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처방전 2매 발행 의무화 반발

보건복지부가 처방전 2매 발행 의무화에 대해 이해 당사자들이 합의했다고 발표하자 의사협회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복지부는 9일 오전 10~12시 보건의료직능발전위원회(이하 직발위) 6차 회의를 개최한 뒤 오후에 회의 참가자들이 처방전 2매 발행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직능발전위는 의사, 한의사, 간호사, 약사 등 보건의료 직역 간 갈등을 중재하고 발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작년 11월 발족한 협의체다.

복지부는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원칙적으로 처방전은 법 규정에 따라 2매를 발행하도록 하되, 환자가 원하지 않으면 1매를 발행해도 되도록 했다”고 전했다. 또 이를 어길 때는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등 행정처분에 처하도록 했다. 애초 형사 처벌하도록 한 데서 양보한 것.

그러나 이에 대해 “의협은 처방전 2매 발행에 동의한 적이 결코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의협 대표로 참석한 임수흠 부회장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도 1매만 발행한다. 프랑스만 2매 발행할 뿐”이라며 “프랑스는 환자가 직접 청구하기 때문에 조제용 외에 1매가 더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부회장에 따르면 처방전 2매 발행이 의무화될 경우 29억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의협은 처방전 1+α 발행과 조제내역서 발행을 주장했다.

임 부회장은 “처방전 2매 발행을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원할 경우 추가로 발행하겠다는 것”이라며 “처벌 역시 환자가 원했는데도 추가 발행을 안 했을 경우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 부회장은 “복지부가 처방전 2매 발행 의무화를 강행할 경우 국회와 국민 등을 통해 나름대로 대응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환자가 원하지 않으면 1장을 발행하도록 했다”면서 “모든 경우에 2장 발행을 강제한 것도 아닌데 왜 반발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의협은 10일 입장 발표를 통해 처방전 2매 발행에 합의한 적이 없고, 처방전 1매는 조제내역서 발행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환자가 보관해야 하는 것은 어떤 약을 처방받았느냐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어떤 약을 복용했느냐에 대한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의협은 2011년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95개 약국을 대상으로 한 기획조사를 예로 들면서 임의 대체조제와 불법 대체조제를 막으려면 처방전이 아닌 조제내역서를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최영희 의원이 조사한) 95개 약국 모두에서 싼 약으로 바꿔 대체조제하고 비싼 약을 조제한 것처럼 부당하게 청구함으로써 이 중 88개(93%) 약국이 행정처분 대상으로 밝혀졌다. 또한, 최근에는 약국에 실제로 공급된 약과 약국에서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한 약의 불일치로 조사 중인 약국이 전체 80%에 육박한다는 소식도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면서 “임의 대체조제와 불법 대체조제가 난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가 보관해야 하는 것은 어떤 약을 처방받았느냐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실제 어떤 약을 먹었느냐에 대한 기록”이라고 전했다.

이어 의협은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어떤 처방을 받았는지에 대한 기록보관이 필요하다면, 의료기관에서 어떤 처방을 받았는지 처방내역을 약국에서 조제내역서와 함께 1장으로 인쇄하여 제공할 수 있다”면서 “대통령은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라는 지시를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정부 부처는 불필요한 규제를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또 이번 처방전 2매 발행 논란과 관련한 복지부의 정정보도와 속기록 공개를 요청하면서 “직발위는 보건의료 분야의 직역 간 갈등을 조정하고 발전 방안을 논의한다는 취지로 발족한 것이다. 직발위가 혹여라도 정부의 책임 회피성 도구로 전락한다면 의협을 비롯한 모든 보건의료단체는 직능발전위에 대한 참여를 재고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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