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먹어서? 진짜 억울한 네가지 김준현

박용우 원장의 리셋 클리닉

KBS2TV의 개그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 중 ‘네가지’라는 코너에서 뚱뚱한 남자 김준현은 사람들이 많이 먹을 거라고 오해한다고 울분(?)을 토로하는 개그를 한다. 뚱뚱한 자신의 체형을 개그 소재로 다루고 있지만 비만전문가인 내 눈에는 ‘다큐로’(진실되게) 보인다. 정상체중을 가진 사람들과 비만한 사람들의 식사일기를 비교해보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들이 많다.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여 거의 비슷한 음식을 먹고 비슷한 활동을 하는 학생들을 봐도 체형은 천차만별이다. 바로 우리 주위만 둘러봐도 저렇게 많이 먹는데도 어떻게 날씬한 몸을 유지할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고 투덜대는 사람이 있다.

나 역시 20대 초반보다 5kg 정도 늘어난 상태이다. 지금 내가 20대 초반 때보다 더 많이 먹고 있는가? 음식섭취량은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신체활동량이 부족해서일까? 그럴 수도 있다. 지금은 차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고 하루 종일 앉아있어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젊었을 때보다 확실히 신체활동량이 부족하다. 그렇지만 이론적으로 섭취량은 일정한데 신체활동량이 적으니 남는 에너지가 계속 지방이 되고 체중은 계속 상승곡선이어야 할거다. 그러나 체중은 다만 5kg이 늘어난 상태에서 잘 유지되고 있다. 왜 그럴까?

사람의 몸은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성향, 즉 항상성이 있어 체온, pH, 삼투압 등이 조금씩의 변화가 있을 뿐 거의 동일한 수준에 있다. 만약 이 균형이 깨진다면 이상 상태인 것이고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체중과 체지방에도 항상성이 있다. 그래서 (건강한, 보통의 사람들은) 뷔페 식당에서 과식을 한다거나 거꾸로 끼니를 거른다 해도 체중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

미국 조지아 주립대학 심리학 교수인 샤론 피어시와 존 드카스트로는 뚱뚱한 사람들을 체중변화가 없는 그룹과 조금씩 체중이 늘고 있는 그룹으로 나누어 섭취 칼로리량을 비교했다. 체중변화가 없는 그룹의 평균체중은 86kg, 이들의 하루 평균 칼로리 섭취량은 1760 kcal. 반면 체중이 조금씩 늘고 있는 그룹은 81kg, 2310 kcal 였다. 체중이 증가하고 있는 그룹의 칼로리가 유지하고 있는 그룹보다 500kcal 가량 높다는 것을 주목하자. 특히 체중증가군에서 칼로리가 늘어난건 주로 탄수화물과 지방 때문이었고 단백질 섭취량은 큰 차이가 없었다. 똑같이 뚱뚱한 사람이라도 체중이 잘 유지되는 사람과 체중이 계속 늘고 있는 사람의 식사 패턴이 다르다는 결론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여 대동소이한 체온, pH 등과 달리 체지방의 항상성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것을 세트포인트(set point, 체중조절점)이라고 한다. 뚱뚱한 사람은 세트포인트가 높고 마른 사람은 세트포인트가 낮다. ‘배고픔’이 24시간 끊임없이 연료를 사용해야 움직이는 우리 몸이 연료가 더 필요하다는 신호를 내보내는 거라면 ‘포만감’은 이제 다음에 연료를 다시 얻기까지 사용할 연료를 충분히 얻었다는 신호다. 이 신호를 관장하는 통제센터는 뇌의 시상하부다. 현장에서 신호를 보내오는 조직과 장기는 지방조직, 췌장, 위장관, 간, 부신, 갑상선 등이고 전령사는 각종 호르몬과 자율신경계 등이 맡고 있다. 어떤 이유로 세트포인트가 흔들리면 내 몸은 지방이 부족하다고 ‘착각’하고 체지방을 더 늘리려는 변화를 보인다. 그리고 지방을 더 쌓아두어야겠다고 판단하여 탄수화물과 지방 섭취량을 평소보다 늘린다. 이것이 바로 비만의 알고리즘이다. 따라서 평소 섭취량대로 먹었는데도 왠지 허기가 지고 달달한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이 당기기 시작하다면 내 체중의 세트포인트가 올라가려 하는 신호로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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