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다 깨어나는 사람들… 사망 진단 기준은?

 

사망진단의 기준은 나라마다 다르다. 의사가 환자를 관찰해야 하는 기간부터 그렇다. 미국과 호주의 많은 의료기관은 최소 관찰기간을 2분 이상으로 규정한다. 영국과 캐나다는 5분을 권장한다. 독일에는 가이드라인이 없다. 이탈리아는 장기 기증을 고려하는 상황일 때 의사는 20분을 기다린 뒤 사망을 선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망진단의 기준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필요하다.” 최근 유럽마취의학협회 회의에서 저명한 의사들이 이같이 촉구했다고 지난 3일 영국 BBC 뉴스가 보도했다. 영국 프렌체이 병원의 알렉스 마나라에 따르면 사망 진단이 내려진 뒤 살아 있는 것으로 확인된 사례가 의학문헌에 나타난 것만 30건이 넘는다. 통상 사망진단은 심장박동과 호흡이 멎고 눈동자가 풀려 있어 불빛에 반응하지 않는 것을 근거로 삼는다.

이에 더해 의사가 5분간 환자를 지켜보는 것을 국제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드물게 심장박동이나 호흡이 저절로 다시 시작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 왕립유나이티드 병원의 제리 놀란 박사는 “병원에서는 환자를 세밀하게 모니터하는 데다 적절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기 때문에 5분간 기다려서 사망을 확인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한다.

◆사망진단은 3단계 거쳐야

마취전문의인 케빈 퐁은 “죽음은 한 순간에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이행 과정이다. 삶이 썰물처럼 천천히 빠져나가는 과정이다 정확히 언제 일어났느냐를 확인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사망진단 자체는 엄격한 기준을 근거로 하고 있다” 고 말했다.

영국 왕립의과대학 아카데미의 피터 심슨경은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났다는 것은 사망진단의 가이드라인이 확고하지 않은 외국에서 들려오는 이야기” 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사망진단은 3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이 사람은 왜 죽었는가를 물어보라. 그 다음에 사망진단을 하라. 다시 말해 심장박동과 호흡을 체크하고 눈을 검사해 눈동자가 확대됐으며 불빛에 반응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라. 그 다음에 5분간 기다려서 사망을 확인하라”. 그 동안 조금이라도 의심이 생기면 3단계를 다시 되풀이해야 한다고 피터 경은 말한다.

문제는 심장이 멈췄다가 저절로 다시 뛰는 사례가 있다는 사실이다. ‘나사로 신드롬’이라 불리는 자가소생은 극히 드물며 아직도 잘 이해되지 않고 있다. 피터 경은 “애초에 ‘이 사람은 왜 죽었는가’를 물어볼 때 자가 소생 현상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저체온이 포함된다. 환자가 진정제나 근육이완제 같은 약을 먹었거나 당뇨병 환자가 저혈당 혼수상태에 빠진 경우 등이 이런 사례다. 피터 경은 사망진단이 잘못 내려진 경우는 이 같은 선결 요구사항을 잊은 것이 원인인 경우가 흔하다고 말한다. 이런 경우엔 그 같은 효과를 되돌려 신체가 정상으로 돌아온 다음에야 사망 진단을 내려야 한다.

◆죽었다가 살아나는 사람들

1999년 스키를 타던 중 강에 빠진 노르웨이 여성 안나 바겐홀름이 그런 예다. 그녀는 얼음 밑에 80분간 갇혀 있으면서 심장이 멎었고 체온은 정상보다 20도 낮았다. 병원에 공수된 그녀를 살리기 위해 의사들은 9시간 동안 노력했다. 혈관에 기계를 연결해 몸 밖에서 피를 데운 다음 정맥에 다시 주입했다. 체온이 정상에 가깝게 회복되자 그녀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게다가 의학의 발달은 죽음과 삶의 경계를 점점 흐릿하게 만들고 있다 <!––>2011년 ‘소생(Resuscitation)’ 저널에 실린 일본 여성(30세)의 사례를 보자. 그녀는 오전 8시32분 숲 속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체온은 섭씨 20도였다. 의사들은 그녀에게 아드레날린을 주사하고 특수 심폐소생기계에 집어넣었다. 오후 2시57분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3주 후에 퇴원했다. 후유증은 ‘신체 왼편에 약간 힘이 없는 것’이었다.

◆뇌사 판정 기준도 정립해야

미국 스토니브룩 대학의 소생연구팀장인 샘 파리나는 “심장이 뛰지 않은 채 20분이 지나면 뇌에 치명적 손상이 온다고 알려져 있지만 뇌는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 동면 상태에 들어가 더 이상의 손상을 피한다”면서 “적절한 소생 조치를 취하면 정상인으로 회복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와 달리 심폐기능이 인공장치로 유지되는 환자에겐 뇌사 개념을 이용한다. 뇌의 활동 여부를 신경학적으로 검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판정 요건은 나라마다 다르다. 캐나다에선 의사 1명이면 되지만 영국은 2명, 스페인은 3명이 있어야 한다. 신경학적 검사의 횟수, 사망을 선언할 때까지 환자를 관찰해야 하는 시간도 각기 다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학 마취의학과의 리카르드 발레로 교수는 “뇌사를 진단하는 국제적 합의를 도출해낼 추가 연구가 있어야 한다”고 이번 회의에서 강조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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