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 우울증 태아에도 ‘전염’…반드시 치료를

산후 우울증을 겪고 있는 여성이 울적한 감정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가 종종 보도되고 있다. 산모의 우울증이 위험한 이유는 이 증세가 산모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데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우울 증상은 태어날 아이의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교의 한 연구팀은 임신 중 우울 증세를 보인 여성이 의학 치료를 받을 경우 뱃속 아기의 정신건강이 손상될 가능성도 줄어든다고 전했다.

아기를 출산하기 전후 우울 증세를 보인 여성 8000여 명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는 이 아이들이 보통 아이들보다 정신적으로 위험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우울증에 걸린 여성의 아이들은 같은 또래의 아이들보다 정신건강 위험수치가 1.3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미국의학협회 저널 정신의학(JAMA Psychiatry)’에 발표된 이 연구를 주도한 레베카 피어슨 박사는 “임신 우울증은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며 “산모의 우울증이 심각하지 않더라도 태어날 아이는 장기적인 치료를 요하는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킹스컬리지런던 정신의학과 카민 교수는 인간의 정신건강은 태어난 순간부터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자궁에 있을 때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카민 교수는 “임산부의 우울증을 치료하는 것은 산모의 고통을 덜어줄 뿐 아니라 다음 세대의 고통까지도 예방하는 것”이라며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산모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페인 그레고리오 마라논 종합병원의 켈소 아란고 교수 역시 임신한 여성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자궁 속 아기의 성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란고 교수는 “우울증에 걸린 여성은 임신하기 전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우울증 진단을 받았을 때 이미 임신한 상태라면 산모와 아이를 위해 반드시 치료를 시작할 것”을 권장했다.

연구팀은 임신 전후 우울증은 다양한 요인과 영향 관계에 있지만 사회적 지지와 같은 환경적 요인은 특히 산욕기 우울증에 있는 여성에게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우울증에 걸린 임산부와 뱃속 아기를 지키기 위해서는 임산부의 가족이나 지인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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