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 자야지’ 하면 더 잠이 안 오는 이유

 

정신생리학적 불면증

귀가 시간이 늦어진 날이나 밀린 공부와 업무가 많은 날은 잠자는 시간이 뒤로 미뤄진다. 뒤늦게 간신히 잠자리에 들어 잠을 청해 봐도 도통 잠이 오지 않는다.

평소보다 피곤한 일과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정신이 또렷하다. 시계를 수시로 쳐보면서 빨리 잠들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재촉하지만 그럴수록 잠자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이러한 현상은 ‘정신생리학적 불면증’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으로 잠을 자야한다는 압박감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을 말한다. 모스크바대학교 연구팀은 잠을 자야한다는 압박감이 실제 수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을 실시했다.

평소 수면을 잘 취하는 실험참가자 33명에게 잠들기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가장 빨리 잠드는 사람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결과, 연구팀이 더 짧은 시간 안에 잠들기를 요구하면 할수록 참가자들의 깨어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전체적인 수면시간과 질은 떨어지는 결과를 보였다.

애리조나 수면장애센터 의료책임자인 로버트 로젠버그 박사는 “정신생리학적 불면증은 만성적인 불면증 환자의 15%가 겪고 있는 증상”이라며 “만성적인 불면증으로 생긴 잠에 대한 불안감이 정신생리학적 불면증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정신생리학적 불면증이 불안감의 원인이 되면서 또 다시 수면을 방해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로젠버그 박사는 “이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잠을 자지 못해 생길 결과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인 단언으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령 ‘20분 안에 잠들지 않으면 오늘 하루도 망치게 될 거야’라는 생각보다는 ‘지금까지는 잠자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부터는 고쳐나갈 수 있다’거나 ‘그냥 하룻밤인데 뭐’라는 여유로운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굳이 잠이 오지 않으면 아예 침대에 눕는 시간을 지연시키는 방법도 있으며 시계를 자주 보는 습관이 있다면 시계를 뒤로 돌려두는 것이 좋다”며 “시계를 계속 쳐다볼수록 초조함만 가중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수면 연구’ 저널에 발표됐고, 미국 건강생활잡지 프리벤션이 보도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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