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중심병원’ 종편채널 선정과 닮은꼴?

“무더기 선정에 병원들은 정책홍보 들러리” 뒷말 무성

결국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었나?

최근 보건복지부의 연구중심병원 선정 발표 후 뒷말이 무성하다. 선정된 병원도, 탈락한 병원도 술렁이고 있다.

상당수 대학병원 교수들은 10개 병원, 40여 개 연구 분야가 선정돼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될성부른 나무에 연구비를 집중 지원하겠다는 연구중심병원의 취지가 퇴색됐다며 비판하고 있다.

S대학병원의 A교수는 “연구중심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연구비를 집행해서 보건의료산업을 육성하겠다며 도입한 것”이라면서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낼 수 있는 어떤 길도 보이지 않는다”고 허탈해 했다.

복지부는 당초 2조4000억 원의 연구비를 소수의 병원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가 지난해 말 열렸던 설명회에서 “극소수를 지정하며 예산지원은 타당성 조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병원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병원 달래기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한 해 한 병원에 100억 원 이상이 지원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발표결과는 10개 병원, 40여 개 중점 연구 분야에다 예산 지원은 없었다.

또 다른 S대학병원의 B교수는 “연구중심병원 발표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종편채널 발표와 도대체 무엇이 다르냐”고 비판했다. 그는 “종편채널 선정 때 1, 2개가 선정된다고 흘려놓고 결국 4개가 선정됐는데 선정된 쪽에서는 대놓고 비판을 할 수가 없었다”면서 “이번 연구중심병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선정된 것 자체가 의외인 병원들은 이것을 갖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할 것”이라면서 “결국 복지부는 애당초 제시한 약속은 지키지 않으면서 정책 홍보효과를 거두게 되고 병원들은 들러리만 서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정 과정에 대해서도 일부 비판이 있었다. 이번에 탈락한 한 병원 관계자는 “연구 실적이나 인프라 부분에서 우리보다 열세에 놓였던 병원도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됐다”면서 “도대체 평가 기준이 무엇이냐”며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블라인드 방식이나 발표자와 평가자를 분리하는 원격 질의·응답 등으로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상당수 병원 측에서는 “극소수 병원만 지정하기로 해놓고 10곳의 병원을 무더기로 선정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면서 “투명하게 평가기준을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미 연구중심병원 예비타당성 조사가 지연되는 과정에서 당장 재정지원이 어렵다는 점이 알려졌기 때문에 첫술에는 이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번에 선정된 한 병원 관계자는 “복지부 R&D 예산의 40%까지 연구인력 인건비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원 방안이 마련돼 그나마 다행”이라며 “재정지원이 이뤄지는 육성사업보다는 세제혜택 등의 지원 사업 위주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재정지원 유보에 대한 반감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연구중심병원에 선정된 병원들은 복지부 R&D 예산의 연구원 인건비 지급이 가능해지는 등의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복지부 R&D 예산의 병원별 지원 액수에 따라 해당 금액의 40%까지 인건비로 지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00억 원을 받는다면 40억 원까지 내부 인건비 처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기존에는 연구비에서 내부 연구자의 인건비 지급이 인정되지 않았다.

이 외에도 복지부는 병원시설 등 건물 건립, 의료기기 구매 등 주로 진료 목적에 투입되는 고유목적사업 준비금도 연구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더불어 연구중심병원 채용 전문연구요원의 병역 대체 복무 인정, 연구인력 개발비 세액공제 또는 법인세·지방세 감면 등 세제 혜택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S병원 관계자는 “연구중심병원은 임상 경영실적에 좌우되지 않고 연구에 주력해서 보건의료산업 발전을 주도하는 병원을 키우자는 것”이라면서 “지금 방식 가운데 어느 것이 병원이 연구에 주력할 수 있도록 결정적인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K대학병원의 한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삼성그룹의 사장이 지원단 사장으로 임명돼 삼성그룹의 헬스케어 및 바이오산업을 염두에 두고 연구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런 재벌기업 병원을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해 지원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은 재벌기업이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설립된 병원인데 정부의 각종 지원을 받고 그 열매는 자기 기업의 산출물로 쓰인다면 이는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연구중심병원은 일부 대학병원이 병원들 간의 임상경쟁에서 벗어나 연구에 더 주력하도록 이끌자는 취지라고 했는데 이번 선정 병원 리스트를 보면 그런 취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진철 기자 jcpar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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