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의대 폐지 수순, 학생 피해 최소화해야

서남의대 부실로 촉발된 부실 의대 사태가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부실 의대 퇴출과는 별도로 학생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부실 의대 학생교육권 보호를 위한 간담회’에서는 정부 감사 결과 최근 이사장이 구속되는 등 의과대학 부실 운영의 대표적 사례로 제기된 서남의대와 관련한 대책 마련 논의가 진행됐다.

또한, 이 자리에는 서남의대 학생뿐만 아니라 협력병원 부재로 문제가 되고 있는 관동대의대생들도 참여해 정부의 부실 의대 관련 정책 방향을 듣고, 학생들이 기대하는 대책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서남의대 감사 결과, 부실 ‘심각’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지원실 대학선진화과 김재금 과장은 “현재 법령으로는 부실 의대로 적발해도 폐지하기까지 7년 이상 걸렸지만, 현재 입법 예고한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에서는 2년이면 학과 폐지가 가능하다”면서 “의대라는 특수성상 국민건강권 직결 문제 등으로 법률상 의무와 처벌 기준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과장은 “대부분 학과가 운영상 문제점이 불거지면 1차 적발에서는 5~10% 수준의 모집 정원 감축이 이뤄지지만, 경영대학원은 50%를 감축할 수 있다”면서 “의대도 높은 기술 수준이 필요하다는 특수성 때문에 1차 적발에 50% 모집 정원 감축, 2차 적발 시 해당 학교 의과계열 폐지로 새로운 법안의 방향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김재금 과장은 “현재 서남의대 감사 결과를 정리 중이다. 상황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판단에 재학생들의 보강교육을 비롯해 많은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면서 “필요할 경우 학과 폐지를 비롯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전문가단체나 학생들의 의견을 청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 의대 ‘국민건강권’과 직결

이날 참석한 보건복지부 의료자원과 고득영 과장은 “(서남의대 문제는) 맥을 끊자는 것이 아니라 국민건강권을 위해 강력한 조치를 마련하고, 기준 이행을 유도하는 조치로 해석해 달라”면서 “관동대의대도 설립 당시 부속병원 설립 약속을 현재까지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관동대의대는 부속병원 부재로 2년 동안 모집 정원 10% 감소 페널티를 적용받고 있다.

발표자로 나섰던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허윤정 교수도 “서남의대 남광병원 수련병원이 법원에 제출한 ‘병원 신임평가 전산 입력자료’의 퇴원환자 수 1만1340명이 허위로 판명되고, 2010년 병상이용률도 기준점인 70%에 크게 미달한 2%대로 확인되는 등 수련할 수 있는 임상 케이스가 절대 부족했다”면서 “더구나 전공의들을 상대로 원치 않는 번복 사유서를 작성하도록 해 이를 다시 법원에 제출하는 등 윤리·도덕적 내용을 가르쳐야 할 의대가 학생에게 비윤리·비도덕적인 번복 사유서를 제출하게 했다는 점은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허 교수는 “(서남의대와 같은 부실 사태는) 환자들을 임상시험 대상자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의사인력 양성제도에서 드러난 다양한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정책 개선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허윤정 교수는 “(부실 의대 정원을) 단계적으로 몇% 감축하더라도 현재 다니는 학생들만 피해를 입을 뿐”이라며, “폐지되더라도 현행법상으로는 7년이 걸리고, 그 기간 동안 학교는 더 이상의 피해가 없기 때문에 폐지까지 기간 동안 학생들의 교육권 보호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이 부실 학생인가?… 부실 의대는 정부·학교가 만든 문제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참석자들과 서남의대·관동대의대 학생들은 부실 의대 운영을 바로잡자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었지만, 부실 의대 해결 과정에서 학과 폐지가 논의되는 부분에서는 온도 차이가 있었다.

이날 참석한 학생들은 현재 입법 예고 중인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1차 적발 시 모집 정원 50% 축소, 2차 적발 시 해당 대학 의과계열 폐지로 타 학과 등과 비교해 지나치게 극단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그동안 부실 의대와 관련한 대안 마련에서 학생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웠다는 점을 호소했다.

일부 학생은 또한 정부의 부실 의대 정상화가 지원이나 격려는 없이 도덕적 잣대만 들이대고, 학과 폐지로 압박만 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과 폐지를 포함한 방안을 추진하더라도 학생 피해는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날 참석자 모두 한목소리를 냈다.

이와 관련 한 학생은 “부실 의대 재학생과 졸업생 모두 정부의 의과대학 인가를 믿고 들어왔다. 폐지하더라도 학생들에게 피해가 없어야 한다”며 “구체적인 대책과 학생들의 선택사항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다른 학생은 “부실 의대가 있어도 학생들이 부실 학생이 아니라는 점, 학생들이 희생을 강요당해야 하는 위치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 달라”고 호소했다.

교육과학기술부 김재금 과장도 “부실 의대 감사 결과 가장 큰 고민은 부실 운영은 학교 측이 했지만, 결국 피해는 학생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라면서 “학생들에게 큰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고득영 과장도 “서남의대 수련병원 취소 당시 10명의 전공의를 광주복음병원 등 희망하는 곳으로 모두 이동 수련을 마쳤다”면서 역시 학생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날 간담회를 주최한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과 민주통합당 이목희 의원도 학생 피해 최소화에 한목소리를 냈다.

박인숙 의원은 “(서남의대) 정상화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면서도 “학과 폐지가 100% 확정되더라도, 학생 피해는 ‘제로(0)’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목 의원도 “잘못은 학교와 정부 당국에 있다”면서 “(학생 피해 최소화를 위해) 학생과 정부, 학교, 의학교육평가원 등이 참여하는 ‘의학교육정상화TF 등을 구성해 재학생과 졸업생에게 심각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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