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맞는 처방보다 리베이트가..”

건강보험 진료비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약품비 비중을 줄이기 위해 저가약 대체조제 인센티브제를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진이 건강보험정책연구원(사진)은 24일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열린 ‘건강보험재정 안정화를 위한 의약품 사용정책 방향’ 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진이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2011년 건강보험 진료비 중 약품비가 29.15%에 달할 정도로 약품비 비중이 크고, 인구 노령화 등으로 앞으로 약품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특히, 의약품 가격이 결정된 후 동일한 효과를 지닌 의약품 중 어떤 가격의 의약품을 선택하고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고가약 처방 비중은 2008~2012년 상반기까지 22~25%였지만, 고가약 처방 약품비 비중은 37~4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저가약 사용 권장 정책으로 성분명 처방과 제네릭 대체조제 방식이 있다. 이진이 연구원은 약품비 비중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특히 저가약 대체조제 인센티브제를 강조했다.

저가약 대체조제 인센티브제는 생동성 확보 의약품 중 처방의약품보다 저가의약품으로 대체조제할 시 약가 차액의 30%를 약사에게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제도로 2001년 7월부터 시행 중이다.

그러나 2011년 기준 전체 청구건수 4억7334만여 건 중 대체조제 청구건수는 40만2261건으로 대체조제율은 0.085%에 그쳤고, 이로 인한 약품비 절감액은 3억4000만원, 인센티브 지급액은 2억1000만원에 불과했다고 이 연구원은 지적했다.

이와 관련 2013년 공단-약사회의 수가협상에서는 부대 조건으로 대체조제 활성화를 약속한 바 있다. 약사회는 2013년 동일성분 저가약 대체조제 청구율을 2012년 상반기 대비 20배 이상(약 1.76%)으로 높이기로 하고, 공단은 대체조제 활성화를 위해 홍보 등에 협조하는 내용이다.

이진이 연구원은 이날 발표에서 현 대체조제 인센티브제 실행의 장애물로 ▲낮은 인센티브 비율 ▲대체조제 내역통보의 번거로움 ▲’대체조제 불가’의 근거 없음 등을 들었다.

이 연구원은 “현행 약가 차액의 30% 비율이 낮아 약사들에게 경제적 인센티브로 작용하지 못한다”고 지적한 뒤 “사전 통보 건은 처방전에 전화나 팩스 번호가 미기재된 경우, 팩스 차단, 의사 진료 시 연락이 어려운 경우도 있으며, 사후 통보 건에 대해서도 허락의 개념을 갖고 있는 의사도 다수 존재”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원칙적으로 생동성 입증 의약품 간에는 대체조제가 가능하나, 의사가 처방전에 대체조제 불가로 표시하고 구체적인 임상적 사유를 기재하게 돼 있으나 “해당 규정에 강제성 및 제재가 없어 실제로 사유 미기재, 불합리한 사유 기재가 많다”고 이진이 연구원은 덧붙였다.

또한, 이 연구원은 ▲약국 매출의 상당 부분이 주변 병·의원 처방전에 의존하는 점 ▲약국의 대체 가능 의약품 보유 능력 ▲생동성 인정 제네릭 품질에 대한 홍보 부족 등도 지적했다.

이진이 연구원은 “약국과 병·의원이 공존하는 관계라서 약사가 주변 병·의원과 마찰을 일으키면서까지 대체를 하려 들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약국의 재고 관리 능력상 동일성분 내에서 대체가 가능한 품목을 어느 정도까지 보유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연구원은 “2006년 생동성 조작 사건으로 신뢰성이 하락한 부분에 대해, 이후 여러 개선 노력이 있음에도 처방자, 소비자 차원의 선입견이 일부 존재하는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끝으로 저조한 대체조제를 높이기 위해 저가의약품 대체조제를 의무화하거나 현행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진이 연구원은 스웨덴처럼 약국이 동일성분 의약품 재고를 보유했을 때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을 최저가의 제네릭으로 대체조제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과 의무화가 어려울 시 ▲인센티브 비율을 현행 약가 차액의 30%에서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방안 ▲대체조제 통보 의무 폐지나 통보 방식 개선 ▲대체조제 금지의 임상적 사유 범위를 특정하고, 미기재 시 제재 방안을 마련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진이 연구원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는 가격과 효능의 상관관계보다는 대부분 진입 순서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나는 현상을 보인다”면서 “환자에게 맞는 처방보다 리베이트 영향력이 작용하는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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