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방·한방은 ‘감초’ 전쟁 중?

양방과 한방이 때 아닌 ‘감초’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약방의 감초’라 불리는 감초가 임신부의 사산률을 높인다는 양방 측 주장과 이는 터무니 없고 사실 무근일 뿐이라는 한방 쪽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번 다툼은 내달 1일부터 고운맘 카드를 활용한 임신, 출산 진료비 지원이 한의원과 한방병원으로 확대되면서 시작됐다. 일부에서 밥그릇 싸움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다.

지난 18일 제일병원 한국마더세이프는 ‘감초 복용한 임산부군 사산율 8배 높아’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한약이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며 임산부의 한약복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도 바로 성명을 내고 이를 반박하면서, 고운맘 카드의 진료비 지원이 한방으로 확대되면서 양방 쪽에서 엉뚱한 트집을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의협은 우선 해당 자료의 객관성과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의협은 성명서에서 “보도자료에 인용한 논문은 소규모로 진행된 자료로, 객관적 사실성 부족과 근거 부족을 논문에서도 밝히고 있어 많은 문제점이 내포돼 있다”고 밝혔다.

한의협은 이어 한국마더세이프가 인용한 해당 논문은 ‘아무것도 확실한 근거를 보이지 못했다(did not find any clear evidence)’ ‘감초가 주요 기형유발물질임을 보이지 못했다(not a major human teratogen)’는 내용과 함께 ‘우리 연구는 태아, 신생아에 대한 부정적인 결과와 관련이 없음을 보였다(not associated with adverse fetal and neonatal outcomes)’고 결론을 맺었음에도 보도자료에서는 이 같은 내용은 철저히 숨기고 외면함으로써 제일병원 한국마터세이프라는 단체의 학문적 자질을 의심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해당 논문에서는 감초를 복용한 임산부의 사산율이 한국인 임산부의 평균 사산율보다 13배나 높았다고 주장했으나, 별다른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대조군조차 한국인 임산부의 평균 사산율과 비교해 2배나 높게 나온 해당 논문의 연구 결과는 신뢰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한의협은 강조했다.

더불어 한의협은 “해당 논문에서는 임신 중 태아가 감초에 노출돼도 아무런 부작용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보도자료에서는 정작 이와 같은 연구결과는 숨긴 채 핀란드의 연구를 인용해 감초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양의학계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을 취사선택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반박했다.

한의협은 또 “해당 논문에서는 감초에 있는 성분을 포함한 일반의약품(OTC)을 복용한 임산부를 대상으로 연구를 시행했음에도 이것을 감초, 더 나아가 한약 전체로 확대해석하는 크나큰 오류를 저질렀다”고 한국마더세이프를 비난했다.

특히, 해당 논문에서는 감초 성분을 복용한 군에서 5명이, 대조군에서는 20명이 자연유산을 했다고 발표했으나, 이와는 별도로 자연유산을 한 임산부들은 통계에서 제외했으며, 사산과 자연유산율을 합치면 감초 성분을 복용한 군에서는 95%의 출생률을, 대조군에서는 94%의 출생률을 기록했음에도 이 같은 내용은 보도자료에 전혀 언급이 없다고 한의협은 지적했다.

    박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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