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에 구멍…크론성 치루 줄기세포로 완치

 

서울아산병원 유창식(사진 좌) 교수팀

김모(26) 씨는 4년 전부터 계속되는 복통과 설사에 시달려 왔다. 처음에는 가까운 병원에서 장염 치료를 받으며 견뎠지만 항문 옆에 구멍이 생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 구멍을 통해 고름과 배설물이 나와 견딜 수가 없었다.

크롬병이 원인이었다.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걸려 어느 부위에서든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질환인 크롬병. 이 질병에 걸린 뒤 합병증인 크론성 치루가 발생할 것이었다. 그러나 김 씨는 2011년 7월 서울아산병원에서 자신의 복부 지방을 이용한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 크론성 치루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유창식 교수팀은 김 씨처럼 항문 주변에 구멍이 뚫리는 크론성 치루 환자 33명에게 환자 자신의 배나 허벅지 지방을 이용해 만든 자가 지방줄기세포 치료제(큐비스템)를 주입한 결과 8주 후 27명(82%)에게서 구멍이 막히는 치료 효과가 있었다고 19일 밝혔다. 1년 동안 경과 관찰한 결과 88%에서 재발하지 않고 치료 효과가 지속됐다.

크론성 치루는 크론병 환자의 약 50%에서 발생하며 국내에는 약 2만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유창식 교수팀은 환자들에게 평균 5.5cc의 지방줄기세포를 주입했다. 1cc에는 약 3000만개의 지방세포가 포함되어 있다. 유 교수팀은 크론성 치루 환자의 배나 허벅지 부위에서 지방을 흡입하고 지방줄기세포를 분리한 후 배양해 줄기세포 치료제를 생산하고 다시 환자의 구멍 부위에 치료제를 주사한 후 치료 경과를 관찰했다.

유창식 교수는 “줄기세포가 치루 주위 조직을 근육이나 연부조직 등으로 재생되도록 돕고 항염증 작용을 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보는 것”이라며 “기존 치료제에서는 환자 중 50% 이상이 재발하는데 비해 새로운 자가 지방줄기세포 치료제는 80% 이상의 치료 효과와 지속성, 재발률도 줄여주는 등 앞으로 크론성 치루 환자들에게 완치 가능성을 높여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번 임상시험 결과는 줄기세포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지 ‘스템셀(Stem Cells)’ 최신호에 게재됐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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