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작 밀’의 미스터리

 

제초제에 영향을 받지 않는 옥수수와 콩, 살충제 성분을 스스로 생산하는 면화…. 미국에서 왕성하게 키우고 있는 유전자 조작 작물이다. 하지만 유전자 조작 밀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도 재배 승인을 받은 일이 없다. 지난 5월 미국 오리곤 주에서 확인된 품종이 미스터리인 까닭이다.

한 농부가 자신의 농지 80에이커에 제초제를 살포했다. 씨도 뿌리지 않았는데 여기 저기서 잡초처럼 자라고 있는 밀을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 밀은 몬산토 사의 강력 제초제 ‘라운드 업’에 끄떡도 하지 않았다. 당혹한 농부는 오리곤 주립대에 샘플을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검사 결과 ‘라운드 업’내성 유전자가 확인됐다. 유전자 조작 작물이라는 증거가 나온 것이다. 5월 30일 미국 농무성도 이 같은 결과를 재확인했다. 문제는 이 밀이 어떻게 해서 그곳에 있느냐는 점이다.

이 종자를 개발한 것은 세계 최대의 곡물 종자회사인 몬산토 사다. 1998~2005년 오리곤을 포함한 미국 16개 주에서 시험 재배했다. 하지만 회사는 시장 전망이 어둡다는 이유로 상업화를 포기하고 해당 프로그램을 폐기했다. 해당 밀은 어떻게 해서 10년 가까운 시차를 뛰어넘을 수 있었을까. 하나의 시나리오는 과거의 시험 재배지에서 바람에 날려간 씨앗이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자연현상 탓에 문제의 농장 단 한곳에서 싹을 틔웠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바람에 날려간 종자가 지속적으로 인근 밀밭을 오염시켜왔다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인간의 실수로 종자를 뒤섞어 팔아왔다는 것이다. 미스터리가 증폭되는 것은 두 종자의 개화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시험 종의 꽃가루가 바람에 날려갔다 할지라도 이번에 문제된 종자를 수분시킬 수는 없다. 과거 시험재배했던 것은 봄에 씨를 뿌리는 종류고 이번에 발견된 것은 겨울에 파종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2006년 발생한 ‘유전자 조작 쌀’ 사건과 비슷하다. 당시 농무성은 수출용 쌀에 유전자를 조작한 특정 품종이 섞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직 식품 승인을 받지 않은 실험•연구용 품종이었다. 유럽연합은 즉각 미국 장립종(길쭉하고 찰기가 없는 종류)쌀의 수입을 중단했고 쌀의 국제시세는 곤두박질쳤다. 이 쌀을 개발한 독일의 바이에르 크롭사이언스는 피해보상에 최대 7억500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2011년 합의했다. 오염의 원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FDA는 당시의 쌀이나 이번의 밀에 대해 식품용으로 문제가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사람이 장기간 복용했을 때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세계 소비자의 반응도 차가운 편이다. 유전자 조작 옥수수와 콩(대두)은 사료로 주로 사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식품으로서의 안전성은 그다지 우려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생태계 교란을 더욱 염려한다.

지난 주 영국‘왕립협회보 B’에 실린 논문을 보자. 유전자를 조작한 대서양 연어와 브라운 송어 사이에 슈퍼 잡종이 탄생했다. 캐나다 연구팀에 따르면 잡종 치어의 생장속도가 유전자 조작 연어보다 더욱 빨랐다. 이에 앞서 FDA는 환경 영향 평가에서 “유전자 조작 연어가 야생에서 생존•번식할 가능성은 극도로 희박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잡종이 출현•생존했을 뿐 아니라 경쟁력도 더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인공 유전자가 야생개체군에 흘러 들어가 새로운 종을 탄생시킬 위험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해당 연어는 상업화를 위한 FDA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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