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추구해야 하는 것

성진실 연세대 의대 교수, 국제 원자력 기구 자문위원

힘든 선거였다. 그만큼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건설하기 위하여 새 정부의 틀을 짜는 팀들이 불철주야 얼마나 애쓰고 있을지 상상이 간다. 국민의 행복이 구현되기 위하여 당장 할 수 있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는 미래 지향적인 접근이 꼭 필요하다. 이러한 취지에서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는 부서명부터 희망적이고 따라서 그 역할에 기대가 크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문자 그대로 과학이라는 수단을 통하여 미래를 창조하겠다는 뜻일 게다. 과학의 어떤 분야들이 역할을 담당할까? 과학기술 분야는 종종 IT, BT, NT, ET 등으로 요약된다. 이들 분야는 단독으로도 많은 발전을 이루어 왔고 그 결과 세계 최정상에 이르러, 이제는 정상을 지키는 것을 더 걱정하는 분야도 있다. 그러나 미래의 세계는 과거에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기술을, 또한 그 기술을 통한 새로운 산업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각 분야 간의 융합-복합을 통해서 실현 가능하다.

원자력 분야는 거대 과학기술 (megascience)분야이다. 이 중 한 분야인 원자력 발전 분야에는 많은 연구적 지원이 집중되어 왔고 이제 원자로 기술을 국외로 수출할 정도로 성장하였다. 반면, 또 다른 분야인 방사선 기술 분야는 지원 수준이 절대적으로 미약했으며 그동안 연구의 인프라를 수립하기에도 급급한 실정이었다. 우리보다 과학 기술이 앞선 나라들은 이와는 정반대로 방사선 기술 분야에 더 많은 지원을 해왔는데, 그 이유는 방사선 기술이 특성상 IT, BT, NT, ET와 융합, 또는 복합을 통하여 미래의 신성장 동력기술을 창출할 수 있는 매우 실질적인 가능성을 지닌 분야이기 때문이다.

방사선 기술 중에서도 특히 방사선 의학 분야는 기초 원천 기술 육성부터 응용까지 매우 광범위한 범주를 포함하고 있으며 미래의 성장가능성 뿐 만 아니라 국민 행복에도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는 분야이다. 사망률 1위를 달리는 암질환의 예를 들어 보자. 암질환은 방사선의학의 한 분야인 방사선 영상으로 진단과 병기 결정이 이루어진다. 암의 치료에 있어서도 삶의 질이 최우선 순위로 자리하면서 신체의 모습 또는 기능을 덜 훼손하면서 동일한 치료 성과를 가져다주는 방사선 치료의 이용이 급격하게 증가 하고 있다. 또 다른 예로서, 국민들이 염려하는 방사선에 의한 위해성 분야도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이후 우리 국민들은 원전 자체보다는 생활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위해성에 관해서 과민할 정도로 불안해 한다.

방사선 의학 분야를 지원하고 육성하는 것은 단지 산업적인 측면에 머무를 일은 결코 아니다. IT와 접목하여 정밀성이 뛰어난 영상 및 치료 기술이 개발된다. BT와 접목하여 의학적 치료 성과를 향상시키거나 미래의 문제점을 예측하는 기술이 개발된다. NT, ET와 접목하여 새로운 개념의 치료 기술이 개발된다. 이러한 시도들은 기초과학 연구를 육성하는 환경에서 가능하다. 물론 기술적으로 성숙의 단계에 이르러서 산업화의 시점이 되면 자연스럽게 산업화를 전담하는 국가 부서와 연계가 될 것이다.

우. 문. 현. 답.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요즘 자주 듣는 말이다.

현장에서 수십 년간 종사해온 전문가의 조언이 경청되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세상에, 기초 학문부터 응용까지 광범위하게 가야하는 동시에 미래 지향적으로 타 학문과 융합-복합을 해야 할 방사선 기술 분야를 앞으로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소관하게 된다니! 책상에 앉아서 만들어 준 자료-방대한 양이라 제대로 훑어 볼 시간도 없을 것이며, 이를 브리핑하는 보좌진의 의견이 많이 가미되었을-를 참고삼아 중요한 정책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그간의 현실이었다면, 이제는 현장의 전문가 의견이 존중되는 시대가 열리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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