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 박근혜, 문재인 이렇게 다르다

보건의료 공약 분석(중)-의료제도 개편

오는 19일 선거 결과에 따라 의료 제도의 많은 부분이 달라지게 된다. 영리병원, 포괄수가제, 총액계약제 등에서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입장이 상반되기 때문이다.

제도의 개편은 의료 생산자와 소비자, 국가 재정 모두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또한 거액의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건강 보험 보장률 인상,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 등과 달리 이른 시일 내에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제도적 쟁점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살펴본다.

◆경제 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 박후보 “지켜보자”, 문 후보 “반대”

두 후보의 공약집에는 영리병원에 대한 언급이 없지만 각자 입장은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6일 두 후보에게 의료정책 전반에 대한 공식질의서를 보내 지난 13일 회신을 받았다(표 참조). 이에 따르면 박 후보는 “현행 제도를 지켜본 뒤에 판단”한다는 것이고 문 후보는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문 후보는 지난 달 7일 “영리 의료법인 허용 등 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국민건강권을 위협하는 일체의 의료영리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발언했다. 이날 배포한 자료집에서는 “경제자유구역과 제주특별자치도의 영리병원은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으로 국한하고, 향후 영리병원을 폐지하는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원래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는 것은 의사와 비영리법인 뿐이다. 영리병원은 2002년 김대중 정부가 경제자유구역법을 제정하면서 외국인들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검토하기 시작했다. 2004년 노무현 정부는 이 법을 개정해 외국 영리병원의 내국인 환자 진료를 허용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현 정부는 제주도내 내국인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제주특별자치도법 개정안’과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려 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에 물러선 뒤 지난 4월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대상으로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에 대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10월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 절차 등에 관한 규칙’을 공포, 법적 준비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인천시가 영리병원에 반대하고 있다. 시는 송도에 국내의료법을 적용 받는 비영리 국제병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을 개발하는 목적에 맞게 외국의료기관인 영리병원을 건립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지키고 있다.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논리는 “병원이 돈 되는 진료를 위해 국민건강보험을 적용받지 않는 비싼 비급여 진료를 늘릴 테고 이렇게 되면 저소득층 환자는 기본적인 진료를 받을 기회가 줄어 들 것”이라는 것이다. 국민 건강보험제도를 무너뜨리고 의료 민영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한다.

◆총액계약제 : 박 후보 “반대”, 문 후보 “당장 시행 반대”

두 후보 모두 반대 입장이지만 문 후보는 앞으로 추진할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사들의 행위별 수가를 상대가치 점수로 환산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계약한 대로 지불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행위별 수가제’를 부분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현재 부분적으로 시행 중인 ‘질병군별 포괄수가제’다.

총액계약제는 의료보험조직(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사단체와 연간 의료비 총액을 정해서 계약을 맺는 제도다. 의사 단체는 의사들에게 진료량에 비례해 이를 배분하게 된다.

현재 건강보험공단은 2013년 요양급여비용 계약 체결에 앞서 성분명 처방과 총액계약제를 부대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보험 수가를 아무리 높여주더라도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성분명 처방이란 의사가 예컨대 타이레놀이란 상품명 대신에 아세트아미노펜이란 성분명을 처방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면 약사가 상품 선택권을 가지게 된다. 박 후보는 반대, 문 후보는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의사협회는 총액 계약제에 대해 “전체 의료비 지불규모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 의료의 질 하락을 막을 장치가 없으며 매년 이뤄지는 수가계약에 대한 합리적 대안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며 반대한다.

이 제도에 대해선 지난 10월 보건행정 분야 4개 학회가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 서울대 권순만 보건대학원장이 옹호입장을 밝힌 바 있다. 권 원장은 “의료비 총액을 부문별, 지역별로 관리한다는 의미”라며 “개별 의료기관에 대한 의료비는 해당 공급자의 의료제공(양)과 생산성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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