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100% 천연 비타민은 없다.

기존 합성비타민 제품보다 2~3배 비싼 가격의 ‘천연’이라는 타이틀을 단 비타민 제품들이 판매되면서 소비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천연비타민’이라는 말은 일부 원료를 천연에서 추출한 의미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존 제품과 특별한 차이가 없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일부의 ‘천연성분’ 함유를 ‘천연비타민’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들은 천연비타민이라는 표현 자체가 모순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천연비타민에는 과일이나 채소에서 비타민을 추출하는 최소한의 물리적 공정만 허용된다. 천연비타민이라고 말하는 제품이 알약이나 캡슐 형태라면 곧 가공된 상태라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부형제 첨가 등 화학적인 합성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에 천연비타민이라 할 수 없다.

그래서 많은 비타민 제조사들은 ‘천연원료 비타민’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이런 표현은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자칫 천연비타민으로 오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에 비타민C 치료법을 소개한 미국 인디애나의대 하병근 교수는 “비타민C 중 100% 천연(Natural)으로 이루어진 1g 정제나 500mg 정제는 없다. 아세로라나 로즈힙 같은 과일 열매로 만들었다 해도 정제의 비타민C 함량이 200mg 을 넘어서면 천연비타민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건강기능식품 표시 기준에 따르면, 천연의 표시는 어떠한 인공 첨가물이나 합성 성분도 제품 내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야 하고, 비식용부분의 제거나 최소한의 물리적 공정 외의 가공 공정을 거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만 표시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천연이라는 표현을 쓰는 알약, 캡슐형태의 비타민제는 ‘천연 원료의 비타민을 합성한 비타민제’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천연원료의 비타민을 합성한 비타민이 기존 합성비타민보다 체내흡수율이 좋다는 견해도 천연 과일이나 채소 등을 통해 섭취할 경우에만 성립한다. 천연원료를 합성한 비타민제가 기존비타민보다 흡수율이 좋다는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천연비타민은 투입한 원료에 비해 생산량이 매우 적기 때문에, 이름만 천연원료 비타민일 뿐 천연 원료와 합성 비타민을 섞어놓은 제품이 많다.

합성비타민은 천연비타민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화학적 합성을 통해 만들어졌지만 천연과 같은 성분의 분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연구에 따르면 천연비타민과 합성비타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같다. 국내 학자들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학계에서는 화학구조와 함량이 같으면 인체 내 효과는 동일한 것으로 간주한다. 합성비타민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인위적이며 좋지 않은 물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천연’이라는 말의 맹신에서 나온 편견인 것이다.

‘선진국 비타민제’에 대한 편견도 문제이다. 비타민C의 경우, 특정 국가를 원산지로 내세워 ‘프리미엄 비타민’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비타민의 품질을 평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나라 이름이나 지리적 위치가 아니라 ‘어떤 공정과 과정을 거쳤는가’이다. 비타민제 복용 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규정을 준수하는 공정과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선진국에서 수입한 비타민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다는 생각은 수입회사의 마케팅 전략일 뿐이다. 실제 유럽지역에서 유전자 조작 아스코르빈산(비타민C)이 대거 유입되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기본적인 확인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식품과 약품에 유전자조작 여부를 표기할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영국의 일부 비타민B2 생산업체는 소비량이 늘자 고초균에 유전자조작을 해서 생산량을 대폭 늘렸다. 고초균은 소화기관에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2차 감염요소인데 유전자 변이로 활동이 더 왕성해졌다면 이 고초균이 체내에 들어가 무슨 일을 벌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전문가들은 “비타민을 선택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타민을 얼마나 균형있게 섭취하는가”라고 강조한다.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에서 쏟아내는 애매하고 무분별한 광고를 맹신하기 보다는 평소 자신의 식습관을 고려하여 어떤 비타민의 섭취가 부족한지 아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것이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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