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제약협회에 과징금 5억원 부과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제약협회가 소속 제약사들이 한국보훈복지공단이 실시한 입찰에서 저가로 낙찰받은 의약품 도매상들이 의약품 공급을 못 하도록 한 행위와 소속 제약사들로 하여금 의약품 도매상들이 저가로 입찰하지 못하도록 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고 한국제약협회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신고인인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2012년 6월 28일, 7월 5일, 7월 12일, 7월 19일 총 4회에 걸쳐 이토메드정 등 1311종의 의약품의 입찰을 시행한 결과, 35개 도매상이 84개 품목에 대해 1원으로 낙찰받았다.

그러나 제약협회는 2012년 6월 27일, 7월 11일, 7월 25일, 임시운영위원회를 개최해 구성 사업자들이 1원 등 저가로 낙찰받은 도매상들에 의약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막고, 구성 사업자들로 하여금 도매상들이 저가 입찰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는 구성사업자에 대해서는 제명 등 제재를 하기로 결의했다.

제약협회는 위 결의 사항을 지난해 6월 27일, 7월 5일, 7월 11일, 3차에 걸쳐 소속 제약사들에 공문으로 통지했으며, 지난해 6월 27일과 29일에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

또한, 제약협회는 변호사를 통한 내부 검토 결과 자신들의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함으로써 과징금도 부과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위반행위를 강행했다고 공정위는 전했다.

제약협회의 이번 행위로 소속 제약사들이 의약품 공급을 거부함에 따라 의약품 도매상들은 납품계약을 파기하거나, 높은 가격으로 대체구매 후 납품하는 등 손실을 보았으며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도 약품 조달 차질 등 병원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계약을 파기할 수밖에 없었던 의약품 도매상들은 계약 파기에 따른 계약보증금(6천만원) 환수 조치를 당하고, 앞으로 정부 입찰에 대한 제재 등의 불이익을 받았다. 의약품 도매상들은 제약사들과 공급단가를 구두로 협의 후 입찰에 참여하므로, 낙찰 후 제약사들이 공급하지 않으면 병원에 납품이 어렵다.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의약품 도매상들도 다른 도매상에서 높은 가격으로 대체 구매 후 납품함으로써 손실을 보았다.

결과적으로, 35개 도매상 중 16개 도매상은 계약을 전부 파기했고, 15개 도매상은 공급 계약을 유지했다. 나머지 4개 도매상은 계약은 유지하되, 계약에 포함된 일부 품목은 파기했다. 84개 품목 중 계약 파기 품목은 49개, 계약 유지 품목은 35개였다.

이 과정에서 보훈복지의료공단은 계약이 파기된 49개 품목에 대해 높은 가격으로 다시 구매함으로써 구매단가가 상승하고 구매 절차가 지연됐으며, 35개 품목도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병원 운영에 애로가 발생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특히, 재고 부족으로 환자에 대한 투약이 지연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공정위는 제약협회의 이러한 행위는 개별 사업자가 자유롭게 결정해야 할 의약품 공급 여부와 공급가격 결정행위에 대해 사업자단체가 관여함으로써 의약품 유통시장에서의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실질적으로 의약품 유통시장에서의 가격경쟁을 제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약가인하를 저해해 환자와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이번 판단 근거로 삼은 독점금지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6조 사업자단체금지행위를 보면 사업자단체는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제약협회에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 구성사업자에 대한 서면 통지 및 합의 파기명령을 통한 시정명령과 함께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특히 제약협회를 검찰에 고발했다.

한편, 제약협회는 제재 수위 논의 과정에서 보훈복지의료공단의 해당 거래가 부당염매와 거래상 지위남용 등 불공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1원 낙찰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일부 경쟁사업자가 배제되지 않았고, 보훈복지의료공단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1원 낙찰을 강요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제약협회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제약협회는) 1원 입찰이 정책상 문제가 있는 행위라고 주장하나, 관련 제도나 정책상 개선이 필요한 사안이 있더라도 그것이 법 위반 사유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엄중한 법 집행 의지를 보(인 것)”이라면서 “약가 제도가 완벽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제약협회가 이를 이유로 소속 제약사의 본질적인 사업내용이나 활동인 입찰 참여 여부 및 입찰 가격결정을 제한하는 것은 의약품 도매상, 병원 등 관련 사업자와 환자에게 불편과 부담만을 초래한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박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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