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수술,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수술 못하더라도 보존적치료도 많아…투병의지와 희망이 중요

윤 모씨(41)는 숨을 들이쉴 때마다 통증을 느끼는 증상이 3~4개월 지속되자 2006년 2월 집 근처의 병원을 찾았다. 검사를 한 결과 11cm 크기의 간암 진단을 받았다. 25세 때 건강검진에서 B형 간염 보균자라는 사실을 알고 정기적인 검진을 받도록 권유받았지만, 평소 건강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으로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병원을 다니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이 환자는 간암으로 진단받은 직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정밀검사 결과 이 환자의 간에서 심장에 이르는 큰 혈관인 우측 간정맥과 하대정맥에까지 간암의 침범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종양의 크기도 간 우엽 전체를 차지할 만큼 컸다.

의료진은 우선 내과 및 치료방사선과의 협의 진료로 간동맥을 통해 간내 항암화학요법 및 방사선 치료를 하기로 결정했다. 1년 간의 노력 끝에 간암의 크기는 5cm로 줄어 들었다. 혈관 안에 있던 종양도 모두 사라져 간암은 이제 간 우엽에만 존재한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

이 환자는 외과 김진섭 수의 집도로 간 우엽 절제술을 받았다. 이후 병원에서 정기검진을 꼬박꼬박 받았고 6년이 지난 현재까지 간암의 재발 없이 건강하게 살고 있다.

간암 위험군의 건강 무관심, 수술 기회조차 앗아갈 수도

간암은 처음부터 간에 생기는 간암(원발성 간암)과 다른 장기의 암이 간으로 옮겨진 간암(전이성 간암) 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원발성 간암에는 간세포에서 비롯되는 간세포암, 담관 상피세포에서 발생하는 간내담관암이 있다. 발생 빈도로 보면 간세포암이 약 70%, 간내담관암이 약 20%, 이 두 가지가 섞인 혼합형이 약 10%다.

그렇다면 간암 환자는 어떤 치료 방법을 택해야 할까. 치료법 선택은 대개 간암의 크기와 개수 및 간암의 진행 정도 뿐만 아니라 간 기능에 따라 다르며, 치료받은 뒤의 예후도 달라지게 된다.

가장 흔한 원발성 간세포암(이하 간암)의 치료에서 간 절제술은 가장 확실한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간은 우리 생명 유지를 위한 필수 장기이므로 간암 제거를 위해 간을 무한정 절제할 수 없다는 게 간 절제술의 단점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간세포암의 크기가 작고, 1~2개의 종양이 발견되면 간 절제술을 시행하며 이 경우 가장 좋은 예후를 보이고 있다.

‘침묵의 장기’라 부르는 간은 70~75%를 잘라내도 한 달 뒤엔 정상 크기를 되찾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의료진은 어떤 환자가 간 절제수술의 대상이 되는지를 조심스럽게 판단한다.

간암을 조기 발견하면 환자의 20~25%는 근본적인 치료법으로 꼽히는 절제 수술을 받을 수 있다. 간암의 크기가 작고, 한 쪽으로 치우쳐져 있고, 병들지 않은 부위의 기능이 좋은 편이라면 절제 수술이 가능하다. 하지만 음주량이 많은 사람을 비롯한 간암 위험군이 건강검진 등에 관심을 쏟지 않아 절제수술을 받을 기회조차 잃는 경우도 결코 적지 않다. 국내에서 간암 수술을 받은 뒤 숨지는 환자의 평균 비율이 1.88%로 예전보다 훨씬 낮아졌으나, 건강에 무관심하다간 이같은 의료 혜택도 받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가족 가운데 간암의 병력이 있거나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 또는 만성 간염 환자들은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 간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만약 간암이 여러 개가 간의 양엽에 산발적으로 퍼져있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 및 간 절제술 후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간 기능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수술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환자가 치료를 포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외과 최진섭 교수는 이와 관련해 “설령 신체의 여러 상황 때문에 발견 당시 수술을 하지 못하더라도 여러 가지 보존적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며 “따라서 무엇보다도 환자의 투병의지와 희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교수는 “하지만 암세포가 신체 여러 부분이나 간 내에서라도 널리 퍼졌거나 간경변이 너무 많이 진행돼 간 기능이 상당히 손상된 상태의 환자는 간 절제수술을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암세포가 몸 내부에 널리 퍼진 경우에는 수술로 암 부위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 간 기능이 많이 손상된 환자의 경우엔 암 병소를 없애고 나서 남은 간이 우리 몸을 보존해 줄 수 있는 정도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수술 후 급성 간기능 부전에 이를 수도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간암 전문클리닉은 이런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내과, 외과, 치료방사선과 , 중재방사선과 및 연세 암센터의 여러 간암 전문의들의 협력 진료를 통한 다학제 치료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간암을 절제할 수 없는 환자나 심지어 ‘치료 불가능’이라고 선고받은 환자들에게도 희망적인 치료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간 절제수술, 5년 생존율 약90%

