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면 술, 몸이면 몸” 슈퍼맨이라 불리는 의사

화제의 의인(醫人) / ② ‘슈퍼맨’ 김원곤 서울대 흉부외과 교수

기자들은 인터뷰를 앞두고 대상자에 대해 상세하게 자료조사를 한다. 기본 인적사항과 업적은 물론, 취미 등등까지 알아본 뒤 인터뷰할 내용을 구상한다.

서울대 의대 흉부외과 김원곤(60) 교수와의 인터뷰를 앞두고도 그랬다. 그런데 그에 대해 알아볼수록 점점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슈퍼맨’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너무나 많은 일을 한 사람이 거의 완벽하게 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선 그는 자기 전공분야에서 정상의 위치에 오른 명의였다. 국내 심혈관 분야 권위자인 그는 흉부외과와 심장병, 심장수술에 관한 책을 8권이나 냈다. 번역서도 아닌 집필저서를 의사가 이렇게 많이 낸 것은 유례가 없다고 한다.

역사에도 관심이 많아 흉부외과와 관련된 역사논문도 여러 편 썼다. 이렇게 자기전공 분야에서 업적을 쌓은 것만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다방면에서 뛰어난 자질을 발휘하고 있다.

심장병 관련 서적 8권, 5개국어에 능통한 명의

 

이는 그에게 붙어있는 여러 가지 별명만 봐도 알 수 있다. ‘외국어 귀재’, ‘몸짱 교수’, ‘술 전문가’….

그는 영어를 비롯해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능통하게 한다. 원서 독해는 물론, 원어민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수준이다. ‘50대에 시작한 4개 국어 도전기’라는 책도 써냈다.

2009년에 이어 2012년 ‘몸과 혼’이라는 사진집을 낼 정도로 근육질의 몸짱이기도 하다. 서울대 의대 재학시절 의·치대 역도부를 창설했고 태권도, 유도를 섭렵한 그는 이후에도 꾸준히 웨이트트레이닝을 해 프로 보디빌더 못지않은 몸을 소유하고 있다.

또한 그는 ‘술 전문가’이기도 하다. 술 마시기를 즐길 뿐 아니라 술에 대한 지식도 해박하다. 서울대병원 웹진에 ‘김원곤 교수의 엔돌핀 술 이야기’를 연재했고, ‘술과 건강’, ‘술 기행’ 등을 썼고 지금도 주간지에 ‘영화 속 칵테일’이라는 글을 연재하고 있다.

그가 모은 술병 미니어처만 1500여개가 넘는다. 그래서 ‘Mini Bottle Collector(미니어처 술병 수집가)’라는 영문으로 된 명함을 따로 만들어 가지고 다닐 정도다.

끝없이 꿈을 추구하는 낭만적 기질에 끈기도 남달라

그의 이런 초인적인 활동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그는 “꿈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낭만적 기질을 타고 난 데다 원래 끈기가 있는 성격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일을 동시해 해내는 멀티태스킹과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능력을 꼽았다.

“주말이면 탄천 근처를 뜁니다. 그런데 달리기를 할 때 외국어 단어 30~40개를 외웁니다. 그리고 달리면서 단어를 입으로 말하고 머리로 생각합니다. 이렇게 진료나 수술 외의 일을 할 때에는 멀티태스킹을 하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합니다.”

“‘영화 속의 흉부외과’ 같은 원고를 쓸 때에도 영화를 틀어놓고 책을 보다가 병원이나 수술 하는 장면이 나오면 비디오를 멈추고 그 부분만을 다시 보면서 글을 구상하는 식입니다.”

서울대병원 정맥클리닉 책임자인 김 교수는 병원 본원과 강남 분원을 오가며 매주 화, 목, 토 외래진료를 담당하면서 4개 외국어 학원에서 일주일에 6번 수강을 받고 있다. 또 운동과 함께 틈이 나면 지인들과 어울려 술 한 잔 마시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바늘 하나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로 살고 있지만, 잠은 충분히 자고 있습니다. 의지만 있으면 저처럼 많은 일을 해내며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고교 때 폭력서클 가담…대학땐 역도 태권도 유도 섭렵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그는 부산에서 경남고등학교를 다녔다. 고교 시절 공부도 잘했지만 럭비를 하고 폭력서클에 가담한 적이 있을 정도로 껄렁껄렁한 스타일이었다. 술맛을 알게 된 것도 그 즈음이었다.

“성격이 낭만적이라 비슷한 친구들과 어울리며 약간 일탈적인 행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초등학교 때부터 12년간 개근을 할 정도로 정상적인 궤도에서 크게 벗어난 적은 없습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도 약사를 했던 조부와 의사였던 부친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의대를 택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역도를 비롯해 태권도, 유도, 육체미 등 여러 가지 운동을 했다. 의대생으로 ‘딴 짓’을 너무하자 학생과장 교수가 “체육과로 전과시켜주겠다”고 까지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운동을 좋아하고 대외활동에 지나치게 적극적이었지만 성적이 늘 좋으니 주위에서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김 교수가 최근 펴낸 책은 ‘세계 지도자와 술’이다. 지난해 11월 출간한 이 책에는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을 비롯해 영국의 찰스 왕세자,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 등 세계적인 지도자들이 등장한 역사적 주요 장면과 그 속에 얽힌 흥미로운 술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적당히 마시면 활력소” 술에도 일가견… 책까지 발간

그와 술을 떼놓고 얘기할 수는 없다. 의사라고 술 마시지 말란 법은 없지만, 김 교수처럼 ‘술 전문가’라는 별명이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술이 무조건 몸에 안 좋다는 일반론은 잘못된 겁니다. 특히 심혈관 계통 질환을 앓는 환자에게는 술이 나쁘지 않습니다. 외국의 건강지수 체크리스트를 보더라도 술은 어느 정도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담배는 피우는 양이 적을수록 점수가 높게 나오지만 술은 조금 마시는 경우가 전혀 마시지 않는 경우보다 점수가 더 높습니다.”

“물론 간처럼 직접적으로 술에 악영향을 받는 장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얘기가 다르죠. 가족 중에 알코올 중독자가 있다면 그것도 안 됩니다. 술은 조심해야 하지만 무조건 건강에 좋지 않다는 단편적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술이 몸에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습니다. 폭음은 무조건 안 좋고요. 자기 몸에 맞게 적당히 마시면 삶의 활력소가 됩니다.”

김 교수의 주도(酒道)는 본인의 주량에 따라 음미하며 술을 마시 돼 남에게 절대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술은 사람마다 주량이 다른데, 잘 못 먹는 사람에게 술을 강요하는 것은 어린아이에게 마라톤을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술을 잘 먹느냐 못 먹느냐는 몸에 분해 효소가 많이 있느냐와 체중과 근육량 등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조건이 안 되는 사람에게 술을 강요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지요. 저는 제 주량을 알고 그 만큼만 천천히 음미하며 마십니다.”

그의 두 아들은 의학전문대학원과 의대를 다니며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의료인의 길을 밟고 있다. ‘자식농사’에도 누구보다 성공한 셈이다.

의사로서 고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다방면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 김원곤 교수. 생각하면 할수록 그의 엄청난 활동량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렸다. “그는 슈퍼맨이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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