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제도적 문제 함께 고쳐야”

의약품 리베이트가 단순한 윤리적 문제가 아니라 의약품 정책의 잘못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 주최, 대한의사협회 주관으로 열린 ‘리베이트 쌍벌제도의 합리적인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법무법인 세승의 현두륜 대표 변호사(사진)는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의 합리적 개선 방안’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이처럼 주장했다.

현 변호사는 우선 “의약품 리베이트를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제약회사 등의 비윤리적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리베이트는 영업 활동에서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기 때문에 이를 근본적으로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에 현두류 변호사는 “불법적인 리베이트에 대해서는 강력한 단속과 처벌이 필요하지만, 의약품 리베이트가 의약품 정책의 잘못에서 비롯된 면도 있기 때문에, 처벌과 함께 정책적인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쌍벌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과 관련해서 현 변호사는 ▲위탁검사 쌍벌제 확대 적용 ▲예외적 허용 사유 확대 ▲위법성에 부당성과 대가성 요건 추가 ▲수수액 기준 자격 정지 지간 산정 ▲자격 정지 처분 경감 필요성 ▲의료기관과 제약회사 간 거래내역 공개 추진 ▲리베이트 적법성 여부에 관한 지침 제공 등을 주장했다.

현 변호사는 우선 쌍벌제 문제점 중 위탁검사 관련 리베이트 처벌 규정이 없어 위탁검사 관련 리베이트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현두류 변호사는 의료법과 약사법, 의료기기법에서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리베이트를 일부 허용하는 예외적 허용 사유의 문제도 지적했다.

현 변호사는 “예외사항을 과도하게 설정하면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 취지를 망각할 수 있으나, 반대로 지나치게 축소하면 제약회사 등의 일상적인 영업 활동까지 침해할 수 있다”면서 “외국 사례나 공정거래 규약 등을 참고해 적절한 범위에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 변호사는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시판 후 조사 등은 의약품 판매 촉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에도, 그 허용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설정함으로써 정당한 학술활동이나 연구활동을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두류 변호사는 “공정거래법상 의약품 리베이트는 판매 촉진의 수단으로 이용되더라도 그것이 부당한 경우에만 금지하고 있으나, 의료법 등에서는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수수했다는 사실만 있으면 구체적인 대가성이나 부당성 여부를 묻지 않고 처벌하고 있다”면서 “무조건 제약회사 등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위법성을 인정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대가성과 이익의 부당성을 검토해서 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또, 자격 정기와 관련해 “자격 정지 기간이 벌금 액수에 연동되면서 장기간에 걸친 재판으로 처분이 지연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면서 “혐의 부인에 따른 형량 과다를 우려해 적극적인 방어권을 행사하지 않는 일도 있기 때문에 저격 정지 기준을 수수액을 기준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현 변호사는 지적했다.

더불어 현 변호사는 “리베이트 수수에 따른 형사처벌보다는 행정처분인 자격 정지가 의사들에게 더욱 위협적이다”면서 “현행법에서 리베이트 수수로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최대 12개월의 자격 정지 처분을 받고, 기소유예나 선고유예 처분을 받더라도 감경받을 수 없다. 이는 다른 의료법 위반 사항보다 상당히 과중하다”고 언급했다.

현두류 변호사는 이 외에도 “미국의 경우 의료기관과 제약회사 간 거래 내역을 공개해 거래 투명성을 높이고 불법적인 리베이트 관행을 없애도록 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금지되는 리베이트와 허용되는 리베이트의 범위를 복지부령이 규정하고 있으나, 실무에서는 해석과 적용에 혼란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면서 “미국 후생성의 감찰관실에서 제약회사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매년 정기적으로 불법 리베이트에 해당하지 않는 마케팅 범위 등의 지침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참고해 볼 만하다”고 현 변호사는 덧붙였다.

    박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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