골수를 뽑는 등 자기 몸에 상처를 내야 했고 농도가 옅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이 쓴 줄기세포 치료제는 탯줄혈액에서 추출한 것이라 몸에 상처를 내지 않아도 되고 줄기세포 농도가 진한 장점이 있습니다.”

“이와 함께 오른쪽 다리의 근력을 회복시키는 재활치료를 실시했습니다. 제가 대표팀 주치의를 하면서 외국 각국에서 본 첨단 재활시스템을 병원에 설치해 놓았는데 히딩크 감독이 전담 트레이너의 도움으로 재활 치료를 적절하게 잘 받았습니다.”

송 원장은 원격으로 히딩크 감독의 재활 상황을 체크한다. 오는 6일 그리스에서 열리는 한국-그리스 축구대표팀의 평가전 이후 네덜란드를 들려 히딩크 감독을 만나 진단을 해볼 계획이다.

“히딩크 감독의 수술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습니다. 유럽에 가서도 한국 의료의 우수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히딩크 감독이 복부 지방 제거와 눈 처짐 성형 수술 등 미용을 위해 방한했다는 것은 사실과는 다릅니다. 오로지 무릎 치료를 위한 수술만 제게서 받았습니다.”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히딩크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 이후 다시 네덜란드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것으로 알려졌다. 송 원장의 수술이 성공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소식이다.

골이 깊으면 산 높아…박주영 관대하게 지켜봐주길

축구대표팀을 누구보다 속속들이 알고 있는 송 원장이 축구팬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없을까. 그것은 오랜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박주영(왓포드)을 관대하게 지켜봐달라는 것이다.

“남아공 월드컵 때 경기 전 박주영이 팔꿈치 탈골 부상을 입었습니다. 거기에 자살골을 넣어 너무 안타까웠는데 나이지리아전에서 프리킥으로 골을 넣어 16강 진출의 견인차 역할을 했습니다. 박주영을 지켜보면서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최악의 부진을 겪은 만큼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다시 재기해 좋은 활약을 할 것으로 기대해 볼만 합니다.”

월드컵을 앞둔 송 원장의 바람은 딱 한 가지. 태극전사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제 실력을 발휘해 온 국민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선수들의 건강을 돌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권순일 기자 kstt77@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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