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 다른 사람 신장 3차 이식에 첫 성공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신장 이식에 두 차례 거부 반응을 보였던 환자에게 세 번째 시도로 혈액형조차 맞지 않는 신장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한 환자가 신장 이식을 3회나 받는 경우도 드물지만, 세 번째 이식 수술에 혈액형이 다른 제공자의 신장을 이식한 것은 국내 처음이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장기이식센터 신장내과 양철우·정병하 교수, 혈관외과 문인성·김지일 교수팀이 지난 1991년과 2000년 두 번이나 신장이식을 받았지만, 만성 거부반응으로 이식신장의 기능이 소실된 환자 최종원(55·남) 씨에게 혈액형이 다른 아들의 신장을 성공적으로 이식했다고 13일 밝혔다.

▶주치의 양철우 교수(왼쪽)와 수술 1년 후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최종원 씨.

 

의료진에 따르면 이 환자는 그동안 두 번의 거부반응으로 몸 안에 과량의 항체가 형성돼 ‘감작’ 정도가 50%였다. 3차 신장이식을 위해 아들이 아버지에게 신장을 공여하기로 했으나, 아들의 혈액형은 B형으로 환자의 O형과 달랐다. ‘감작’은 이미 체내에 항체가 형성돼 이식신장에 거부반응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은 상태를 의미한다.

감작된 환자의 경우 이미 형성된 항체가 이식된 신장을 공격해 급성거부반응을 일으킬 위험이 높기 때문에 신장이식 수술이 어렵다. 또 신장을 주는 공여자와 수혜자간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체내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항 ABO 항체가 이식된 신장을 공격하게 돼 심각한 급성거부반응이 발생하게 된다.

최 씨는 감작과 혈액형 불일치로 급성 거부반응의 위험이 높은 조건이었다. 의료진은 이식 수술 시행 한 달 전 입원해 B임파구에 대한 항체 주사를 투여했으며, 이식 2주 전 다시 입원해 혈장 반출과 면역 글로불린을 이틀에 한번 씩 4회 받는 탈 감작 치료를 시행한 후 2012년 5월 3차 신장이식을 실시했다. 수술 후 환자와 기증한 아들 모두 건강한 상태로 퇴원했으며, 1년이 지난 현재까지 급성거부반응 없이 정상적인 신장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양철우 교수는 “환자가 이식 후 거부반응이 제일 많은 수술 후 1년을 건강하게 잘 이겨냈기 때문에, 앞으로도 평생 이식받은 신장으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혈액형 불일치 이식성공은 첫 번째 이식후 재이식을 고려하고 있는 환자분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며, 이전에는 혈액형이 맞지 않아 포기했던 공여자들이 신장을 제공할 수 있어 이식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성모병원 2009년 5월 이후 지금까지 60건의 혈액형 불일치 신장 이식에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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