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법인 자회사 허용 영리병원 논란

정부가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고 부대사업 범위를 대폭 확대키로 했다. 보건․의료분야의 공공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시장과 사업을 창출하는 실질적 대안을 마련, 의료기관의 경영여건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13일 제4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보건의료 서비스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그동안 대형병원의 자회사 설립은 불허되어 왔고, 진료 외 부대사업도 8개 분야로 엄격하게 제한돼 왔다. 의료법인은 고유목적 사업인 의료사업에 전념해야 한다는 측면에 중점을 두어 정책적으로 규제해온 것이다.

이로 인해 의료인이 장례식장·주차장 등 이질적 부대사업을 직접 경영할 수밖에 없어 경영효율화‧전문화가 미흡해 의료기관의 해외진출, 차별화된 부대서비스 제공, 자금조달 등에 제약이 뒤따랐다.

반면에 학교법인 형태의 대형병원은 자회사 설립을 통해 다양한 수익사업을 추진해왔다. 서울대병원은 자회사 ㈜헬스커넥트를 통해 헬스케어 서비스 사업을 벌여왔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안연케어를 설립해 의약품․의료용품 공급에 중점을 두어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부터 전국 848개 의료법인이 외부자본조달과 기업과의 합작투자 등을 통해 자회사를 세워 다양한 수익사업을 할 수 있게 했다.

부대사업 범위 대폭 확대

장례식장·주차장 등 현행 8개 부대사업 외에 추가로 바이오 등 연구개발 성과물을 응용한 연구개발 활성화, 의료기기 구매 및 의료기관 임대, 의료관광 을 위한 숙박업, 여행업, 외국인 환자유치업이 가능해진다. 또한 의약품 개발, 화장품․건강보조식품·건강식품․의료용구 개발․임대·판매, 의료기기 개발, 온천·목욕장업, 체육시설, 서점 등의 개설도 포함된다.

의료법인간 합병, 법인약국 허용

의료기관의 진출입․영업규제도 개선돼 의료법인간 합병이 허용된다. 지금까지는 의료법인 간 합병에 대한 법적근거가 없어 부실 의료기관이라 하더라도 파산시까지 운영,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 및 의료자원의 낭비를 가져왔다.

법인약국도 허용된다. 현재는 약사법(제20조)에 따라 약사 또는 한약사, 자연인만이 약국개설이 가능하고 법인 형태의 약국 설립은 불가능했다. 법인약국 설립․운영은 약사면허 소지자들만 사원으로서 참여가능하고 사원들이 유한책임을 지는 ‘유한책임회사’ 형태로 허용할 수 있다. 법인약국이 허용되면 처방약 구비, 심야․휴일영업 활성화 등 약제서비스의 질 제고가 기대된다.

해외환자 유치 촉진

외국인환자 병상비율규제가 완화된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은 병실종류와 관계없이 총 병상수의 5%까지만 외국인환자 유치가 가능했다. 국내환자 병상활용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외국인환자 유치여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총 병상수의 5%까지만 활용 가능하였으나 제도개선 후에는 평균적으로 약 12%까지 활용 가능해 약 2,500병상이 추가활용될 수 있다.

U-Health 활성화

보건복지부는 2014년 상반기 U-Health 기술의 국가표준화 체계를 정비해 보건의료 정보 표준용어를 고시하고 현장의견을 수렴키로 했다. 이를 위해 기술표준원이 U-Health 기술의 국가표준화 체계 정비를 위한 표준화 로드맵 및 전략을 수립하고 미래부와 산업부는 원격의료 플랫폼, 데이터 커뮤니케이션 등 플랫폼‧통신 관련 핵심기술 개발 지원키로 했다.

또한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부처별로 산재한 U-Health 관련 시범사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한다. 시범사업, 인력양성 등 U-Health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유기적인 협업체계를 가동하기 위한 것이다.

사실상 영리병원? 보건의료단체 반발

보건복지부는 의료업 또는 부대사업을 통해 발생된 수익을 법인의 고유목적사업 등에 사용하도록 제한해 영리병원·의료민영화와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보건의료단체와 시민단체는 자회사 설립 형태를 상법상 회사로 허용한 것 자체가 영리병원의 길을 열어 놓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의료법인이 무분별하게 자회사를 세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모법인의 출자비율을 30%로 제한하고 출연재산 운용수익의 80% 이상을 진료 등 고유목적사업에 재투자하는 것을 의무화한다.

하지만 이 같은 시민단체와 보건의료단체들은 사실상 영리병원 허용으로 의료 민영화의 수순을 밟고 있다고 우려한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비영리법인으로 규정 되어 있는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를 허용한데다 영리자회사의 허용범위를 환자편의를 위한 부대사업을 넘어 모든 의료부문의 사업까지 확장하도록 허용한 것은 전면적인 의료민영화”라고 했다.

이어 “비영리법인의 영리법인 자회사 허용은 의료법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어기는 것이며 이 자회사 허용범위를 환자편의를 위한 사업이 아니라 수익사업 전체로 확대하는 것은 병원을 환자치료를 위한 기관이 아니라 ‘의료사업체’로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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