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식, 새로운 삶의 시작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김순일 교수

얼마 전의 일이다. 간 이식이 필요한 환자를 만나 이식에 대해 자상하게 설명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협진 차 병실로 회진 갔다. 그런데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미 그 환자는 화가 잔뜩 나 있었다. 왜 그런지 정중하게 이유를 물었다.

그 환자는 개인병원에서 간암으로 진단받고 외래를 통해 우리 병원에 입원, 간 절제수술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간 전체에 여러 개의 암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의료진으로부터 “보통 시행하는 간 절제술로는 치료할 수 없으니 간이식 수술을 받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환자 입장에선 맑은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간암 진단을 받고 간 절제 수술을 준비하는 것도 그 환자에겐 심리적으로 매우 큰 부담이 됐을 터다. 하지만 그나마 꾹꾹 참고 있었는데 간이식을 빼곤 뾰쪽한 치료 방법이 없다는 말을 들었으니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 환자는 간암 환자의 간이식 수술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은 뒤 이내 마음을 추스렸다.그 분은 아들의 오른쪽 간을 이식받았다. 수술 후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좋은 경과를 보이고 있다. 간이식을 받았다고는 전혀 예상할 수 없을 만큼 건강한 모습을 회복하고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만성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전체 사망자의 8.8%를 차지한다. 단일 장기로 따지면 만성 간질환은 뇌혈관 질환에 이어 사망 원인 2위다. 국내에는 만성 B형 간염을 비롯한 간질환 환자가 매우 많다. 이 때문에 간경변증과 간암의 발생률이 아주 높아 환자는 물론 가족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최근 눈부신 의학의 발전으로 거의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간암 진단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불안감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과연 치료가 가능하며 치료 후에는 이전의 건강한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두려움에 빠지는 게 일반적일 것이다.

더구나 간암이 너무 많이 진행돼, 간이식은 물론 다른 치료가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많은 간암 환자들과 가족들은 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좋은 뉴스가 있다. 간암 색전술, 고주파 치료, 국소 방사선 치료, 전신적인 항암 약물 주사 또는 간동맥을 통한 직접적인 항암 약물 요법 등과 같은 방법을 따로 또는 같이 사용해 간을 이식할 수 있을 만큼 종양의 크기와 숫자를 줄이는 게 가능하게 됐다는 희소식이다.

이같은 치료를 받아오다 올해 초 간이식을 받고 건강을 회복한 환자 분의 예를 소개하려고 한다. 그 환자는 B형 간염을 앓고 있던 중년 여성이다. 그 분은 말기 간경변과 함께 간암이 발견돼 몇 년 전 왼쪽 간을 잘라냈다. 그 뒤 남아 있는 오른쪽 간에 간암이 계속 재발해 여러 차례에 걸쳐 색전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그 뒤에도 간암의 재발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 병원 의료진은 그 환자의 간에 국소 방사선 치료 방법을 시행했다. 이와 함께 마지막으로 간동맥을 통한 항암주사 요법까지 사용했다. 그 결과 간동맥이 완전히 막히게 됐고, 간문맥도 거의 막혀갔다. 결과적으로 간 전체에 괴사가 진행돼 목숨이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의료진은 이 환자에게 응급 간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가족 가운데 생체 간을 공여할수 있는 사람을 찾아봤지만, 혈액형이 맞지 않아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간이식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혈액형이 맞지 않아도 혈장 교환술로 혈액형에 대항하는 항체를 없앨 수 있다면 이식이 가능하다. 의료진은 혈장 교환술을 4회에 걸쳐 시행했다. 다행스럽게도 항체가 수술을 진행할 수 있을 만큼 없어져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과거 한 차례의 간절제 수술과 색전술 등 여러 치료법의 후유증으로 간 주위에 유착이 매우 심했다. 병든 간을 절제하는 것 자체도 거의 불가능했다. 이후 이식할 간의 간정맥, 간문맥, 간동맥 및 담도의 재건이 모두 숨막히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간정맥은 가지가 많아 냉동 보관한 뇌사 기증자의 정맥을 사용해 재건했다. 또 간문맥은 혈전으로 가득 찬 부분을 잘라낸 뒤 냉동 보관한 뇌사 기증자의 동맥을 사용해 재건했다. 완전히 막힌 간동맥은 잘라내고 본인의 대장동맥 일부를 채취해 재건한 뒤, 담도는 환자 본인의 소장을 사용해 재건했다.

종전에는 위에 나열한 문제 가운데 한 가지만 있더라도 수술이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했다. 하지만이 환자는 다행스럽게도 모든 과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됐고, 수술 후엔 잘 회복했다. 그녀는 예전의 건강과 미모를 회복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

물론, 모든 간암 환자가 간이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암 말기여서 삶을 내팽개쳤던간암 환자들도 요즘엔 희망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의학의 눈부신 발전 덕분이다. 따라서 간암 환자는 희망을 잃으면 결코 안된다. 간 이식을 받은 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가족과 함께 누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눈앞에 놓여 있다. 주치의와 상의해 적극적으로 치료받아 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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