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은 영화로 돈을 벌지 않는다

배지수의 병원 경영

 

트래픽의 자산가치를 활용하자

제가 친하게 지내는 내과 원장님이 계십니다. 그 분은 내과 개원을 해서 10년 이상 성실하게 병원을 잘 운영하고 계신 분이셨습니다. 하루에 200명 환자를 진료하신다고 하니, 매우 병원을 잘 운영하시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원장님은 한가지 고민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이렇게 많이 보면 뭐합니까? 하루 70명 이상 진료하면, 제도적으로 진료 단가가 떨어집니다. 환자를 많이 보는 게 오히려 손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저를 믿고 찾아오는 환자들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안 봐 주고 돌려 보내면 그것은 의사로써 도리가 아니지요.”

“저도 전공의 때 성형외과나 피부과를 전공했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랬어요. 이렇게 원가도 안남는 진료를 한다는 것이 자존심도 상하구요. 저도 비급여 진료 항목을 개발해서 단위 시간 당 수가가 좀 더 높은 진료를 하고 싶습니다.”

위와 같은 푸념은 외래 진료를 많이 보시는 원장님들에게서 들을 수 있는 흔한 내용입니다.

마케팅 측면에서 본다면 병원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환자가 적어서 고민하는 병원이고, 또 하나는 환자는 많은데 수익이 적어서 고민하는 병원입니다.

환자가 적어서 고민하는 병원은 환자를 어떻게 유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합니다.

환자가 많은데 수익이 안 나서 고민하는 병원은 좀 복잡합니다. 이런 원장님들은 공통적으로 의사가 교과서적인 진료에 전념하지 못하고, 비급여 항목을 찾아 개발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표현들을 자주 하시곤 합니다.

“의사가 교과서적인 진료만 해도 먹고 살 수 있어야 바람직한 의료 환경이다.”

이런 구호는 2003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대다수의 의사들이 주장하는 바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점점 교과서적인 진료만 해서 병원을 경영할 수 있는 상황과는 거리가 멀어져 가고 있는 듯 합니다. 최근 영리법인이니, 원격진료이니 하면서 의료 정책은 더 각박해 지는 이 상황에서, 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는 방안이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 떠오른 생각을 적어봅니다.

한번 엉뚱한 질문들을 던져 봅니다.

1. 서울대학교병원, 삼성병원 같은 대형병원들은 진료 수입만으로 경영이 잘 되는가?

2. 네이버나 구글은 검색 수입만 가지고 먹고 살 수 있을까?

3. 영화관은 영화 티켓 수입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눈치 빠른 분들은 진료 수입, 검색 수입, 티켓 수입의 공통점을 알아차리셨을 것입니다. 바로 대학병원, 네이버나 구글, 영화관의 “본연의 업무에서 나오는 수입”입니다.

1. 대형병원부터 살펴 봅시다.

내부 회계 자료를 직접 본 적은 없으므로 제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경영에 참여하시는 교수님과 대화를 한 내용으로 유추해 보면, 대학병원들은 진료 수입만으로는 적자를 보는 것 같습니다.

대형병원이 경영이 유지되는 이유는 다른데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중 하나가 장례식장입니다. 대학병원들의 장례식장은 항상 초만원이고, 그 가격도 싸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장례식장 말고도 대형병원들은 수익원은 또 있습니다. 요즘 대학병원 지하에 가 보면 푸드코트에 왔는지 착각이 들 만큼 맛있는 식당들이 즐비해 있습니다. 병원 현관이나 2층에는 맛있는 커피를 파는 카페가 있지요.

이런 식당들이나 카페는 상당히 좋은 목에 위치한 셈입니다. 대형병원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을 세 보십시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지 모릅니다. 그 어마 어마한 인구 중 10%만 커피를 한잔씩 사 먹는다고 해도 그 수가 가히 엄청난 수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2. 다음은 네이버나 구글을 생각해 봅시다.

네이버나 구글은 검색 엔진으로 시작한 회사입니다.

네이버는 기존에는 야후, 한미르, 알타비스타, 라이코스, 다음 등 수많은 검색 회사중 하나로 그다지 두곽을 나타내는 회사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2004년 즈음해서 “지식in” 이라는 상품을 출시하면서, “네이버에게 물어봐.” 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차별화된 검색 서비스를 내 놓으면서 치고 나가기 시작했고, 지금은 명실상부하게 시장 점유율 80%를 자랑하는 거대 독점 공룡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네이버에서 검색을 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돈을 낸 기억은 없습니다. 검색 서비스만 보면 네이버는 적자를 보는 수준이 아니라, 수입이 제로인데 지출만 하고 있는 바보같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소위 말해서 “너는 봉사하려고 사업하냐?” 라는 얘기를 듣기 딱 좋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네이버는 돈도 안되는 검색 서비스를 더 좋게 만들려고 꾸준히 어마어마한 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검색을 하려고 네이버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면 그 사람들로부터 수익을 창출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네이버는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하고, 그 광고를 하고 싶어 하는 광고주들에게 돈을 받는 구조로 회사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셈이지요.

