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공연에 여성 팬만 까무러치는 이유

한 중년여성이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따님과 함께 자궁경부암 예방주사를 맞으러 왔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자궁경부암은 바이러스가 사람의 젖꼭지 모양이라고 해서 이름 붙여진 ‘인두유종 바이러스’가 원인입니다. 원인이 명확하기 때문에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한 암이지요. 예방백신은 10여 년 전 미국과 영국에서 개발됐고 6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보편화돼 많은 여성들이 스스로 알아서 예방접종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환자의 동네에도 산부인과가 많은데 왜 하필 꽤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 병원까지 찾아왔을까요?

이 분은 진료실에 들어오자마자 다짜고짜로 “원장님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저는 어안이 벙벙해서 “어째서 그러시는가요?”라고 되물었습니다.

이 분이 우리병원까지 찾아오게 된 것은 제가 신동화 교수를 모시고 6년 동안 고생고생 하면서 만든 맞춤형 혼합곡과 관계가 있었습니다. 이 분의 남편이 당뇨병을 앓고 있는데 그동안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혈당강하 혼합곡 ‘지다운’을 알게 됐고 남편이 한 달 정도를 먹고 놀라운 일이 생겼다는 것이었습니다. 허리띠는 2단계가 내려갔고 혈당은 뚝 떨어져서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가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남편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지다운’을 먹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연구를 한 분이라면 산부인과 의사로서 진료도 잘 볼 것 같아서 찾아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분의 말씀을 들으면서 많은 생각들이 제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국립대학교 총장에서 물러나 혼합곡 개발에 매달릴 때 “산부인과 의사로 개원해서 밥벌이나 하지 무슨 쌀 연구냐” 하면서 조롱 섞인 말들을 많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 환자가 진료실에서 나간 뒤 그 동안 곡물을 개발하면서 겪은 온갖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습니다. 그러다가 꼬리를 물던 생각이 엇길로 빠져나가 “과연 남자라면 저렇게 고마워할까?”하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고 하지만, 과학적으로 보면 남자의 마음이 갈대가 아닐까요? 진화생물학에 따르면 종족 보존에 남성은 ‘바람둥이’인 것이 유리하고, 여성은 ‘일편단심’이 유리합니다. 또 남자는 바깥에서 변화무쌍한 환경과 싸워야 하니까 외부변수에 언제든지 변화해야 합니다. 반면 여자는 아기를 기르고 가정을 돌봐야 하므로 보수적입니다. 이런 특성들이 유전자에 내재돼 있으므로 남자 입장에서 여자는 늘 이랬다 저랬다하는 것 같지만 사실 여성의 마음은 잘 안 바뀝니다.

대신 한 번 감동받으면 상대방과 심적으로 동일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이돌 팬에 까무러치는 여고생은 있어도, 남학생은 없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여자는 남자를 사귀면 다른 데 눈을 두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 번 눈을 돌리면 다시는 원상복귀하기 힘듭니다. 여자가 철저히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리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남자 산부인과 의사가 환자에게 지나치게 상냥하면 ‘동일화의 깊이’가 깊어져 객관적 진료가 어려워집니다. 그렇다고 첫 인상이 사나우면 환자에게 처음부터 밉상으로 보여 신뢰성에 금이 갑니다. 모순된 위치에서 자신을 제어하면서 환자를 성심껏 진료해야 하는 것이 산부인과 의사의 숙명입니다.

그런데 산부인과 의사인 제가 농민들과 어울리며 ‘외도’를 한 덕분에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신뢰를 얻을 수 있으니, 저는 얼마나 복이 많은 사람입니까? 며칠 동안 미소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코메디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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