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운동화’, 화려한 만큼 건강에도 좋을까

과연 소비자 욕구 읽어낸 것인지…

‘당뇨병을 낫게 해 준다’, ‘비정상적인 발 모양을 정상적으로 복원시켜준다’, ‘혈액순환을 촉진한다’, ‘엉덩이가 28% 더 탄력이 생긴다’…. 지난해 이런 황당한 광고 문구를 앞세워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고가의 기능성 신발을 생산 판매해온 일부 업체들이 소비자 단체의 잇단 고발로 된서리를 맞았다.

이후 신발 시장에서는 기능성 신발 대신 ‘패션 운동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패션 운동화는 기존의 운동화에 패션성을 가미해 색상과 디자인이 한층 화려해진 것이다. 패션 운동화는 운동복은 물론 일상복이나 정장을 입을 때에도 같이 신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운동화의 등장은 걷기 열풍에 이어 야외 활동과 레저 붐이 크게 일어난 현상과 맞물려 있다. 특히 건강에 대한 관심이 전 연령층에 걸쳐 확산되면서 운동이 일상생활화 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는 도시 남녀를 일컬어 ‘운동녀’, ‘운동남’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패션 운동화에 대해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직장인 이혜미(32) 씨는 “요즘 운동화는 패션 아이템의 하나라 마음에 드는 색상과 디자인 별로 운동화를 몇 켤레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간부인 강유성(43) 씨는 “요즘 운동화는 출, 퇴근 때는 양복에 운동화를 신고 다녀도 이상할 게 없다. 생활하면서 걷기 운동하기에 좋다”고 말했다.

반면 마라톤 마니아인 정태성(38) 씨는 “각 운동 별로 기능화가 필요한데 단지 보기 좋다는 이유만으로 패션 운동화를 신게 되면 운동 효과가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등산 애호가인 김기철(52) 씨는 “패션 운동화의 가격이 상당히 비싼 것 같다. 운동화의 품질은 크게 좋아진 것도 없는데 디자인과 색상만 바꿔 10만원 가까운 고가로 판매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족부 치료 전문 병원을 운영 중인 이경태 정형외과 원장은 “운동화를 신고 일상생활에서 많이 움직이게 되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건 맞다. 디자인만 바꿔 고가로 판매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가격에 대한 것은 소비자가 판단할 몫”이라며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더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보다는 가격과 품질을 고려해 구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1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운동화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패션 운동화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각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올 초부터 ‘피겨 여왕’ 김연아와 인기 남자배우 김수현을 모델로 앞세운 프로스펙스와 인기 여자배우 하지원을 모델로 한 아식스 그리고 화승 르까프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2008년 발간된 ‘운동화 전쟁’이라는 책에 따르면, 유명 스포츠 업체인 퓨마, 나이키, 아디다스는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벌여 왔다. 수십 년 넘게 엎치락뒤치락하는 이 전쟁에서의 승자는 언제나 소비자의 욕구를 정확히 읽어낸 곳이었다는 게 이 책의 결론이다.

국내에서 불이 붙은 ‘패션 운동화 전쟁’은 과연 소비자의 새로운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일어난 것인지, 아니면 업체가 유명 모델을 앞세워 인위적으로 일으킨 것인지는 두고 볼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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