결국 자신의 영역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게 만들고,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상품을 팔아먹는 것이 현대 사회의 비즈니스의 한 특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구글도 마찬가지입니다. 구글 드라이브를 써 보셨나요? 구글 드라이브를 안 써 보신 분들도 웹하드, 에버노트, 드롭박스 같은 것을 써 보신 분들은 제가 하는 말을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듯 합니다.

구글 드라이브의 경우 100GB 의 저장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는 IT 업계 전문가는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제가 구글 드라이브에 데이터를 저장할 때 아마 하드 디스크인지, 서버인지, 뭔지 모르지만 구글은 엄청난 물리적 공간을 저에게 빌려 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 때 비용이 들어가겠지요. 구글은 저 같은 사람에게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돈을 한푼도 요구 안하구요. 왜 그런 쓸데 없는, 손해를 보는 사업을 하고 있을까요?

그런 서비스를 제공함으로 인해서 구글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쓰게 하고, 그래서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뭔가 돈 되는 다른 상품을 팔겠다는 것이겠지요.

3. 끝으로 영화관을 생각해 봅시다.

영화를 하나 볼 때 우리는 7000원을 냅니다. 그리고 2시간 이상 그 공간에 머물게 되지요. 영화값이 자꾸 오르니 짜증나지 않나요?

그런제 영화관 운영자 입장에서 생각을 해 봅시다.

한 커플이 데이트 차 영화관에 옵니다. 두명이니 14,000원을 내고 영화를 보지요. 이 사람들은 주차를 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한대 세우고 들어왔겠지요. 영화를 본 티켓을 제시하면 주차비가 공짜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십시오. 영화관 운영자는 건물주가 아니라 건물주에게 세를 내고 영화관을 운영하는 경우가 대다수겠지요. 그런데 주차비는 건물주의 수입입니다. 그렇다면 건물주 입장에서 영화를 본 사람에게 주차비를 공짜로 해 줄 이유가 없겠지요. 누군가 내가 안낸 주차비를 건물주에게 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게 누구일까요? 당연히 영화관 운영자가 우리 대신 주차비를 건물주에게 내고 있는 것입니다.

주차비는 한시간에 3,000원이라고 칩시다. 고객들은 영화 2시간 보고, 바로 나가지 않겠지요. 저녁식사도 하고, 어영부영 하다 보면 3시간 정도 주차를 하게 됩니다. 결국 영화관 운영자 입장에서는 영화 티켓 두장 팔고 14,000원 받아서 9,000원을 주차비로 내는 셈입니다. 그런데, 그것만 비용으로 드는 것이 아닙니다. 영화 필름 사 오는 가격으로 수억원을 지출했습니다. 영화가 한번 상영되면 바닥에 팝콘 같은 여러가지 쓰레기도 널부러집니다. 영화 한번 상영할 때 마다 청소 아주머니가 청소를 합니다. 청소아주머니도 고용해야 하고, 티켓 받는 직원도 고용해야 하고 티켓 파는 직원도 고용해야 합니다. 남아있는 가장 큰 비용을 아직 생각 못했네요. 가장 큰 것은 뭐니 뭐니해도 건물 임대료겠지요.

영화관 운영자는 영화 티켓을 팔아서 남는게 없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그런데 다른 수입원이 있습니다. 영화관에서는 사람들이 영화만 보는 법은 잘 없습니다. 팝콘을 사던지, 콜라를 사던지, 핫도그를 사던지. 뭔가 먹는 것을 사서 들어가곤 합니다.

과거에 제가 컨설팅 회사에 있을 때 영화 산업쪽을 컨설팅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분석하기로는 영화관 입장에서는 영화 서비스로는 적자를 보는 대신 팝콘을 팔아서 수익을 남기는 사업이었습니다. 영화 장사는 팝콘 장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화관에 갈 때 도시락 싸 들고 가는 분들, 그리고 외부에서 음식 반입은 안된다고 써 좋은 것을 보고 욕 하신 분들, 이쯤 되면 좀 미안한 생각 안드시나요? 영화관 가서 팝콘 하나 정도는 사 주시는게 미덕인 듯 합니다.