간 기능은 좋은 순서대로 A급 ,B급, C급으로 구분한다. 최 교수는 “예컨대 간암의 크기가 크고 주변 혈관으로 침범하는 등 진행 정도가 심하지만 간 기능은 A급이나 B급으로 비교적 좋은 경우에는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치료 등 대안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 간 기능이 A급 또는 B급이고 간암의 크기가 작고 개수가 적을 경우엔 고주파열 치료, 알코올 경화치료 등 국소적 치료가 가능하며 간동맥 색전술을 적용해 볼 수도 있다는 것.

암 덩어리를 도려내는 간 절제 수술은 간 기능이 A급으로 좋고, 간암의 크기가 작으며 한 엽에 국한돼 주변 혈관을 침범하지 않은 경우 예후가 좋다. 세브란스병원의 통계에 따르면 간 기능이 잘 보존된 간암 환자가 간 절제 수술을 받는 경우 1년 생존율은 약 90%, 5년 생존율은 약 67%에 이른다. 또 간암의 크기가 3cm보다 작은 경우 1년 생존율은 약 95%, 5년 생존율은 70% 이상이다. 이는 선진국에 비해 결코 손색이 없는 성적이다.

간내 담도암, 전이성 간암은 수술로 큰 효과 기대 못해

이 모씨(59)는 약 4년 전 간암으로 판정받았다. 그는 주변 사람들의 추천에 따라 이런저런 치료 방법을 다 써봤으나 증상만 악화될 뿐이었다. 결국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이씨는 최진섭 교수의 집도로 뇌사공여자의 간을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씨는 간이식 수술 후 간암의 재발 없이 매달 정기적인 외래 진료를 받으면서 3년 동안 큰 탈 없이 삶을 꾸리고 있다.

간암의 치료를 위한 외과적 치료의 방법으로는 간 절제 수술뿐만 아니라 간 이식 수술도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간암 환자가 간 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간 이식 수술은 ▶내과 치료를 계속 받은 결과 간암은 어느 정도 치유가 됐지만 간 기능을 더 이상 보전하기 힘들거나 ▶ 비교적 조기의 간암이지만 환자의 간 기능이 간 절제 수술을 못할 정도로 불량해 수술 후 간 기능의 부전이 예상되는 경우 시행한다. 간 이식 수술로 간암을 치료하고 아울러 간 기능을 좋게 함으로써 환자의 웰빙을 기대한다.

하지만 간세포암이 너무 많이 진행돼 크기가 너무 크거나 간 전체로 퍼진 경우, 신체의 다른 부위로 전이가 된 경우엔 간이식 수술을 할 수 없다. 또 간내 담도암이나 전이성 간암은 간 이식 수술로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 외 약물이나 과도한 음주 및 만성 간염 등에 의한 급성 및 만성 간기능부전, 대사성 간질환, 유전성 간질환 등이 간 이식 수술을 고려해야 할 질병이다.

최 교수는 “간 기능이 아주 좋은 사람에겐 간세포암 치료를 위해 우선 간 절제 수술을 권한다”며 “하지만 간 기능이 간 절제 수술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나쁘고, 내과 및 중재 방사선 치료 등을 하더라도 간암이 재발 또는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면 간 이식 수술을 받는 것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간세포암이 어느 정도 이상 진행된 환자, 여러 가지 치료 방법을 선택한 뒤 재발한 간세포암 환자는 간 이식 수술을 받은 뒤에도 언제든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환자의 생존율도 상대적으로 낮다. 이 때문에 간세포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암의 병기, 환자의 전신 건강 상태, 간 기능의 보전 상태 등 여러 가지 사항을 면밀히 검토한 뒤, 의료진이 결정하는 치료법을 따라야 한다. (도움말=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외과 최진섭 교수)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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