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의 연장, 페팅

페팅은 결국 파트너의 자위를 도와주는 거라 생각한다. 페팅의 한국 내 사전적 정의가 어떠하든 내가 느끼는 페팅의 의미는 그렇다. 같이 즐긴다기보다는 파트너를 위해, 키스나 손 애무를 함으로써 상대의 성적 쾌감을 끌어내는 것. 전희나 애무나 페팅이나 내용은 동일하지만 그 행위를 ‘페팅’이라고 부를 때 반드시 클라이맥스가 있어야 한다. 자위를 하면 반드시 오르가슴을 맛보듯이 말이다. 그래서 페팅은 어감에서 주는 은밀한 매력이 있다. ‘널 만지고 싶어’ 는 평이하지만 ‘너랑 페팅하고 싶어’는 내가 남들 모르게 하는 은밀한 짓에 상대방도 끼워달라는 인상을 준다.

섹스를 하기 전 성적으로 충분히 준비된 상태를 만드는 게 페팅의 목적이나 환경이 여의치 않아 인터코스로까지 진전을 못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래서일까. 결국, 핵심인 ‘섹스’는 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페팅 경험은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오럴 섹스를 함의한 경험이라고 해도 말이다.

지인 한 분은 섹스의 마지막 단계인 인터코스는 여전히 아껴두고 있지만 정말 마음에 드는 남자와는 가끔 진한 페팅 정도는 즐기는 사람이다. 얼마나 진하냐면 당일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와 심야, 인적이 드문 길가에 차를 세우고 그의 잘 생긴-그녀의 표현에 의하면 크기, 굵기 심지어 성기 표피 위로 드러난 핏줄까지 괜찮았다고- 페니스는 물론 항문의 겉과 속까지도 샅샅이 핥을 정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삽입 섹스로 이어지지 않았다니 참으로 미스터리하지만 말이다.

첫 경험 전에도 벌써 이런 감성적인 페팅 경험이 있는가하면 페팅의 부족으로 첫 경험까지 망쳐버린 이들도 있다. 내 후배 한 녀석은 여자 친구랑 사귀면서 별다른 페팅의 단계 없이 섹스 할 기회를 잡았는데, 여자의 몸에 익숙하지 않은 나머지 몇 번 삽입도 해보지 못하고 바로 사정해버렸단다. 스스로에게 화나고, 여자 친구에게 미안하고,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 때문에 콘돔을 빼지도 않고 울어버렸다고. 이 친구가 여성의 오르가슴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페팅에 절대적으로 눈길을 돌렸을 텐데, 그랬다면 그의 첫 경험이 얼룩진 눈물에 이은 여자 친구의 안쓰러운(?) 오럴 섹스라는 루트와는 사뭇 다른 길을 갔을지도 모른다.

나도 페팅에서 멈춰버린 관계가 있더라. 왜 삽입섹스를 거부했을까 돌이켜보니 손가락을 쓰는 모양새가 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맞아, 키스도 첩첩거리고 별로였어. 여하튼, 페니스와는 달리 손가락은 개수도 여러 개고, 혼자 멋대로 폭발하지도 않으며 또 완벽히 컨트롤할 수 있지 않나.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와 섹스하는 것(자위에 대한 영화감독 우디 앨런의 표현)’보다 만족도가 낮으니 당연히 다음 단계로 넘어갈 리 만무하다.

페팅의 묘미는 손가락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있다. 손가락을 섹스 도구라고 생각하면 그 때부터 없던 흥도 절로 난다. 온몸 구석구석을 정성껏 쓰다듬는데, 몸 전체는 다소 거칠게, 주요 성감대는 부드럽게 터치한다. 엉덩이처럼 지방이 많은 곳은 위로 밀어 올리면서 슬쩍 꼬집고, 때려도 괜찮다. 손가락 애무와 더불어 키스하고, 핥고, 빨고, 무는 동작도 적절히 가미해야 함은 두 말 하면 입 아픈 클래식 테크닉. 흥분한 여성의 통로에서 뜨거운 체액이 흘러내리고, 입구가 확확 열리기 시작하면 인터코스를 할 준비가 다 된 거다. 손가락을 여자의 그곳에 두어 번 찔러 넣으니 촉촉해져서 그걸로 몸이 다 열렸다고 생각하면 정말 큰 착각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페팅은 끝이 보여야 한다. 손가락 몇 번 넣어서 쉬이 절정에 오를 것 같으면 애초에 수많은 여성들이 그렇게 가짜 오르가슴을 만들 일도 없을 거다.

글/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 blog.naver.com/wai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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