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자 간 배분 불평등…O형 환자 가장 불리

 

서울대 서경석·이광웅·이남준 교수팀

혈액형이 O형인 간 이식 대기자는 다른 혈액형에 비해 대기 기간이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간을 기증할 O형 뇌사자가 생겨도 O형이 아닌 A형, B형, AB형 등에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병원 외과 서경석·이광웅·이남준 교수팀은 2008년부터 5년간 국내 뇌사자 간이식 1301건을 기증자와 수혜자의 혈액형에 따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O형은 기증자 대비 수혜자 비율이 0.61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다른 혈액형은 모두 기증자보다 수혜자가 더 많았다. AB형의 경우 그 비율이 1.63으로 가장 높았다. 같은 혈액형에서 뇌사 기증자 100명이 발생하면 AB형은 163명을 이식받지만, O형은 61명만이 간 이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불평등의 원인이 국내 뇌사자 간 배분 시스템에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O형 뇌사자의 간은 응급 환자 중에 O형, A형, B형, AB형에게 모두 배분되고 있다. A형 뇌사자의 간이 더 응급한 A형 또는 덜 응급한 A형 환자에게만 배분되는 것과 다르다.

이 때문에 조금 덜 응급한 O형 환자는 매번 응급도 우선순위에 밀려 간 이식을 받기가 어려워진다. 더 응급한 A형, B형, AB형 환자가 O형 뇌사자의 간을 먼저 받아가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응급도가 높지 않은 환자 사이에선 O형 뇌사자 간을 O형 대기자에게만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스템이 이렇게 수정된다면 O형 뇌사자 간이식 비율은 기존 0.61에서 0.70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광웅 교수는 “뇌사 기증자의 간은 한정되어 있어 공정하고 투명하게 배분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혈액형에 따른 뇌사자 간 배분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뇌사 기증자 간 배분 시스템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이식 학술지(Transplantation Proceeding)’ 10월호에 실렸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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