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산업, “파머징 마켓이 돌파구”

세계 제약산업에서 파머징 마켓(Pharmerging market)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다국적 제약사의 국내 진출이 늘고 있다. 이러한 때 우리 제약업계도 국내 제약산업에 대한 다국적 제약사의 관심을 활용해 파머징 마켓으로의 수출 확대를 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파머징 마켓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앞으로 제약산업의 비중은 파머징 마켓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한화투자증권 정보라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경제 성장으로 현재 20% 규모인 파머징 마켓은 연평균 12~15% 성장해 2016년에는 세계 시장의 30%를 점유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반면 미국 및 유럽은 제네릭 출시가 원인인 약가하락과 경기침제, 인구 고령화 성숙 등의 요인으로 1~2%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최근 세계 제약사들의 관심이 파머징 마켓에 집중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 2011년과 2016년 국가별 시장규모 랭킹(자료: IMS Health,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제약시장 조사 기관인 IMS Health도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 2016년 글로벌 제약시장은 1400조원 규모에 이를 것이며, 제약시장의 성장은 파머징 마켓, 바이오의약품, 제네릭이 이끌 것으로 예측했다.

파머징 마켓은 중국, 브라질, 인도, 러시아, 멕시코, 터키, 폴란드,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 태국, 이집트, 베트남 등 경제성장이 막 시작되고, 의약품 소비량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하는 국가를 가리키는 말이다.

정보라 애널리스트는 “인구 1인당 의약품 소비액이 선진국은 2016년 평균 609달러일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파머징 국가들은 91달러로 7분의 1에 불과하지만, 세계 인구의 70%를 차지하고 있어 시장 비중은 30%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특히 1인당 의약품 소비액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파머징 마켓의 고성장세는 한동안 유지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보라 애널리스트는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는 다국적제약사들이 선진시장에 기반을 둔 다국적제약사 간 M&A로 덩치 키우기에 집중했다면, 지난 10년간 다국적 제약사들의 투자 혹은 M&A, 전략적 제휴는 ▲제네릭 사업 진출 ▲파머징 마켓의 로컬기업 인수 ▲바이오텍 인수로 요약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M&A가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미국과 유럽같이 성숙·포화한 시장은 제약시장 성장률 자체가 저조하고, 브랜드 의약품의 특허만료가 계속되면서 다국적제약사들이 성장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다국적제약사들이 제네릭 사업을 시작하거나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확대하고, 고성장하는 파머징 마켓에 진출해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노바티스가 제네릭 회사인 EBEWE사를 인수하거나 일본의 다이이찌산쿄가 인도의 글로벌 제네릭업체 Ranbaxy를 인수한 것, 사노피-아벤티스의 체코 젠티바 인수 등이 제네릭 시장 진출을 위한 대표적인 M&A 사례이다. 또한 Eli Lilly가 인도 진출을 위해 Zydus Cadilla사를 인수, 또는 GSK가 아프리카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Aspen Pharmacare, 암젠이 브라질의 Bergamo를 인수한 것은 M&A로 파머징 마켓에서의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정 애널리스트는 전했다.

국내 제약사도 수출 증가 기회

파머징 마켓에 대한 다국적 제약사들의 관심이 이어지면서 다국적 제약사들의 국내 진출도 늘고 있다.

정보라 애널리스트는 “최근 국내 시장에서도 다국적제약사들의 전략적 제휴 및 M&A 행보가 심상치 않다”면서 다국적제약사들의 국내 진출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로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의 생산설비 ▲고급연구인력 및 인프라 ▲수준 높은 병원과 임상 시스템에 따른 상대적으로 저렴한 의약품 임상개발 비용 ▲국내식약청(KFDA) 허가 시 중국, 브라질 등 몇 개 국가를 제외한 중동, 동남아시아 등 파머징 마켓에 허가 및 판매가 쉽다는 점 등을 들었다. 정 애널리스트는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파머징 마켓으로 진출하는 데 있어 전략적 요충지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제네릭 기업인 알보젠의 근화제약 인수, 이스라엘 제네릭 업체인 테바와 한독약품의 조인트 벤처 설립, 글로벌 CMO 업체인 카틀란트와 씨티씨바이오의 업무제휴, 머크·사노피-아벤티스·GSK와 한미약품의 개량신약 공동개발 및 판권이전과 같은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정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특히, 이런 환경 변화는 국내 상위사들의 해외 진출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정보라 애널리스트는 강조했다.

2012년 3분기 누적 기준 상위제약사들의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녹십자는 파머징 마켓 중심으로 혈액제제 및 백신제제 수출이 늘고 있고, 동아제약은 박카스와 바이오의약품, LG생명과학은 바이오의약품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미국으로 수출하는 원료의약품 수출이 급증하면서 수출액 증가율을 회복하는 중이다. 한미약품은 머크, GSK, 사노피-아벤티스와 연이어 개량신약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2013년부터 본격적인 수출액 증가가 시작될 전망이다.

정보라 애널리스트는 “내수 시장에서의 매출 증가율은 평균 10% 수준인 것에 비해 수출 증가율은 3배 이상이기 때문에 매출 대비 수출 비중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박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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