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론에 새로 등장한 ‘암흑의 힘’

 

암흑물질 상호작용 매개하는 미지의 힘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는 현대 우주론이 해결해야 할 최대의 숙제다. 지난주 미국 천문학협회 회의에선 그 미스터리에 접근할 단서 두 건이 발표됐다. 암흑물질이란 우주의 질량 대부분(통상 물질의 약 5배)을 차지하면서도 빛을 내지 않아 관측되지 않는 물질을 말한다.

이것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은하를 이루고 있는 별들의 회전속도에서 계산되는 질량은 은하 내의 별이나 성간물질을 합친 것보다 훨씬 더 크다. 또한 은하나 은하단의 중력은 그 주변을 지나가는 빛을 휘게 만드는데(중력 렌즈 효과) 이를 통해 계산된 질량은 실제 관측된 질량을 크게 넘어선다.

암흑물질은 중력을 제외하면 통상물질은 물론, 암흑물질과도 상호 작용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돼 왔다. 하지만 UC데이비스의 연구팀은 암흑물질 간에 미지의 힘이 작용한다는 추정을 제시했다. 근거는 지난해 발견된 ‘머스킷 총알 은하단’이다(수천억 개의 별이 모인 것이 은하, 이런 은하 수백억 개 이상이 모인 것이 은하단이다). 7억 년 전 자신보다 큰 은하단과 충돌, 그 영역을 뚫고 지나갔다는 점이 관심사다.

질량 분포를 분석한 결과 이 은하단의 암흑물질은 소속 은하들과 1만9000광년 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문제의 암흑물질 입자들이 스스로 통과한 영역의 암흑물질과 상호작용을 한다면 이들의 운동속도는 느려질 것”이라며 “그렇다면 암흑물질과 소속 은하들의 질량이 서로 다른 곳에 자리 잡은 이유가 설명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힘으로는 미지의 ‘암흑의 힘(dark force)’이 제시됐다.

당초 암흑물질의 속성에 대한 자료를 내놓은 것은 총알 은하단이다. 약 1억년 전 자신보다 큰 은하단과 충돌, 그 영역을 뚫고 지나갔다. 이 때 은하와 은하 사이에 있는 가스들은 서로 충돌한 뒤 이들 두 은하단의 꼬리에 매달렸다. 총알 은하단의 질량 지도를 분석해보면 암흑물질은 가스가 아니라 은하들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이는 암흑물질이 통상 물질과 분리될 수 있다는 증거다. 또한 암흑 물질이 서로간에 상호작용을 하지 않으며 오직 중력의 영향만을 받는다는 것을 암시한다. 하지만 이번의 머스킷 총알 은하단은 암흑물질이 서로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두 은하단의 암흑물질 분포가 보이는 차이는 충돌 후 시간 경과(7억년과 1억년)의 차이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보고 있다. 어찌됐건 두 건이라는 충돌사건은 결론을 내리기에 숫자가 너무 적다.

한편 암흑에너지란 약 50억년 전부터 우주의 팽창 속도를 점점 더 빠르게 만들고 있는 미지의 힘을 말한다. 지난 주 회의에서 발표된 단서는 지구에서 100억 광년 거리에 있는 초신성 ‘밍구스’다. 초신성이란 막대한 질량을 지니게 된 별이 대폭발을 일으킨 것을 말한다. 은하 전체의 별을 합친 것보다 밝게 빛난다.

밍구스는 2004년 발견됐지만 특히 중요한 유형(1a)이라는 사실은 이번에 확인됐다. 1a형이란 보름달 크기의 백색왜성이 붉게 부풀어오른 이웃 별의 물질을 흡수해 폭발한 것이다. 이 유형이 특히 중요한 것은 밝기가 일정하기 때문이다. 빛이 어두워진 정도를 근거로 거리를 측정할 수 있고 스펙트럼(적색편이)을 분석하면 지구에서 멀어지는 속도를 확인할 수 있다.

우주의 가속 팽창이 1998년 확인된 것도 바로 1a형 초신성들이 지구에서 멀어지는 속도를 비교한 결과다. 100억 년 전 폭발한 밍구스의 정보를 이미 알려진 초신성들과 비교하면 암흑에너지의 정체에 좀 더 근접할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논문은 ‘천체물리학 저널’ 20일자에 실릴 예정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우리가 알고 있는 통상물질은 우주의 4%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암흑에너지 73%, 암흑물질 23%로 구성돼 있다. 우주에 대한 인류의 이해 수준은 진리의 바닷가에서 조약돌을 줍는 아이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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