이 정도 쯤에서 저에 대한 비난이 들립니다. 어떻게 신성한 의료 행위를 다른 상업적인 비즈니스와 같이 놓고 생각하느냐구요? 그 말에 대해서는 제가 할 말이 없습니다. 저도 의사인 입장에서 비즈니스적인 논리를 생각 안하고 그냥 교과서적인 진료만 하고 먹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까운 마음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제가 의과대학에 입학한 1993년 이후 지금까지 진행되 온 과정을 볼 때 의료 환경은 점점 시장 논리에 의해서 지배되는 쪽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여기서 저는 상황의 변화에 대한 가치 판단은 배제하고 그냥 시장 논리에 맞춰서 풀어 보고 싶습니다.

제가 위에서 대학병원, 네이버, 구글, 영화관 예를 들었는데 이 사업의 공통점이 뭔지 아시겠나요? 이 글에서 제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바로 “트래픽 Traffic” 이라는 개념입니다.

카페를 열던지, 식당을 열 때 우리는 “목이 좋은 곳에 열여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여기서 목이란 단어에 초점을 맞춰 봅시다. 네이버 사전에서 찾아보니, 목은 “짐승이 지나가는 길목, 도피로 등 포수가 대기하는 장소.” 라고 나와 있군요.

점포를 열 때 목이라는 것을 잘 봐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결국 그 앞을 지나가는 유동인구의 수가 많은 곳에 열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코엑스 같이 엄청난 유동인구가 지나다니는 곳에 점포를 열면 왠만해서는 장사가 잘 됩니다. 우리나라에 대표적으로 목이 좋은 곳은 명동, 강남역, 코엑스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유동인구는 사업의 성공에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위에 네이버나 구글, 그리고 영화관은 자신의 본연의 업인 검색 서비스, 영화 서비스에 전념해서는 먹고 살수 없는 현실을 그리 원망하고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신 자신의 본연의 업무가 돈은 안되더라도, 유동인구를 창출하는 역할을 하도록 만들고, 그 유동인구에게 부가적으로 팔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서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현명해 보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자존심도 없는 것 같기도 하지요.

대형병원도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진료만으로 돈을 못 번다고 불평은 하는 것 같지만, 막상 그들은 장례식장, 커피샵, 푸드코트 등을 통해서 수익을 내고 있더군요. 서울대학교병원 일층 로비에 서서 그 현관을 지나가는 엄청난 유동인구를 한번 보십시오. 엄청난 인구가 지나가고 있고, 그들은 커피 한잔 정도는 들고 있지 않던가요?

이제 내과 원장님 얘기로 다시 돌아가 봅시다.

내과 원장님이 운영하는 내과 의원은 하루 동안 200명에 육박하는 엄청난 수의 환자들이 병원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한사람이 운영하는 점포 치고는 상당히 많은 숫자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비즈니스 적인 관점에서 볼 때 그냥 보통 사람들이 아닙니다.

뭔가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균일한 특성을 가진 고객들입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극대화되어 있는 사람들이지요.

또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그냥 보통 인구와는 달리, 자신의 건강을 믿고 맞길 수 있을 정도로 내과 원장님과 신뢰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분들입니다.

많은 비즈니스에서 고객과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고 있고, 그냥 다양한 관심을 가진 고객이 아니라 특정 관심을 가지는 균일한 특성의 고객군을 확보하기 위해 영업채널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내과 원장님은 이미 엄청난 가치가 있는 잠재 고객 군을 확보 하고 있으신 셈입니다.

이 사람들에게 진료 수입 이외에 부가 수익을 창출할만한 모델을 찾아내면 병원 경영 상항이 훨씬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령 예를 들어 환자들에게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건강식품 중에 의사의 눈으로 볼 때 실제로 가치있는 건강식품을 선별해 준다던지, 그 환자들의 건강상태에 적합한 의료 보험 상품을 소개해 준다던지, 아니면 건강 상태를 상담하고, 거기에 맞는 백신이나 다른 의학적 치료를 권유한다던지… 뭐가 정답일지는 저도 결론을 내지는 못하겠지만,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꼭 당부하고 싶은 부분은, 이런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본연의 서비스인 진료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부가 서비스가 더 우선적이 되다가는 기존의 신뢰로 형성되어있던 환자분들이 실망감으로 떠날 위험이 있으므로, 매우 사려깊게 주의하면서 부가서비스를 개발하여야 할 듯 합니다.

 

 

코메디닷컴 관리자 kormed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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