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떡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안해?

남자도 애무를 원한다. 내가 J라는 남자와 만나던 시절, 노래방에서 나를 더듬던 그의 손길이 집요해질 때 즈음 그는 나에게 눈으로 신호를 보냈다. 괜찮아?

그리고 나는 내 인생의 창피한 섹스 경험 워스트 톱 3 안에 랭크할 수 있을 만큼 다시 생각해도 부끄러운 짓을 한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안 해?

몇 번 경험이 없던 시절에도, 남자들이란 그저 넣고, 박는 행위로도 충분한 존재들이란 선입견에 사로잡혔던 모양이다.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그런 행동을 자연스럽게 했다는 자체에 스스로에게 소름이 끼친다. 하지만 J도 만만치 않았다. 나의 그런 행동에 기가 막힌 듯 한심해하는 내색도 잠깐, 자기도 애무 따위는 집어치우고 바로 인터코스에 돌입했다. 나 못지않게 본능에 충실한 인간형. 그 와중에 나는 무릎이 까질까봐 웃옷으로 매트를 대신하는 기민함도 잃지 않았다. 사정까지 이어졌다. 그렇지만 J는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다. 페니스 한 번 쓰다듬지 않은 여자에 대한 불만.

나의 가장 큰 실수는, 옷을 매트로 쓰는데 집중할 게 아니라 옷을 벗는 행위에 집중하지 않았던 점이다. 누드비치에서 만난 이와 그 자리에서 ‘즉석 만남’을 하는 게 아니라면 탈의는 애무의 시작이다. 침실도, 호텔방도 아닌 불편한 공간에서 옷을 다 벗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적어도 시계와 같은 액세서리라도 섹시하게 벗어야 한다. 무엇이라도 제대로 벗는 게 남자들이 바라는 애무일진데. 아! 물론 속옷을 벗는 건 남자의 손에 양보하는 게 아직은(?) 더 미덕인 듯하다.

옷을 다 벗고 나면 페니스부터 들이미는 성미 급한 남성들이 있지만 남성 성감대의 톱스타를 애무의 오프닝 무대부터 서게 할 순 없다. 귀부터 시작, 젖꼭지, 배꼽 그리고 엉덩이까지 일직선으로, 천천히 내려온다. 섹스 가이드 책마다 귀를 애무할 때 자극적인 말로 상대방을 희롱하라는 조언이 많지만 아서라. 평소 섹스토크에 익숙하다면 모를까 전희를 염두에 두고 파트너의 귓가에 야한 말을 속삭이려다 푸후후 웃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말보다는 ‘물’로 승부하는 게 효과적이다. 축축한 혓바닥이나 침 혹은 러브젤 같은 윤활액을 잔뜩 묻힌 손가락으로 중요부위를 어루만질 것. 배꼽처럼 움푹 파인 곳은 혀끝으로 쿡 찌르고 지나간다.

남성의 엉덩이는 눈에 띄는 위치에 비해 의외로 애무의 단계에서 스쳐지나가기 쉽다. 손에 윤활제를 충분히 바른 다음 그의 엉덩이를 주무르고, 꼬집고, 찰싹 소리가 나도록 가볍게 때려가며 터치해보자. 당신의 남자가 엉덩이 오픈에 상당히 개방적인 이라면 항문 주위를 원을 그리듯 손가락으로 마사지하다 살짝 안으로 찔러 넣어보자. 손가락 대신 당신의 혀를 그의 엉덩이에 찔러 넣는 것도 아주 자극적이다. 이 때, 축축한 입김을 그의 엉덩이 골 사이에 후~하고 불어주면 남자가 너무 흥분해서 홀로 절정에 이를지도 모르니 주의.

이제, 페니스, 애무의 엔딩이다. 남자의 애무에 관한 한 잊지 말아야 할 사항: 뜨거운(!) 것은 가장 나중으로 미뤄 아껴 먹는다. 비록 남자의 다른 부위를 만지는 내내 중간에서 뻣뻣이 고개를 치켜들고, 거슬리도록 존재감을 뽐내고 있더라도 눈 딱 감고 페니스를 맨 나중에 만진다. 페니스 애무의 테크닉은 책 1권도 거뜬히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무궁무진하지만 핵심은 두 가지다. 끝까지 축축하게, 젖어 있도록. 그리고 압박과 스피드에 변화를 주기. 그 다음은 연습, 또 연습이다.

글/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 blog.naver.com/wai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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