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도 검술도 결국은 활인” 백의의 검객

화제의 의인(醫人) / ③ ‘나눔문화 전도사’ 김한겸 고려대 병리학 교수

 

 

고려대 의과대학 병리학 김한겸 교수(59). 김 교수는 지난해 12월 ‘2013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 개인부문에서 안전행정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의대 교수인 그가 무슨 자원봉사를 했기에 장관상을 받았을까.

사실 이 상은 의사로서 보다는 대학 학생처장으로서 고려대 사회봉사단 창단에 일조하며 학생들과 소외된 지역 주민들을 찾아 나눔 활동을 펼친 데 대한 것이었다. 김 교수는 2008년 고려대 사회봉사단을 만들어 학생들과 소외된 지역 주민들을 찾아 연탄 배달 및 무료 급식, 농촌 일손 돕기, 교육 브나로드 운동 등 나눔 활동을 펼쳤다.

‘2013 대한민국 자원봉사 대상’ 개인부문 장관 표창

“3년간 학생처장을 맡아 일하면서 사회봉사단 활동을 이끌었습니다. 농촌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서 봉사활동을 했는데 그중에서도 농촌 지역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 봉사활동을 한 게 기억에 남습니다.”

“교육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르친 아이들을 고연전 행사에 초청하기도 했습니다. 봉사단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봉사단을 했던 기간이 내 인생에게 가장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너무 좋았고, 또 가르친 아이들이 상급학교로 잘 진학할 때 보람이 컸습니다.”

김 교수는 사회봉사단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의료 후진국인 몽골 쪽에서의 봉사활동을 통해 ‘나눔문화 전도사’라는 별칭이 붙었다. 그는 2005년부터 몽골을 매년 두 번씩 방문하면서 몽골 의사를 가르치는 봉사를 해오고 있다.

“전공이 병리학이기 때문에 병리학을 연구하면서 부검하고 사인을 밝히는 것을 배웠습니다. 전문의가 된 후에는 군대에 가게 되었는데 과학수사연구소에서 근무했습니다. 교수가 된 후에는 지금까지 미라 연구에 열중을 하고 있는데 2005년 몽골에서 발굴된 뼈에 대한 분석이 들어와 몽골과 첫 인연을 맺었습니다.”

매년 2번씩 몽골 방문, 몽골 의사들 상대로 교육 봉사

“그런데 몽골의 의료 현황을 알게 되면서 1980년대의 우리나라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파견한 외국 의사들이 한국에 와서 자궁경부암 진단 기법 등을 교육을 통해 전수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우리가 몽골 의사들을 상대로 교육 봉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교수는 2005년부터 매년 두 번씩 몽골을 방문하며 몽골 의사들을 가르치는 봉사를 해오고 있다. 몽골 의사 중에서 절반은 다른 몽골 의사를 가르칠 수 있도록 했다. 몽골의 병리학 의사들에게 학회를 구성하게 하고 몽골 여성에게 가장 많은 자궁경부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도록 이론과 실습을 겸비한 교육을 했다.

“몽골 구석구석을 누비며 교육에 힘썼습니다. 보통 몽골을 한번 가게 되면 9일 정도는 머무는 데 모든 경비는 자비로 마련했습니다. 한 가지 재미난 점은 이렇게 교육받은 병리 의사들이 몽골 의사들 중 제일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겁니다.”

몽골에서의 이런 경험을 토대로 김 교수는 고려대 사회봉사단을 만들게 됐다. 김 교수는 올해에도 몽골을 방문할 계획인데 이번에는 알타이산맥 넘어 오지까지 가서 교육 봉사 활동을 해볼 참이다.

중학교때 검도 입문, 7단 올라…가는 곳 마다 검도부 창설

‘나눔’, ‘봉사’ 등과 함께 김 교수를 얘기할 때 빼놓아서는 안 될 게 또 한 가지 있다. 바로 검도다. 김 교수는 검도 7단의 절대고수로 검도 유단자 교수 200여명으로 구성된 한국교수검사회 회장을 맡고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검을 잡았습니다. 당시 가정교사를 하시던 분이 검도를 해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지요.”

김 교수는 대학(고려대 의대 74학번)에 진학한 뒤 더욱 검도에 빠져들었다. 본과 2학년이던 1977년 검도 3단이었던 그는 의대 최초로 검도부를 만들었다. 고려의대 검도부는 현재까지 30년을 이어오는 동안 각종 국내 대회를 석권하며 명실상부 최고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후에도 가는 곳마다 검도부를 창설했다. 1995년 그가 속한 고려대 구로병원에 검도관을 설립했다. 2000년에는 한국의사검도회를 만들어 초대회장을 역임했고, 2001년 의사·의대생 검도대회를 신설하기도 했다.

중요 외부 직책만 6…바쁜 와중에도 세계 곳곳 누비며 봉사

“검도를 하다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상대가 있으므로 집중력이 생기게 됩니다. 심혈관 호흡계통이 좋아지고 전신운동이기 때문에 근력도 강해지게 되죠. 또 검도란 운동이 시작할 때도 예로 시작하고 끝날 때도 예로 끝나기 때문에 자세가 바르게 되고, 선후배가 모여서 같이하기 때문에 선후배 간 공경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8단에 도전할 생각으로 금요일 밤마다 고려대 도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검도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2010년 러시아에 갔다가 검도를 전수해 일종의 나눔 활동을 한 적도 있습니다.”

김 교수는 참 바쁘게 산다. 현재 미래창조과학부 지정 인체유래검체 거점센터장과 식약처 연구정책심의위원회 위원,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이사, 대한암협회 집행이사, 한국도핑방지위원회 위원장,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 전문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해내면서도 틈틈이 몽골과 우간다 곳곳을 누비며 의료봉사에 힘쓰고 있는 김한겸 교수. ‘나눔문화 전도사’라는 명예로운 별칭이 어울리는 아름다운 의인(醫人)임에 틀림이 없었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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