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진실 칼럼] ‘버킷리스트’의 오로라와 방사선

영화 《버킷 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은 불치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두 남자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죽음을 앞둔 그들은 평소 하고 싶었던, 그러나 미루어뒀던 일들을 실행에 옮겨가며 자신이 누구인지 돌아보고, 우정도 함께 나눈다. 모건 프리먼, 잭 니콜슨 두 명배우의 열연은 밋밋할 수 있는 스토리를 감동으로 이끌어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버킷 리스트’를 만들게 하였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오로라 보기’를 리스트에 올렸다고 한다. 아마도 지상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신비하고 아름다운 장면이라 그럴 것이다.

오로라는 우주에서 날라 온 우주방사선 입자들의 향연이다. 우리 지구는 하나의 거대한 자석과도 같아서 우주 방사선들이 지구 표면에 골고루 내려앉는 것이 아니라 깔때기로 부어넣듯 극지방에 쏠린다. 오로라의 존재는 우리가 사는 지구의 대기를 통해서 방사선을 접하게 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는 어디서 올까? 우주의 별들, 우리가 속한 은하계에서 오는 방사선이다. 이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태양의 표면 활동으로 인하여 발산되는 방사선들이다. 극지방처럼 위도가 높은 곳에 더 많이 집중되고, 고도가 높아서 공기가 희박한 곳일수록 더 많이 접하게 된다.

어린 시절, 공룡의 화석이나 미라 이야기가 나오면 눈을 반짝이며 집중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고고학자들이 연대를 측정한 결과를 발표하면 더 신기하였다. 어떻게 그 오랜 시간을 알아맞힐까? 해답은 지구의 껍데기, 지각의 각종 암석들에 있는 방사선동위원소에 있다. 방사선동위원소는 스스로 붕괴해 다른 원자로 변해가는 원자이다. 원자마다 변화에 걸리는 시간이 다른데, 암석에 함유되어 있는 방사선 동위원소의 양을 잼으로써 화석의 나이를 알아내는 것이다. 일종의 방사선 시계인 셈이다.

이 암석들이 그 지역의 토양이 되고 이를 재료로 사용하여 지어진 집에도 방사능이 있을 것이다. 인도의 케랄라 지역은 대부분의 주민이 평균 허용치의 10배 이상의 방사능에 노출되어있는데, 이 지역 일부에서는 70배까지 노출되고 있다. 브라질의 해안 지역, 프랑스의 유명 와인 생산지인 버건디(Burgundy)지역도 평균이상의 지역이다. 지역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어디나 예외 없이 지각에서 오는 방사능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이 지구의 토양에서 자라나는 각종 식물들에도 방사능이 존재한다. 먹이 사슬의 연결고리를 생각해 보면 식물과 동물을 섭취하는 인간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은 쉽게 짐작이 갈 것이다.

잊을만하면 방사선 사고가 뜬다. 이전에는 구소련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있었고, 근래에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우리 기억에 생생하다. 눈에도 보이지 않고, 종류에 따라서는 수 십 년이 지나야만 소멸된다는데 각종 매체를 통하여 접하는 소식들을 꿰어 보면 잘 이해는 못하지만 마냥 불안하기만 하다.

방사선은 “정상적으로는 존재하면 안 되는 것이다”라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의사로, 의학자로서 방사선 공부를 30년째 해오고 있는 필자가 보는 객관적인 사실은, 방사선은 어디에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어디까지 안전한가, 어디부터 위험한가, 어떻게 위험한가이다. 이 부분은 전문영역이므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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