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아트리체와 첫사랑

두재균의 여자이야기

베아트리체는 사랑입니다. 단테가 그토록 사랑했던 여인입니다. 《신곡》에서 시인 베르길리우스를 천국과 지옥으로 안내하는 여인이 바로 베아트리체입니다.

제가 최근 전주에서 명화와 조각으로 가득한 새 개념의 병원을 개원하면서 이름을 ‘베아트리체 여성병원’으로 정했더니, 병원 이름에 대해 묻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저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베아트리체를 병원 이름으로 삼았습니다. 첫째, 천국과 연옥을 안내하는 베아트리체를 염두에 두고 참된 마음으로 환자를 봐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여성 환자들을 베아트리체 같이 아름답게 여기고 진료해야 하겠다는 마음에서였습니다.

베아트리체는 단테의 이상적 여인이지요. 단테는 1265년 우리에게는 플로렌스로도 잘 알려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9살 때 처음 베아트리체를 만났습니다. 1274년 5월초 봄날에 피렌체의 명문귀족인 폴코 포르티나리 가문은 주변의 저명인사들을 초청해서 축제를 베풀었습니다. 피렌체의 내로라하는 귀족들은 모두 이 파티에 참석하였는데, 단테의 아버지인 알리기기에로도 아들을 데리고 참석하였지요. 단테는 이 파티에서 축제의 호스트인 포르티나리의 귀엽고 예쁜 딸인 베아트리체를 운명처럼 보게 되었습니다. 9살 소년인 단테의 눈에 비친 8살배기 베아트리체는 눈부신 천사 그 자체였지요. 그 아이는 파티의 꽃이었습니다. 단테는 베아트리체에게 첫눈에 반해 운명적인 사랑을 느꼈습니다.

단테는 훗날 저서 《새로운 인생》에서 그 순간을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진실로 이야기 하자면 바로 그 순간에 내 심장의 비밀스러운 방 안에 있던 생명의 기운이 너무나 크게 요동치는 바람에 미세한 혈관들마저도 더불어 심히 떨렸다.’

단테는 9년 뒤인 18살에 베아트리체를 다시 만납니다. 이번에도 정식 만남이 아니라, 피렌체를 가로지르는 아르노 강가의 베키오 다리 옆에서 우연히 스칩니다. 단테는 이후 사랑의 열병을 앓습니다. 베아트리체는 단테가 아니라 피렌체의 거상과 결혼했다가 24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하지만, 단테의 영혼에 영원히 남아서 거작 《신곡》에서 활짝 꽃을 피웠습니다.

화가들은 이들의 그림을 한 폭의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자신의 이름 앞에 ‘단테’를 붙일 만큼 단테의 맹렬한 추종자이면서 시인이기도 했던 영국 출신의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Dante Gabriel Rossetti 1828~1882)는 자신의 연인 엘자베스 시달의 모습을 베아트리체로 형상화 시켜 명작을 탄생했습니다<그림1>.

역시 영국 출신의 헨리 홀리데이(Henry Holiday 1839~1904)의 ‘베아트리체를 만난 단테’도 유명한 그림입니다. 베키오 다리 곁에서 친구들과 스쳐 지나가는 베아트리체를 연민 어린 눈빛으로 처다 보고 있는 단테를 묘사한 그림입니다. 누가 베아트리체냐고요? 당연히 노란색 옷을 입은 가운데 여인이지요<그림2>.

여러분들은 단테와 같은 첫 사랑의 추억을 가지고 잊지는 않습니까? 남성은 단테처럼은 아니더라도 누구나 ‘첫사랑’의 생채기를 가슴 한 구석에 담고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여성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진화생물학에 따르면 여성은 종족의 보존이 최우선이므로, 옛 남자보다는 현실의 남성이 훨씬 중요합니다. 베아트리체도 단테를 기억조차 못했을 겁니다. 남은 가족만 걱정하다 눈을 감았을 가능성이 큽니다.많은 남성들은 자신의 선천적 바람기를 당연시하면서 여자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첫사랑은 순수하게 남아있을 것이라고 착각을 하지요.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하지만 이런 남성의 몰이해 때문에 가정불화가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남성이 현재 부인을 베아트리체로, 천사로 여긴다면 세상이 너무나 아름다워질 것이라는 생각, 너무나 이상적인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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