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암 환자 묘사, 왜곡 심하다

13개국 75편의 영화 분석 결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암이나 암 환자에 대한 묘사가 실제와는 많이 다르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영화에는 뇌 암이나 림프종 등 희귀한 암에 걸린 젊은이가 많이 등장하고 또 암에 걸리면 대개 죽는 것으로 그려지지만 이는 실상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사피엔자 대학의 연구팀은 주요 등장인물 중 한 명이 암 환자인 75편의 영화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 영화는 13개국에서 지난 70년간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무엇보다 특징적인 것은 암에 걸리면 대개 죽는 것으로 묘사된다는 것이다.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등 분석한 영화들 중 63%에서 암에 걸려 사망하는 것으로 그려졌다. 암 치료 분야에서의 많은 진전에도 불구하고 암에 걸리면 대개 죽는다는 것으로 굳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는 거의 발병하지 않는 희귀한 암에 걸리는 경우도 흔했다. ‘50/50’에서 주인공 조셉 고든 레빗이 등뼈에 생존율 50%의 희귀암이 발병한 경우처럼 젊은이가 희귀한 암에 걸린다는 설정도 많았다. 영화 속 환자의 40%는 여성, 35%는 남성이며, 대개 상류층이나 중산층 이상이 많았지만 이는 실제와는 다르다.

암은 나이가 많을수록 발병률이 높아지고,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많이 걸리며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암의 마지막 단계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또 여성들이 많이 걸리고 큰 영향을 미치는 유방암은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영화 제작 당시와 현재의 암 치료법이 다르다는 점도 고려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암의 증상이나 진단법이나 치료에 대한 묘사는 실제와 가깝다고 평가했다. 65%의 영화에서 진단 테스트가 언급되고 있으며, 72%의 영화가 암으로 인한 증상들을 그리고 있었다. 화학요법이 치료법 중에서 가장 흔히 언급돼 77%의 영화에 등장했다. 연구를 이끈 루치아노 디 피오레 박사는 “암에 대한 부정확한 묘사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암 환자 묘사가 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데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이번 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리는 ‘유럽 종양의학협회 회의(European Society for Medical Oncology Congress)’에서 발표될 예정이며 라이브사이언스가 20일 보도했다.

    이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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