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물신약 놓고 한의, 의약 갈등 격화

정부의 천연물신약 정책에 반대하는 한의사 1만여 명이 서울역 광장에 모였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16개 시·도지부에서 모인 1만여 명의 한의사들이 17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서울역 광장에서 ‘천연물신약 무효화와 정부의 불공정 정책 규탄을 위한 범한의계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 17일 전국 한의사 1만여 명이 서울역 광장에 모여 정부의 ‘천연물신약’ 정책 백지화를 외쳤다.

전국한의사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이날 궐기대회에서 전국 16개지부 228개분과 비상진료체계를 구축한 후, 전체 한의사가 진료를 휴진하고 참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경희대를 비롯해 전국 12개 한의과 대학 2000여 명의 학생들도 참여했다고 전했다.

비대위는 이날 “신약은 신약 개발국가의 과학기술 발전 정도를 나타내는 바로미터이자 고부가 산업의 상징이어야 함에도 우리나라에서는 기존의 한약을 ‘천연물신약’이라는 엉터리 이름으로 포장해 양의사들에게 처방권까지 주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총궐기대회를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 범한의계 총궐기대회에 참여한 한의대생들의 모습. 이날 주최 측은 전국 12개 한의과 대학 2000여 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비대위는 이와 관련 “‘스티렌정’과 ‘레일라정’ 등 천연물신약은 한의약 R&D 자금과 정책 예산으로 한약의 제형만 변화시킨 것에 불과하다”면서 “특히 이들 천연물신약의 대부분이 신약에 대한 국제기준 적합도에 미달함으로써 ‘조인스정’은 호주에서 의약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비대위는 “정부가 902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진정한 의미의 신약개발에 실패했으며, 이같은 사실을 감추고 제약자본주의의 배를 불리기 위해 신약개발 허가 기준을 조작하고 완화해 가짜 ‘천연물신약’을 허가해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 범한의계 총궐기대회에서 집회에 참가한 한의사들은 ‘독립한의약법’ 제정과 함께 이를 집행할 ‘한의약청’을 신설하라는 요구를 외쳤다.

비대위는 더불어 “정부의 잘못된 천연물신약 정책으로 한약이 전문의약품으로 둔갑해 양방 건강보험에 등재되고 양의사에 의해 처방됨으로써 국민건강과 건강보험재정에 크나큰 손해를 끼치고 있다”면서 “정부는 더는 엉터리 천연물신약 개발을 즉각 중단해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이 낭비되는 것을 막고, 한의사와 양의사로 이원화한 우리나라의 의료체계 근간을 뒤흔드는 직능 간 갈등 유발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특히 “천연물신약 ‘신바로’의 원처방자이자 당사자인 자생한방병원이 직접 ‘신바로 캡슐’은 ‘한약’이라고 밝혔다”면서 “이에 따라 제2, 제3의 천연물신약이 한약임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범한의계 총궐기대회에서 주최 측이 한약을 캡슐에 담아 즉석에서 ‘천연물신약’을 만드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이날 비대위는 “앞으로 천연물신약 문제뿐만 아니라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문제, 1987년 도입된 후 단 한 번도 제조법과 수가가 개선된 적 없는 한약제제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복지부와 식약청은 이같은 모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독립한의약법’을 제정하고, 이를 집행할 ‘한의약청’을 즉각 신설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와 제약협회는 “천연물신약은 전문의약품”이라고 강조하면서 한의사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천연물 신약은 2007년 식약청 고시를 통해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의사에게 처방권이 있고, 한의사는 처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제약협회는 16일 조인스, 스티렌, 레일라, 모티리톤, 아피톡신, 시네츄라, 신바로의 7개 천연물신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약사법에 의거, 허가를 받은 전문의약품이라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직능발전위원회가 오는 2월 14일 제4차 회의에서 천연물신약 관련 제약사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진철 기자 jcpar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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