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하면 여러 가지가 떠오른다. 본래의 뜻으로는 일상의 음식 또는 식이 요법이란 말인데 지금은 체중 조절 특히 살빼는 것과 동일하게 쓰이고 있다. 이전에는 젊은 여성만 주로 관심을 보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떤가? 나이로는 중년은 물론이고 이젠 어린 학생들도 관심이 많다. 성별로도 이제는 여성, 남성 할 것 없이 모두의 관심사이다. 사실 의학적 기준으로 과체중일 때에만 건강상의 목적으로 체중 감소가 필요한 것이다. 실제로 중년 남성 지인들 가운데 정기 신체 검사에서 고혈압이나 당뇨, 지방간 등의 진단을 받은 후 열심히 노력하여 체중을 10 킬로그램 정도 줄이는 것을 자주 본다. 이들이 건강을 되찾은 것은 물론이고 부은 듯 기름진 얼굴도 살이 빠져 준수한 용모까지 덤으로 얻는 것 같다.
젊은 여성들의 다이어트는 필사적이다. 한 달에도 몇 종씩 새로운 다이어트를 소개하는 책이 나오고 살 빼는 약에 무슨 테라피에… 이제는 수술 요법도 드문 일이 아니다. 경기는 불황이라는데, 다이어트 시장의 규모는 연매출이 감소한 적도 없이 매년 10% 이상 씩 증가한다고 한다. 다이어트 식품 시장 규모만 해도 연 2000 억원이라는데 여기에 스포츠 산업, 치료나 성형 부분까지 관련 상품을 다 합산하면 1조 8000억에서 많게는 4조원까지 추산하니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의사 입장에서 보면 체중조절에는 왕도가 없다. 먹는 에너지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를 빼면 남는 것이 지방으로 축적되는 것이고 부족하면 그만큼 저장된 에너지를 가져다 쓰는 것이므로 살이 빠지는 것이다. 물론 성장 발육이 정지된 성인의 이야기다. 다이어트에 흔히 사용되는 단위인 칼로리(calorie)는 ‘열’의 단위로써 표준 단위가 지정되기 이전에 쓰였다. 이제는 주울(joule)이라는 단위로 통일이 되었는데 화학 분야 특히 식품의 열량을 나타내는데 아직도 쓰인다. 1칼로리는 물 1그램을 데워서 온도가 섭씨 1도 상승하게 되는 열량을 의미한다.
자 그러면 흥미로운 계산을 해보자.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전 근로자가 방사선 피폭을 받았다 치자. 체중이 70 킬로그램인 성인이 전신에 4 그레이(Gy; 앞장에서 이야기한 방사선 흡수 선량의 단위이다)를 쪼이게 된다. 인간이 전신에 방사선을 받았을 때 이들 중 반수가 60일 이내 사망할 정도의 치사량이 4 그레이다. 그런데 이를 열량으로 환산하면 체중에 방사선량을 곱해서 나온 값, 4 x 70=280 쥬울이며 이를 칼로리로 변환하면 67 칼로리에 불과하다. 즉 1그램의 물을 섭씨 67도로 데우는데 필요한 열량과 같다. 좀 더 현실감있게 비교한다면, 오늘 식사후 후식으로 즐긴 커피 한잔을 떠올려 보자. 이야기하느라 조금 식어서 커피온도가 섭씨 60도라 할 것 같으면 우리 체온보다 23도가 높을 것이다. 온도 23도의 물 1그램이 지닌 열량은 23 칼로리, 3그램은 67칼로리이니 커피 한모금(3그램) 마시는 것이 방사선 피폭자 반수에 60일내 사망할 치사량의 방사선이 지닌 에너지와 같은 것이다!
얼핏 보면 잘 이해되지 않지만 여기에 방사선의 에너지에 대한 비밀이 숨어 있다. 열에 의한 열 에너지 경우나 물리적 힘 또는 마찰 등에 의한 기계적 에너지 경우, 이들은 균일한 형태로 균등하게 흡수된다. 따라서 생체에 손상을 일으키는데 훨씬 많은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앞서 얘기한 식으로 하면 67칼로리의 열량으로 인체가 어떤 수준의 손상을 받을까? 더 쉽게는 약간 식은 커피 한모금 정도의 열량으로 받을 수 있는 손상이라면 억지 좀 써서 가벼운 화상 정도 입을 것이다.
반면에 방사선 에너지는 균일하지 않은 형태로 불균등하게 흡수가 된다. 생체내에 흡수된 방사선은 특정사이즈의 뭉치 형태로 침투되어 분자내의 각종 화학 결합을 파괴하게 된다. 이를 시작으로 각종 반응이 연쇄적으로 일어나서 최종적으로 세포가 망가지거나 변형되는 등, 생물학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즉 방사선의 에너지는 총 에너지가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뭉치의 크기가 중요하다. 동일한 양의 철을 가지고 철가루로 또는 쇠구슬로 만들어서 던질 때, 어느 것이 더 치명적인지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