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먹으면 장수한다’…공식은 깨졌지만…

과학산책

장수에 관한 학자들의 오랜 믿음이 깨졌다. 믿음은 ‘칼로리 섭취를 대폭 줄이면 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학계에서 공식처럼 신봉하던 내용이다. 심지어 이 분야의 연구학자 중에는 스스로 이를 실천하기 시작한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연구결과가 지난 달 29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됐다. 미 국립노화연구소가 붉은털원숭이 121마리를 대상으로 1987년 시작한 실험의 중간 결산이다. 연구팀은 한 집단에는 과거 먹던 것보다 칼로리를 30% 줄인 먹이를 제공하고 또 한 집단은 낮시간에 마음껏 먹게 했다. 25년간 추적한 결과 49마리가 살아남았는 데 두 집단의 평균 수명이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 원인에도 큰 차이가 없었다. 이는 지금껏 발표된 각종 동물실험 결과와 배치된다. 예쁜꼬마선충, 초파리, 쥐, 개, 원숭이 모두가 칼로리 섭취를 대폭 줄이면 수명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컨대 들쥐와 생쥐는 칼로리 섭취를 30~40% 줄이면 수명이 15~40% 늘어난다. 붉은털원숭이와 관련해선 2009년 위스콘신 대학이 비슷한 효과를 발표한 바 있다. 수컷 20마리를 대상으로 20년간 실험한 결과 칼로리 섭취를 30% 줄인 실험군은 80% 생존한 반면 마음껏 먹은 대조군은 50%만 살아남았다. 실험군은 각종 노화 관련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도 더 낮았다. 붉은털원숭이 실험이 특히 주목받는 것은 인간과 같은 영장류에 속하는 데다 평균 수명도 27년으로 비교적 길기 때문이다.

노화연구소의 실험 결과가 위스콘신 대학과 크게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먹이가 서로 달랐다. 양자의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구성비는 동일했지만 위스콘신 대학 것은 설탕 함량이 높았다. 현대 서구인을 닮은 식사 탓에 당뇨병 등에 더 많이 걸렸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노화연구소 먹이에는 비타민과 미네랄,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했다. 이는 건강식에 해당한다. 한마디로 비만식의 경우 칼로리 섭취를 줄이면 수명이 늘지만 건강식에서는 이 같은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노화연구소의 실험 결과에는 중요한 후속 정보가 있다. 칼로리를 30% 적게 섭취한 실험군과 마음껏 먹은 대조군 모두가 통상 수명인 27세보다는 오래 살았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실험군의 4마리와 대조군의 1마리는 최장수 기록인 40년을 넘기면서 살고 있다. 적게 먹으면 평균 수명은 아니더라도 최대 수명을 늘린다는 추정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또한 실험군은 한 마리도 암에 걸리지 않았지만 대조군에선 6마리가 암에 걸려 5마리가 죽었다. 그 뿐 아니라 실험군은 혈중 포도당과 트리글리세라이드(심장병 위험요인) 수치도 더 낮았다. 수컷의 경우 콜레스테롤 수치도 더 낮았다. 이는 당뇨병, 심장병,고혈압, 동맥경화, 암 등에 걸릴 위험이 적다는 뜻이다. 종합하면 실험군은 각종 노화관련 질병이 더 늦게 발병하며 더 건강하게 살다가 대조군과 같은 시기에 죽는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의 책임 저자인 노화연구소의 라파엘 드 카보 박사는 “우리의 실험은 건강과 장수가 동의어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비교적 늙은 나이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적절한 시기에 갑자기 죽는다는 것은 좋은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결론은 이렇다. ‘칼로리 섭취를 대폭 줄이면 반드시 오래 살지는 못하더라도 보다 건강하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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