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뜨거운 것이 좋아

 

나는 뜨거운 것을 좋아한다. 냉커피보다는 핫 초콜릿. 겨울 산보다는 여름 바다. 섹스도 시작부터 두 사람이 뜨거운 덩어리로 움직이는 게 좋다. 하지만 현실은, ‘냉랭’한 순간의 연속일 때가 많다. 덜 달아오른 두 사람 덕에 침대시트는 아직 차갑고, 얼음 막대기 같은 남자의 손가락이 젖꼭지를 쥐어 틀 때마다 흠칫 놀란다. 차가운 손에 닿았으니 유두가 단단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가끔 이를 흥분한 신호로 받아들이고 그 설렁설렁한 손놀림마저도 그만두고 삽입을 하는 남자가 있지. 여자의 오르가슴은 천천히 상승하는 곡선운동이라지만 처음부터 강한 열기에 휩쓸려 시작한다고 불평할 여자는 아무도 없다.

목욕. 나의 경험상 섹스 열기를 물리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뜨거운 욕조 목욕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생활 속에서 모험을 즐기는 여성이라면 샤워기를 놓칠 리가 없죠. 샤워기의 뜨거운 물을 이용한 마스터베이션은 여성을 위한 보너스다.

이렇게 의도를 가지고 몸을 덥혀 놓았으면 이제 서로의 뇌를 뜨겁게 만들 차례다. 상대방의 사소한 것에 애정을 느끼고 그것을 입으로 발설할 때의 성적 긴장감은 첫날 밤 브래지어 후크를 오픈하기 전의 그것과 맞먹는 다는 걸, 나는 꽤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새로 산 블라우스의 단추를 여자 혼자 풀게 내버려둘 수 있지만 기꺼이 거드는 남자의 양손에 새삼 젠틀한 매력을 느꼈다면, 바로 말하라. 헬스장을 다니는 여자친구, 운동하더니 엉덩이 라인이 예전보다 훨씬 자극적이라고 느꼈다면, 바로 말하라. 상대의 아주 사소한 매력 하나도 잊지 않고 이야기하기. 어설픈 오럴 섹스-그래도, 오럴 섹스가 끼어있으면 좋다!-보다 더 강력한 성적 임팩트를 발휘하는 게, 칭찬이다.

뇌가 달아오르면 혀가 나서야 한다. 혀로 상대방의 몸 구석구석을 핥는 것은 클래식한 섹스 워밍업이나 오래 된 연인일수록 이 정공법의 전희를 건너뛰기 일쑤다. 이런 전희는 꼭 본격적인 인터코스 전에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그래서 처음에 안 했으면 이번 섹스에는 아예 없는 아이템이 되어버리기 일쑤. 그렇다면, 패러다임 쉬프트가 필요하다. 놓치기엔 아쉬운 이 기분 좋은 플레이의 타이밍을 바꿈으로써 섹스 코스에 약간의 파격을 주는 것. 파트너의 자제력에 충분한 믿음이 있다면 절정으로 가는 도중 몸을 살짝 뺀 다음 입술과 혀로 상대의 전신을 훑는다. 상대방의 눈치 보지 말고 스스로 만족할 만큼.

그래도 뜨겁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시정을 해야 한다. 주문한 커피가 만족할 만큼 뜨겁지 않아 바로 새 커피로 바꿔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친구를 부러워한 적이 있다. 나 같으면 오늘 이 집 서비스는 별로군, 하고 넘겨버릴 텐데. 이런 사소한 권리를 잘 실천하지 못하는-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귀찮아서-나로서는 그런 친구가 부럽고, 신기했다. 카페에서뿐만 아니라 침실에서도 마찬가지다. 불만스러운 섹스를 그냥 받아들이지 않는 자세, 절정을 위해 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솔직히 말하자. 특히 여자들. 거짓 오르가슴이 여성의 섹스북 카테고리에서 꽤 큰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점이 시사하는 바를 모르지는 않겠죠. 거짓 오르가슴도 따지고 보면 파트너인 남자의 쾌감을 신경 쓰는 행동인데, 이거야말로 정말 하잘 것 없는 배려다. 남자들은, 원하는 게 있으면 반드시 말하고, 요구한다. 지금 너의 질 안에 손가락을 넣고 싶지만 네가 별로 기꺼워하지 않는 것 같아서 넣지 않겠어, 라고 말하는 남자를 본 적 있는가. 나는, 그런 말을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다.

글/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 blog.naver.com/wai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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