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하반기에’터널’벗어나나

‘약가인하’, ‘리베이트’, ‘1원 낙찰’…
최근 제약업계의 화두가 됐던 이 단어들은 올 상반기 제약산업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올 상반기는 의약품 생산실적이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제약업계가 상반기를 기점으로 바닥을 치고 앞으로 반등의 시기를 앞두고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K메디뉴스에서는 올해 상반기 제약업계의 이슈를 짚어보고 하반기를 조망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제약업계, 2000년대 들어 첫 마이너스 성장률 기록

한국의 제약산업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성장과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해 왔다. 이는 한국 사회가 인구고령화와 소득수준 향상, 만성질환 및 성인병 증가라는 인구학적 트렌드 변화를 겪는 가운데, 정부의 국내 제약산업 육성 의지와 경기 민감도가 낮은 전문의약품 시장의 고성장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이러한 안정적인 성장과 함께 상대적으로 높은 약가 수준은 국내 제약사들이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10년까지 의약품 산업의 영업이익률은 제조업 전체와 비교할 때 평균적으로 4.9%p나 높은 11.3%를 기록했고, 격차가 가장 많이 줄어든 2010년에도 3.4%p나 높은 10.3%이었다.

그러나 2010년도에 들어서면서 제약산업의 성장률은 크게 둔화했으며, 업계의 상위권에 자리잡은 제약사들로 범위를 한정할 경우 성장 둔화 양상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 일부 제약사의 경우는 역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급기야 2011년에는 2010년의 15조7098억원에 비해 다소 줄어든 15조5968억원의 생산실적을 기록하면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제약업계의 올 상반기는 ‘먹구름’ 그 자체였다.

이러한 성장 둔화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박카스디액’ 등 기존에는 의약품으로 분류되던 제품 48종이 의약외품으로 전환되고, 신종플루가 잦아들면서 인플루엔자 백신의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일괄형 약가인하’ 역시 제약업계에는 된서리였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4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약품 중 6506개 품목, 전체 의약품의 47%에 달하는 의약품의 가격을 한꺼번에 내리면서, 1조7000억원의 약품비 절감을 이끌어 냈다.

이러한 절감은 고스란히 제약업계에 충격으로 전달됐고, 급기야 100여 개 제약업체가 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전개했으나 무위에 그치고 말아, 제약업계에 씁쓸한 상반기를 선사했다.

‘1원 낙찰’이나 ‘리베이트’ 등 스스로 시장질서의 혼란을 초래하면서 업계를 혼탁하게 한 점 역시 어두움의 한 축을 담당했다. 지난해 9월 6개 제약사가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총 1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으면서 불거지기 시작한 일련의 사건은 의약품 도매상이 난립하면서 일부 품목의 경우 1원에 낙찰되는 등 ‘제 살 깎아먹기’ 식의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편의점 약 판매, 제약산업 이해관계 축소판

최근 제약계에 이슈가 되고 있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오는 11월부터 시행되는 ‘편의점 일반약 판매’다.

타이레놀500㎎, 판콜에이내복액, 어린이 부푸펜시럽, 훼스탈플러스정, 신신파스아렉스 등 13개 품목의 일반약 편의점 판매가 11월 15일부터 실시된다.

편의점 일반약 판매는 제약사, 편의점, 약사회, 도매협회의 이익이 첨예하게 맞물리면서 제약산업이 다양한 이해관계에 놓여 있다는 특성을 보여 준 극명한 예로 들 수 있다.

편의점 일반약 판매 선정 품목에 따라 희비가 교차한 제약사들과 이번 조치로 매출 확대에 대한 기대가 높은 편의점, 여기에 편의점 일반약 판매를 막지 못해 약사들의 비난을 받았던 약사회가 일부 약사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자 교육기관 공모에 나선 데다 의약품 유통과 관리에서 제외할 수 없는 도매협회 역시 판매자 교육기관 공모에 빠지지 않는 등 제약산업을 둘러싼 이익관계의 축소판을 보여 주고 있다.

한편 편의점 일반약 판매의 경우 기존의 포장을 1일분으로 변경해야 하고, 편의점에 약품을 전달하는 유통망 선정과 관리에도 추가 비용이 드는 등 일부 제약사의 경우 기대수익 대비 투자가 더욱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매출 확대가 기대되는 품목이 선정된 제약사를 제외한 대부분 제약사들은 상황을 지켜보며 신중하게 편의점 약 판매를 준비 중이다.

반면 일부 편의점 체인은 일반약 판매를 앞두고 물류센터에서 안전상비약 품질을 관리할 약사를 모집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자 교육기관 공모에는 대한약사회와 한국의약품도매협회를 비롯해 6~7개 기관이 신청하는 등 편의점 일반약 판매를 위한

열기가 무르익고 있다.

■ ‘터널은 끝났다. 다시 뛰자’

제약사들에게 올 상반기는 그야말로 ‘시련의 계절’로 기억될 것이다. 정책적으로 강하게 진행된 약가인하에서 시작해 곧 다가올 편의점 일반약 판매까지 올 상반기를 힘들게 이끌어 온 제약사들은 반등의 기회만 노리고 있다.

다행인 것은 많은 전문가들 역시 제약업계가 이제 터널의 끝에 도달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제약 업계를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있는 증권업계의 종사자들은 하나같이 ‘제약이 이제 치고 오를 시점이 됐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국내 투자증권사의 제약 담당 애널리스트는 “재작년부터 작년까지 리베이트 규제정책 때문에 생긴 영업 환경 변화와 약가인하가 올해 국내 제약업계가 역성장을 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내년부터는 의약품 사용량 증가에 따른 성장 및 기저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도 “제약산업이 최악의 시기를 지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전제한 뒤 “바닥을 쳤기 때문에 앞으로는 시장 전체가 상승할 일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제약업계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으로 ▲보건당국이 헬스케어와 바이오 사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 점 ▲대선을 전후로 규제 정책이 공백기에 드는 점 ▲약가인하 및 포괄수가제 시행에 따라 건강보험의 재정이 건전화되면서 제약산업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자체개발 신약과 해외사업 역량을 갖춘 상위 제약사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한 뒤 “적극적인 신제품 출시, 마케팅 강화, 효율적 비용통제 등으로 4분기부터 성장으로 전환한 뒤, 내년에는 올해보다 40%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혹독한 시련의 계절을 버틴 제약업계가 다시 한 번 역경을 딛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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