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는 뭐했나. 서남의대 논란

부실 의대 논란의 중심이었던 서남대 의대 졸업생들의 학위 취소와 이에 따른 의사 면허 박탈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와관련 주무부서인 교육과학기술부가 재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은커녕 뒤늦게 졸업생들의 학위취소까지 요구하는 전형적인 ‘뒷북행정’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교과부측이 발빠르게 서남대의 부실을 파악해 학교 폐쇄 등을 일찍 결정했더라면 애꿎은 학생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인 것이다.

교과부는 21일 서남대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의대 임상실습 교육 과정 관리 및 운영 부당 등을 이유로 서남의대 졸업생 134명의 학위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이미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국가시험을 통해 의사 면허를 발급받은 졸업생들이 의사 면허를 박탈당하고 재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교과부는 “서남대 부속병원에서 2009년 1월 19일~2011년 8월 19일까지 54개 과목 총 1만3596시간 임상실습 교육과정을 운영한 것으로 돼 있으나, 부속병원 외래 및 입원환자가 없거나 부족해 실제 임상실습 교육과정 운영 가능 시간은 8034시간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실습과목 학점 취득을 위한 최소 이수시간보다 임상실습 교육과정 운영 가능 시간이 미달하는 148명에게 총 1626학점을 부여하고, 그 중 이수시간 미달 학생 134명에게 의학사 학위가 수여됐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부속병원이 연간 퇴원환자 실제 인원 수 및 병상 이용률 등이 턱없이 낮아 인턴과정 수련병원 지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함에도 2011년 8월 29일~2012년 10월 11일까지 임상실습 교육과정을 운영해 2개 학기 동안 42명 학생에게 총 680학점을 부당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9년 1월 19일~2012년 11월 28일까지 파견실습 병원 및 임상실습 협약 체결 병원의사의 외래교수 위촉 자격 유무에 관한 확인 및 외래교수 위촉도 없이 해당 의사에게 파견실습 및 위탁실습을 전담하게 했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이번 감사 결과에 따라 ▲총장 해임 ▲의학부장 직무대리 등 19명 중징계 ▲임상실습 교육과정 이수 가능 시간이 학점 취득 최소 요건에 미달한 148명에게 부여한 학점 취소 ▲학점 취소에 따라 졸업 요건을 갖추지 못한 134명의 학위 취소 ▲부속병원에서 운영된 교육과정을 통해 부여한 42명의 680학점 취소 ▲외래교수 위촉 없이 부여한 파견 실습과목의 학점 취소 등을 요구하는 한편, 서남대 총장을 고등교육법 위반혐의로 고발했다.

우려했던 서남의대 졸업생 학위 취소 사태가 현실화되자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교과부의 책임 회피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노환규 회장은 SNS에 올린 글에서 “서남의대의 부실 교육 실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그동안 이를 외면했던 교과부가 학교 폐쇄 조치는 내리지 않고 오히려 뒤늦게 졸업생들의 자격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노 회장은 “교과부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책임을 방기하던 사이, 이미 졸업해 의사가 된 사람들은 피해자가 됐다. 부도덕한 이들과 무책임한 이들의 합작품에 의해 선량한 이들이 애꿎게 피해자가 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 “교육이 부실한 의과대학이 한 곳뿐이 아니다. 이제라도 철저히 진단하고 부실교육의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 회장은 서남대 졸업생들의 의사 면허 취소를 막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염려는 여러분의 몫이 아니다. 그동안 심각한 상황을 알면서도 무책임하게 내버려뒀던 많은 사람이 해야 할 몫”이라면서 “졸업생들의 의사 면허가 취소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내 의사 면허부터 반납하고 의사협회장직을 내려놓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최근 국회에서 열렸던 ‘부실 의대 학생교육권 보호를 위한 간담회’에 참석했던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도 “이미 졸업을 하고 의사국가시험까지 통과한 졸업생들에게 재교육을 받도록 하거나, 면허를 박탈하는 일 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서남의대 재학생과 졸업생 모두 정부의 의과대학 인가를 믿고 입학한 피해자들이다. 부실의대를 폐지하더라도 학생들에게는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대원칙을 세워야 한다. 교과부는 “부실 의대는 있어도, 우리는 부실 학생이 아니다”라는 의대생들의 외침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장기간 부실을 방치해놓고 이제야 이미 학교를 떠난 졸업생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않다.

    박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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